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지칭한 듯한 비속어 논란
바이든 깔보는 발언 나와 일파만파
미국 내 여론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
반한 정서에 11월 중간선거 영향도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br>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속어를 사용한 것을 두고 국내외적으로 파문이 일어나고 있다. 카메라가 꺼진 것으로 알고 비속어를 남발했는데 그것이 해외 언론에도 알려지면서 과연 미국 의회를 모욕했는가에 대한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통령실은 미국 의회를 지칭한 것이 아니라 국내 국회 즉 야당을 지칭한 것이라고 수습을 하려고 했지만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미국 의회 내의 지한파 입지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누구도 예상 못한 발언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국제적으로 파문을 낳고 있다.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미국 뉴욕을 방문한 윤 대통령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48초 환담을 끝내고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함께 걸어 나오면서 카메라가 꺼진 것으로 착각을 하고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한 것이 세상에 공개됐다.

해당 영상은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풀 기자가 촬영한 것으로 취재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즉, 윤 대통령이 카메라가 꺼진 줄도 모르고 발언을 한 것이다.

결국 대통령실은 공적 발언이 아니라 사적 발언이라고 강조했지만 해당 발언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대통령이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은 즉각 외교 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이유는 ‘국회에서 이 XX들’은 미국 의회를 지칭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우리는 의회의 파트너들과 협력해 글로벌펀드에 60억 달러를 추가로 기부할 예정이며 오늘로써 글로벌펀드 전체 기부액은 140억 달러가 될 것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글로벌 펀드 기부금’을 발표했는데 미국 의회가 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면 ‘바이든이 쪽팔릴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당장 ‘국회에서 이 XX들’이 지칭하는 것이 미 의회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국회 특히 야당을 지칭한다고 밝혔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미국 이야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br>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

궁색한 변명

그러면서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고, ‘국회에서 이 XX들’은 미국 의회가 아니라 우리나라 국회 특히 야당을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 해명이 오히려 궁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해명은 결국 국내 정치가 얼어붙게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당 해명은 여야 협치를 훼손하는 것인 동시에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발언이 되기 때문에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국회에서 이 XX들’은 누가 보더라도 국내 정치 즉 야당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의회를 지칭하기 때문에 궁색한 변명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통령실이 변명을 한다고 해도 이미 해외 언론에서는 미국 의회를 모욕했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모욕(insulting)하는 발언이 마이크에 잡혔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짧게 만난 후 미 의원들을 모욕하는 말이 우연히 포착됐다”면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AFP통신도 윤 대통령의 ‘고약한 비난(foul-mouthed criticism)’을 전하며 “이미 낮은 지지율과 씨름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핵심 동맹 미국에 대한 폄하 발언이 마이크에 잡힌 뒤 다시금 곤경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비속어 파문은 미 의회 내 지한파의 정치적 입지를 좁히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고민 많은 지한파

현재 미국 의회는 지한파 의원들이 대거 입성해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친일파 의원들이 미국 의회를 잡으면서 일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왔지만 최근 들어 선거에서 지한파 의원들이 승리를 하면서 미국 의회에 입성했다.

이로 인해 지한파 의원들의 목소리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는데 이번 일로 인해 지한파 의원들의 목소리가 적어질 우려가 있다.

더욱이 펠로시 하원 의장의 패싱 논란까지 겹치면서 미국 내 여론이 반한 여론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굳건한 한미동맹에 균열이 가는 발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이것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정부를 향해 항의를 하지 않겠지만 감정이 훼손된 것은 틀림없다. 여기에 미국 의회 역시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지한파 의원들은 걱정이 앞서고 있다. 자칫하면 반한 여론이 뜨거워지면서 자신들의 선거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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