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조리부서 근무 12년차 홈플러스 노조 신순자 금천지회장
당당치킨 판매 이후 매출 10배 이상 증가에도 조리 노동자수 변함 없어
고질적인 만성 인원 부족 상황 속 점심시간·쉬는시간 쪼개 고강도로 일해
현장선 팔·어깨 등 지속적 통증 호소…이러한 사정에도 회사는 책임회피

조리부서 근무 12년차 홈플러스 금천 노조 지회장 신순자씨 ⓒ투데이신문
조리부서 근무 12년차 홈플러스 금천 노조 지회장 신순자씨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현정 기자홈플러스가 지난 6월 30일 출시한 1마리 6990원짜리 당당치킨은 고물가 시대에  1분에 5마리씩 팔릴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기본 2만원인 시대에 가성비 치킨 등장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하지만 당당치킨이 인기를 끌수록 괴로운 이들이 있다. 바로 홈플러스의  조리 노동자들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지부(이하 홈플러스 노조)는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조리노동자의 인력 충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홈플러스 노조는 “당당치킨 출시 이후 매출은 10배 가까이 늘었으나 조리노동자 수는 그대로”라며 “매출 규모에 맞는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당당치킨 매출 대박은 절대 오래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는 “매장당 5명에서 8명의 노동자가 매일 기존 5배에 달하는 치킨을 튀기기 위해 휴식 시간 없이 뜨거운 튀김 통 앞에서 일하고 있다”며 “점심시간이 반토막 나고 조기출근과 연장근무, 휴무일 출근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 같은 살인적인 노동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개선 여지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측은 당장의 인력 충원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당당치킨 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신규 채용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입장문을 통해 “당사 직원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 근무한다”라며 “현장의 여건을 고려해 하루 생산 물량을 제한하고 있고, 휴식 시간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노사간 대립이 극심한 가운데 <투데이신문>은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듣기 위해 홈플러스 금천 노조 지회장 서순자(55)씨를 만났다.

지난달 31일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중인 홈플러스 노조&nbsp;ⓒ투데이신문<br>
지난달 31일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중인 홈플러스 노조 ⓒ투데이신문

Q. 당당치킨 출시 이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본인이 겪은 것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

원래도 조리파트는 고질적인 만성 인원 부족에 시달렸다. 그런데 당당치킨 출시 이후 기존 업무인 이커머스도 그대로 맡으면서 말도 못 할 정도로 많은 닭을 튀겼다. 하루 30~40마리 정도 튀기던 것을 주말에는 12마리짜리 23박스, 276마리를 튀기기도 했다.

지난 8월 13일에는 아침 출근 후 홀로 닭 12마리들이 22상자를 옮겼다. 치킨뿐만이 아니다. 소스류도 워낙 많고 18㎏짜리 기름통 10박스를 물류창고에서 조리매장 냉장고까지 옮기기도 했다.

Q. 로테이션 근무로 알고 있다. 근무조가 나뉘어 있으면 다음 조가 일을 하면 되지 않나.

정해진 시간에 맞춰 치킨이 나와야 하는 데다 닭만 튀기는 게 아니라 준비 과정도 포함돼 있다. 주말 기준 아침에 10시에 36마리 12시에 48마리 11시에 48마리 3시에 48마리가 배분이 됐다. 심지어 5시 퇴근자의 경우에는 퇴근시간인 5시에도 치킨이 나와서 퇴근을 못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했다.

그리고 근무조가 있다 해도 닭을 미리 튀겨놓을 수 없기 때문에 이전 조 사람들은 다음 근무자를 위해서 미리 조리에 필요한 사전 과정들을 준비를 해놓는 작업을 한다.다시 말해, 오전 근무자가 오후 조리 준비를 하고 마감 근로자가 다음날 튀길 치킨 준비를 한다.

Q. 지금 말씀하신 수준의 업무 강도라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에도 제대로 쉬기 어려워보이는데.

원래 낮 12시 반에서 오후 1시에 점심을 먹는데 당당 치킨 출시 이후 제대로 먹어 본 적이 없다. 쉬는 시간이 반토막 난 건 물론이고, 치킨을 튀기느라 화장실 갈 틈도 내기 어렵다. 쉬는 시간이라고 나갔다 오면 관리자가 짜증 내는 경우도 있어서 제대로 쉬기 힘들다.

손목관절, 어깨 등 통증으로 3주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진단서 ⓒ투데이신문

Q. 앞선 기자회견에서 강도 높은 노동으로 질병이 생겼다고 밝혔는데.

현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조리 노동자들은 팔, 어깨 등에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또 뜨거운 기름을 사용하고 하루 종일 서서 일하다 보니 눈이 항상 충혈돼 있고 몸도 부어있다. 나도 팔을 들기 어려워질 정도로 상태가 악화돼 하루 20만원이 드는 치료를 세 차례 정도 받았다. 병원비도 비보험으로 처리돼 본인 부담이 크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회사에서는 여전히 책임회피 중이다.

Q. 일을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것 같다.

상황이 이쯤 되면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 싶지만 나는 세 자녀를 둔 한부모 가정의 가장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근로자들도 사정은 비슷해서 생계를 쉽게 그만둘 수 없다. 또 홈플러스에서 근무만 12년 차이다. 나에게는 정년까지 다닐 맘으로 애정을 갖고 하는 일이었다.

Q. 산재 신청을 했다고. 어떻게 진행 중인가.

지금 겪고 있는 질병을 직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안 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유를 물었더니 다치거나 부러지거나 한 게 아니라서  안된다는 거였다. 내가 일하다가 이렇게 된 거 아닌가. 억울해서 산재 신청은 해놓은 상태다.

하루 6차례에 걸쳐 나오는 당당치킨 스케쥴표 ⓒ투데이신문
하루 6차례에 걸쳐 나오는 당당치킨 스케쥴표 ⓒ투데이신문

Q. 업무 강도가 높아진 만큼 추가 수당은 없는지.

업무량에 따라 더해지는 수당은 없다. 다만 에스 직급이라고 시험을 봐서 통과하면 지급되는 수당이 있다. 조리는 해당사항이 없었는데 이번에 언론에 당당치킨이 화제가 되면서 조리 직군도 시험을 보게 됐다. 시험을 보려면 추천을 먼저 받아야 기회가 주어진다. 업무 강도나 위험 부담 같은 것과는 상관이 없다.

Q. 홈플러스 측은 적정 생산량을 지키고 있다고 하는데.

적정 생산량조차 예전 하루 생산량의 3~4배에 달한다. 여기에 당당치킨 유사상품인 당당 양념치킨, 당당 콘메오치킨, 당당 매콤 새우치킨 등도 같이 판매돼 홈플러스 측이 내놓은 적정 생산량 대책은 사실 의미가 없다.

Q. 마지막으로 회사 측에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가 있다면.

관리자들도 신규 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타 부서 근로자들을 이동시키는 인원 돌려막기만 하고 있다. 방해받지 않고 휴식할 수 있는 권리와 적절한 업무강도를 보장받기를 원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신규 채용만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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