지난 29일 열린 ‘뮤지컬산업 진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투데이신문

한국은 미국, 영국, 일본과 더불어 세계 4대 뮤지컬 시장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관객 수와 매출액 규모에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 자체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하다. 최근에는 해외 프로덕션 협업 사례나 창작 뮤지컬 라이선스 수출 건수도 부쩍 늘었다. 그만큼 ‘K-뮤지컬’의 경쟁력이 예전에 비해 더욱 강화됐다는 이야기다. 한국 공연시장 매출액 82%(2022년 1분기 티켓 판매 기준)를 차지할 만큼 뮤지컬의 존재감이 갈수록 두드러진 상황에서 기본 계획 수립을 위한 법적, 제도적 근거 마련이 더욱 더 시급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이렇듯 자랑스러운 ‘K-뮤지컬’이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갈 초석을 닦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뮤지컬산업 진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 29일 오후 2시 서울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해 12월 뮤지컬이 독립 장르로 인정받도록 공연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김승수 국회의원(국민의힘 대구 북구을)이 주최하고 (사)한국뮤지컬협회와 (사)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가 공동 주관했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뮤지컬 산업에 대한 법률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관련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었다.

이날 공청회 사회는 김종헌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가 맡고, 발제는 주관기관인 양 협회 대표가 이어갔다.

먼저 ‘한국 뮤지컬산업 현황 및 미래 도약을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신춘수 협회장(오디컴퍼니 프로듀서·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은 한국 뮤지컬의 발전 과정과 함께 급변한 시장 상황을 분석하며 민간의 힘만으로는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금까지는 업계 종사자들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성장을 견인해왔으나, 이제는 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특히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의 확산은 엄청난 타격이 됐다고 짚었다.

신 협회장은 “한국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한 이면에 자리한 불안정성을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합리적 발전을 위해 공동선의 목표를 가지고 표준화를 해야 한다”면서 “문화선진국으로서 위상과 권위를 가질 수 있도록 ‘K-뮤지컬’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역시 법적 보호 장치 마련 필요성에 목소리를 더했다. 이 이사장은 뮤지컬산업 진흥법 마련에 참고가 될 만한 해외 및 국내 유사사례를 비교하고 본격적인 관련법 제정을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기존 지원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단순히 법 하나를 만들고자 함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주효한 요소를 구현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 강조하면서 ‘뜻을 같이하면 반드시 길을 열 수 있다’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다음 순서로 이뤄진 토론에서는 송승환 PMC프러덕션 예술총감독이 좌장을 맡고 원종원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학과 교수, 김미라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전통예술과 과장, 고희경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원장이 토론자로 참여해 열띤 의견을 펼쳤다.

원종원 교수는 뮤지컬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데 반해 성숙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기상 다소 늦은 감이 있을지라도 구체적인 논의의 장이 마련된 것에 환영의 뜻을 표한 원 교수는 ”몸집은 커졌으나 그만큼 성숙하지 못한 채로 팽창했다. 공적 측면의 방임이 가장 큰 이유”라며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또 “무대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뮤지컬을 독립적인 장르로 보지 않고 다른 예술 장르와 뭉뚱그려 취급했다”며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 킹’ 등의 앞선 해외 성공사례를 예로 들어 앞으로 한국 뮤지컬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은 담당 부처에서도 인지하고 있었다. 김미라 과장은 관련법 제정의 기본적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법률상에 포함될 세부 내용 마련을 위한 여러 과제를 제시했다. 김 과장은 “구조적 측면에서 뮤지컬 산업 생태계의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면서 “전문 인력 양성, 기술 개발, 국제 교류 협력, 해외 진출, 금융 지원 등 관련된 내용들이 진흥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관련법 마련을 위한 전담 기구가 생기기 위해서는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등의 관계부처 협의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도 이어졌다. 이날 공청회에는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도 참석해 뮤지컬산업 진흥법제정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이번 공청회 주최를 맡은 김승수 의원은 ”한국뮤지컬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다. 이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뮤지컬산업의 체계적 육성과 발전을 위한 법안 마련에 힘쓰겠다. 오늘 공청회가 새롭게 도약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다시금 지원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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