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졸속’‧‘특혜’ 우려 제기도

KDB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은 지난 26일 서울시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투자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제공=뉴시스]
KDB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은 지난 26일 서울시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투자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정부와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한 투자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그룹이 유상증자 2조원을 통해 대우조선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이 유력한 가운데, ‘졸속’‘특혜’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가 대우조선 앞으로 2조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최대주주에 올라 경영권을 얻는 방안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화는 앞서 2008년 대우조선 인수 협상에 나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약 6조원 규모의 인수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계약을 포기한 바 있다. 한화로서는 14년 만에 당시 인수자금의 3분의1 수준인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을 얻는 기회를 맞은 셈이다.

정부와 산은은 이번 협상을 두고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한 투자유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6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유치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이 근본적으로 경영정상화를 하려면 ‘민간 주인찾기’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은은 같은날 대우조선과 한화가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산은에 따르면 한화는 대우조선 앞으로 2조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49.3%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고, 산은은 원활한 투자 유치와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방안을 채권단과 함께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대우조선은 한화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경쟁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후속 입찰참여자의 입찰 조건과 한화의 우선권 행사 여부에 따라 최종 결정이 나겠지만 현재로서는 한화 외에 선택지가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우조선은 향후 3주동안 입찰의향서를 접수받은 뒤 최대 6주의 상세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 최종투자자가 선정돼 본계약을 체결하면 기업결합, 방산승인 등 국내외 인허가를 취득한 뒤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1000억원) 등의 계열사에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는 그 형태와 산정방식에 따라 7조원에서 13조원까지 추산되고 있다. 산은은 기존 대우조선 지분을 넘기는 방식이 아니기에 한화의 투자를 통해 자금 회수가 더 유리해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산은 강석헌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화에 조속히 매각하는 방안이)국민적 손실을 줄이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산은 관계자는 “지금 협상은 산은의 지분을 매각하는 게 아니라 신주발행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이기에 ‘헐값매각’과는 거리가 있다”면서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2015년 이후 대우조선에 총 7조1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민간투자를 유치해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면 이에 따른 자금 회수도 가능성도 높아지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졸속’, ‘특혜’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7일 입장발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우조선은 한국 조선산업을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이자 방위산업이며 한 지역의 경제를 책임지는 중요한 향토기업이다”라며 “왜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후의 대책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졸속매각특혜매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우조선은 그동안 채권단의 자율 지원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진행해 왔으며 2019년부터는 현대중공업과 M&A거래가 추진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초 EU의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으로 최종 거래가 무산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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