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킹키부츠’ 공연장면 [사진제공=CJ ENM]<br>
뮤지컬 ‘킹키부츠’ 공연장면 [사진제공=CJ ENM]

어느 사회에나 편견은 있다.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하나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에서 우리는 여전히 남아있는 온갖 편견과 마주하곤 한다. 뮤지컬 ‘킹키부츠’에도 이에 맞서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사이먼으로 태어났으나 롤라로서 살길 바라는 인물.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그가 꿈꾸는 것은 바로 존재 자체만으로도 모두 사랑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 롤라가 우연히 신발공장 초보 사장 찰리를 만나 세상 어디에도 없던 신발을 신게 됐다. 그는 과연 아찔한 높이의 ‘킹키부츠’를 신고 편견이란 높은 담장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웰메이드 쇼뮤지컬 ‘킹키부츠’가 인기작다운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 20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이번 공연은 올해로 어느덧 다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 2014년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국에 첫인사를 전했던 뮤지컬 ‘킹키부츠’는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잡으며 줄곧 뜨거운 사랑을 받아왔다. 탄탄한 스토리를 빛내는 멋진 무대와 신나는 음악, 완벽한 캐스팅은 언제나 ‘킹키부츠’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오는 10월 23일까지 계속될 이번 시즌 공연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은 1979년 영국 노샘프턴 지역 브룩스 신발공장에서 일어난 실화에 기반해 탄생했다. 영국 BBC 방송 다큐멘터리 ‘트러블 앳 더 톱(Trouble at the Top)’에서 공개된 이야기는 새로운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더해 영화 ‘킨키부츠(2005)’로 완성됐고, 이로부터 영감을 얻은 창작진에 의해 뮤지컬화 되기에 이르렀다.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를 맡으면서 2013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뮤지컬 ‘킹키부츠’는 당해 토니상 6개 부문 수상, 로런스 올리비에상 3개 부문 수상뿐만 아니라 한국 뮤지컬 시상식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폐업 위기에 처한 150년 전통의 구두공장 ‘프라이스 앤 선’을 물려받게 된 찰리는 자신 앞에 놓인 모든 상황이 갑작스러울 뿐이다. 와중에 약혼녀 니콜라는 노샘프턴을 떠나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살자며 공장을 정리하길 끊임없이 요구한다. 그동안 회사 경영은 더욱 악화되고 신발 재고도 계속 쌓여만 간다. 고민 끝에 당장 재고 처리를 도와줄 친구를 만난 후 귀가하던 찰리는 길에서 곤란한 상황에 놓인 롤라를 구하는데, 알고 보니 그는 잘나가는 드래그 퀸(Drag queen)이었다.

짧고도 강렬한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현실에 부딪힌 찰리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해 준 대상은 바로 다름 아닌 롤라였다. 롤라가 공연할 때 구두 때문에 불편해하던 모습이 기억난 것이다. 찰리는 직원 해고 대신 지금까지 없었던 구두를 만들어 틈새시장을 개척하리라 결심하고, 곧장 공장 직원 로렌과 함께 롤라를 찾아간다. 그렇게 찰리와 롤라가 합심해 탄생시킨 결과물이 바로 80cm 높이의 ‘킹키부츠’다.

작품에는 물론 예상치 못한 위기나 갈등도 등장한다. 하지만 좀처럼 공통점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워 보였던 두 사람이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은 모두의 마음을 울리기 충분하다. 또 일반적 기준에 의해 평가받는 사람들이 당연하다시피 마주하게 되는 편견, 그에 따라 자연스레 발생하는 차별 또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시선임을 깨닫는다. 누구나 삶에 서툴지만, 경험과 배움을 통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 역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그저 단순하게만 보이지 않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보컬리스트 신디 로퍼가 만든 음악은 뮤지컬 ‘킹키부츠’를 더욱 화려하게 빛낸다. 실제로 그는 활동 내내 평등을 온몸으로 부르짖은 인물이다.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던 신디 로퍼가 ‘킹키부츠’를 탄생시킨 일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을지도 모른다. 놀랍게도 ‘킹키부츠’는 그가 처음으로 맡은 뮤지컬이었는데, 워낙 완벽하다 보니 오히려 신디 로퍼 혼자 이 모든 음악을 작곡한 것이 맞는지 의심하는 시선도 있었다고 할 정도다. 경쾌한 멜로디와 스토리 전개에 따라 알맞게 변화하는 템포, 저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리듬은 눈부신 퍼포먼스와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드래그 퀸 롤라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 'Land of Lola’와 작품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가득 담긴 ‘Raise You Up’, 'Everybody Say Yeah’는 워낙 강렬해서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다.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배우들의 조화 또한 뮤지컬 ‘킹키부츠’만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당초 이번 시즌 ‘초보 사장’ 찰리 역에는 이석훈, 김성규, 신재범이 캐스팅됐으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김성규가 조기 하차하면서 김호영이 빈자리를 채우게 됐다. 그는 앞선 2016년과 2018년 시즌에 찰리 역을 맡으며 앞서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 최윤영 평론가·아나운서·공연 칼럼니스트<br>-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공연을 말하다’<br>-클래식, 콘서트 등 문화예술공연 전문 MC<br>-미디어 트레이닝 및 인터뷰,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전문 강사<br>-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 경인방송 FM 리포터<br>
▲ 최윤영 평론가·아나운서·공연 칼럼니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공연을 말하다’
-클래식, 콘서트 등 문화예술공연 전문 MC
-미디어 트레이닝 및 인터뷰,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전문 강사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 경인방송 FM 리포터

또 ‘편견으로부터 자유를 찾는 남자’ 롤라 역은 최재림, 강홍석, 서경수가 맡아 좌중을 압도하는 무대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찰리를 각성하게 만든 ‘열혈 직원’ 로렌 역으로 김지우, 김환희, 나하나가 함께하며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 돈 역은 고창석과 심재현, 전재현이 맡아 완벽한 시너지를 이룬다.

여느 때보다 ‘함께’의 가치가 더 중요해진 요즘, 뮤지컬 ‘킹키부츠’는 세상에 전하고픈 메시지를 끊임없이 외친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나 자신을 찬양하라’던 롤라의 말은 그중에서도 꼭 잊지 말아야 할 마법의 주문과도 같다. 80cm짜리 ‘킹키부츠’가 선사한 최고의 무대는 반복되는 일상에 다시금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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