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br>▸철학박사<br>▸​​상지대학교 조교수<br>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선거철도 아닌데 정치권이 시끄럽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가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낸 비대위 전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됐다. 성상납 의혹으로 대표 자리에서 쫓겨난(?) 이준석 대표는 이 가처분 신청에서 사실상 승리함으로써 정치적으로 부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소위 “윤핵관”이라고 예상되는)이준석 대표를 축출한 세력은 정치적 타격을 입었지만, 다시 비대위를 구성하고 다른 건으로 이준석 대표를 징계하겠다고 나섰다. 이로 인해 국민의힘은 이준석 당대표 징계를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측과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측의 갈등으로 격랑에 빠졌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8월 28일, 이재명 의원이 77.7%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박용진 의원을 꺾고 당대표에 당선됐다. 그리고 5명의 최고위원 중 4명이 소위 “친이계”로 분류되는 의원이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를 “친명vs반명”, 혹은 “친명vs친문”으로 분류하고 그들의 갈등을 부추겼다. 후보들 역시 가장 유력 후보인 이재명 의원을 비판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흡사 같은 당 소속 의원이 아닌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두 당의 시끄러운 상황을 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어떨까? 이것은 여당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향한 관심도를 보면 알 수 있다. 8월 29일에 발표된 리얼미터 8월 4주차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33.6%를 기록했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 ±2.0%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 그런데 부정 평가는 63.3%였다. 그나마 이 기록은 몇 주 전에 비하여 올라간 수치였다. 같은 기간 다른 대통령에 비하여 무척 낮다. 그리고 여당의 지지율도 전혀 여당의 지지율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수치를 기록했다(국민의힘 39%, 민주당 45%).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향한 관심도도 무척 낮은 편이다. 제1야당, 그리고 170석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거대 야당의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이 잘 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것도 그럴 것이 소위 “어대명”, 즉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약자가 유행할 정도로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당선은 유력했다. 이로 인해 경쟁 후보였던 박용진 의원과 그 지지층의 이재명 의원을 향한 비난이 도를 넘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아울러 사람들의 관심은 당대표 선출이 아닌 최고위원 선출 결과에 집중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앞에서 나온 “친명vs반명”, 혹은 “친명vs친문”의 분류가 나왔고, 당대표 선거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더 집중됐다. 결국 시민들은 여당과 제1야당의 시끄러운 상황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당의 갈등 상황은 원칙을 생각하면 해법이 나온다. 대한민국의 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중요한 원리로 삼고 있다. 그런데 여당의 이준석 대표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당대표 자리에서 쫓아낸다면 수구 세력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지점인 “법치”를 어기는 행위다. 야당의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전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은 상황에서 누가 “반문”을 자처할 것인가? 또한 대선 후보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은 야당의 대항마인 이재명 후보를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대한민국 시민들은 기본적으로 정치권이 시끄러운 것을 싫어한다. 특히 권력 투쟁으로 인해 시끄러워지는 것을 싫어한다. 현재 두 당 모두 대통령 후보도 아닌 당대표 자리를 놓고 싸우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정치인들이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이 가능한지 여부와 연결된다. 정치인 자신의 정치 생명이 달려있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아도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정치인이 자기 정치 생명 때문에 정치권을 시끄럽게 만다는 것을 보며 정치 혐오를 더 많이 가지게 됐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필자는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굳이 그렇게 혐오할 필요가 없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원래 민주주의는 시끄럽다. 맹자(孟子)는 역성혁명(易姓革命), 즉 기존의 왕과 성이 다른 왕을 내세워서 천명을 바꾸는 행위를 주창했다. 신분제가 있었고, 왕이 존재했던 시대에 살았던 맹자도 혁명을 외쳤는데, 마음만 먹으면 권력자를 바꾸는 것이 법으로 보장된 시대에 사는 시민들이 시끄러운 것을 싫어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정치인의 최종 목표는 권력 획득이 목표다. 그리고 이것을 위한 싸움이 생기다보면 시끄러울 수 있다. 근대적 민주주의가 시작된 나라라고 평가받는 영국의 국회의사당에서 보수당 좌석과 노동당 좌석 사이의 거리는 근대 이전 칼을 찔러서 겨우 닿지 않는 정도라는 풍문이 있다. 이것은 원래 권력을 두고 목숨 걸고 칼싸움을 벌이는 대신 의회라는 제도 안에서의 토론으로 대체됐음을 표현한다고 평가된다.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법이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에서 잡음이 많고, 여당과 야당이 권력을 놓고 다투면서 정치권이 시끌시끌하다고 이 시끄러움을 싫어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은 이 시끄러움으로 인해 정치에 관심을 거두는 행위다. 정치에 관심을 거두면 정치권은 더 시끄러워지고, 이로 인해 정치에 관심을 더욱 거두면 정치권은 더더욱 시끄러워진다. 무엇보다도, 정치에 관심을 거두면 옳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으로 선출하지 못하고, “내가 옳은 생각을 가졌다”고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으로 두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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