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맨다...13년 만에 처음 ↓
국무회의서 2023년 정부 예산안 확정
국가채무 1100조↑...50%이하로 관리
생계급여 162만원...서민 지원은 확대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지난해보다 5.2% 늘어난 639조원 규모의 윤석열 정부 첫 나라살림(2023년 예산안)이 편성됐다.

이번 예산안은 지난 2017년 박근혜 정부(3.7%) 이후 가장 낮은 지출 증가율이다.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포함(679조5000억원)하면 전년 대비 규모가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각 분야별 예산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의 경우 증가율이 올해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중소기업과 에너지,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도 지난해보다 줄었다.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서민 지원과 미래 먹거리 투자에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 5년 동안의 확장재정 기조로 급격히 불어난 나랏빚을 줄이는 한편,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한시지출 정비와 국내총생산(GDP)의 50%에 육박하는 1070조원 규모의 국가채무 등을 고려한 건전재정 전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예산안은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639조원으로 편성된 2023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639조원으로 편성된 2023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6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건전재정 기틀 마련

2023년 예산은 올해 본예산(607조7000억원)보다 31.4조원(5.2%) 늘어난 639조원으로 편성됐다. 코로나19 손실보상 등을 위해 편성된 올해의 2차 추경 반영분(679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40조5000억원(-6.0%) 줄어든 규모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5.2%)은 문재인 정부 평균(8.7%) 증가율의 60% 수준으로, 이명박 정부 평균(6.59%) 보다 낮다. 코로나19 감염병 상황과 지난 5년 확장 재정 기조로 국가 채무가 GDP의 50%에 이른 만큼, 지출 증가율을 최대한 끌어내렸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총지출 규모(639조원)가 총수입(625조9000억원)을 넘어서면서 4년 연속 적자 예산안을 편성하게 됐다. 국가채무는 1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지만, 가파른 상승세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하락 반등하며 50%(49.8%) 밑으로 관리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물가 속에서 경기둔화 우려와 금융·외환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불확실성 하에서 우리 경제 최후의 보루이자 안전판인 재정의 건전성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 예산을 보면,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총 31조6000억원이 편성됐다. 기준중위소득 인상으로 생계급여액은 월 154만원에서 162만원(4인가구)으로 상향되고, 특별고용 등 취약계층근로자 28만 명에 대한 사회보험료도 지원된다.

또 반지하·쪽방 등에 거주하는 취약층의 이사비와 보증금에 3000억원이 신규 투입되고, 금리인상기 깡통전세 피해 긴급융자를 위한 예산(1660억원)도 처음으로 편성됐다.

청년 지원을 위해선 24조1000억원이 편성됐다. 국정과제인 청년원가·역세권 주택 5만4000호의 공급 착수에 1조1000억원, 청년 목돈마련 지원을 위한 청년도약계좌 도입에 4000억원이 편성됐다.

더불어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사병 봉급 인상에 1조원, 부모급여에 1조3000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이에 따라 병장기준 월급은 82만원에서 130만원으로 늘어난다. 만 0세 양육가구는 월 70만원, 만 1세 가구는 35만원의 부모급여를 받게 된다.

코로나19 재유행과 후유증 연구 등에는 4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백신 1500만명분 추가도입에 9000억원, 긴급치료병상 신규도입(1700개)에 3000억원이 편성됐고, 항체양성률 조사(5만명)와 후유증 조사(1만명)도 내년에 처음으로 실시된다.

반면, 지역화폐나 공공형 노인일자리, 태양광, 수소차 사업 등 전 정부서 크게 늘었던 사업 예산들은 지원이 중단되거나 축소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구로구 가족센터를 방문해 소외·취약가족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구로구 가족센터를 방문해 소외·취약가족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경제활성화·국민안전 역점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서민·사회적 약자보호 확대 ▲민간주도 역동적 경제 뒷받침 ▲국민안전·글로벌 중추국가 역할 강화 등 3가지 방향에 역점을 두고 편성했다.

서민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기준중위소득 2015년 도입 이후 역대 최대 폭인 5.47%로 인상하는 등 기초생활보장지원에 2조4000억원을 증액한다.

사회보험료 지원기준 최저임금을 120%에서 130% 확대해 27만8000명을 추가지원하고, 주거급여 선정 기준도 확대해 3만4000가구를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장애인과 노인, 한부모가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도 3조4000억원 늘렸다. 장애수당을 2015년 이후 처음으로 4만원에서 6만원으로 50% 인상한다.

발달장애인 주간 돌봄을 하루 8시간, 최대 월 154시간으로 늘린다. 장애인 콜택시 운영비 지원과 저상버스 확충, 중증장애인 출퇴근비용 지급 등 이동권 보장을 위한 예산도 반영했다.

노인 기초연금도 32만2000원으로 인상하고, 시설보호 종료 청년 자립수당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늘린다. 한부모가정 지원대상도 기존 중위소득 52%에서 60%로 확대한다.

반지하나 쪽방 등 취약주거지 거주자 1만5000가구에 보증금 무이자 대출을 신설하고, 민간임대로 이주하면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에너지바우처 지원액도 연간 12만7000원에서 18만5000원으로 40% 넘게 인상한다.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규모 역시 590억원에서 1690억원으로 대폭 확대한다.

◆지출 구조조정으로 사회적 약자 보호와 미래 투자 확충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과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에도 1조원을 투자한다. 원전산업생태계 회복을 위해 소형모듈원자로, 원전 해체 등과 관련한 핵심 기술개발 및 방폐장 건설, 전문인력 양성 등에 7000억원을 지원한다.

반도체와 원전, 양자, 우주, 첨단바이오 등 미래 핵심전략 기술에 4조9000억원을 집중 배정하고, 저탄소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배출권 할당기업과 친환경 설비 투자 등 녹색경제 기반구축에 3조4000억원을 편성한다.

건설 중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는 적기 완공과 신규노선 검토에도 6730억원을 투자한다. 또 도심항공교통 개인형 이동수단 등 미래교통수단을 조기 상용화도 지원한다.

폭우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심도 빗물 저류터널 3개 설치에 9000억원, 신속한 복구를 위한 재난대책비 1500억원도 반영했다. 산불긴급구조에 활용도가 높은 대형헬기 2대 등 헬기 8대도 도입한다.

탄도미사일 대응을 위한 한국형 3축 체계 고도화에 4500억원을 증액하고, 소대장 활동비를 병사 1인당 6만원으로, 주택수당은 월 16만원으로 인상해 군 간부 처우도 개선한다. 국가유공자 보훈급여도 5.5% 인상한다.

추 부총리는 “건전재정 전환은 장래를 생각할 때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미래 대비 투자를 확충하는 데 온전히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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