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농민 농지 소유 예외 늘어나며 ‘경자유전의 원칙’ 유명무실해져
“수확량 절반 임차료로 지불…농사 망치면 부재지주 봉사활동한 것”
“평당 6만원하던 땅이 13~15만원으로” 농민은 치솟는 땅값 구경만
농지법 개정해도 비농민 농지 소유 여전 “전체농지 전수조사 필요”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이 고조되던 지난해 3월,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투기 의혹 토지에 보상이 목적으로 보이는 묘목이 빼곡히 심어져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이 고조되던 지난해 3월,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투기 의혹 토지에 보상이 목적으로 보이는 묘목이 빼곡히 심어져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유례를 찾기 힘든 가파른 집값 상승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정부는 온갖 부동산정책을 쏟아냈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이 주도한 집값 앞에선 ‘백약이 무효’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만연해 있던 땅 투기가 성난 민심에 불을 당겼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신도시 개발 지역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어 ‘대장동 게이트’ 사건이 터지며 부동산개발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막대한 차익을 실현하는지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투데이신문>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 만 18세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 응답자의 68.9%가 우리나라의 집값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약간 높은 수준’(21.4%)이라고 답한 응답자를 합하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90.2%)은 현재의 집값이 높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렇다보니 새정부의 핵심 과제는 부동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정부는 주택 250만호+a 공급정책을 내세우며 막대한 주택물량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주택 보급률 100%를 초과한지 오래인 현재를 감안하면 과연 공급만으로 충분할지 의문이 떠오른다. 부동산 문제의 심화는 수도권 집중화와 함께 진행된 사안이다. 수도권에 밀집된 공급이 오히려 집중화를 부채질한다면 부동산 시장 안정은 더 멀어질 수도 있다. 본보는 이번 기획을 통해 부동산 문제와 사회 각 분야는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살펴 근원적인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부동산 투기수법의 전형 중 하나가 기획부동산의 농지 거래다. 농산물 생산기반인 농지가 개발호재를 미끼로 한 투기수단으로 전락하며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지역의 농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농지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지난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약 7000여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의혹을 공개했다. 전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LH직원 땅투기 의혹사건의 시작이다.

LH직원들이 매입한 신도시 지구 내 토지의 98.6%는 농지였다. 헌법과 농지법은 농사짓는 농민이 농지를 소유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이른바 ‘경자유전의 원칙’으로 이에 따르면 비농민인 LH직원들은 농지를 구입할 수 없어야 했다.

그러나 여러 예외가 인정되며 상당수의 농지를 비농민이나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헌법 제121조를 보면 1항에서는 ‘국가는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밝혔다. 이어 2항에서는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인정된다’며 예외가 인정될 길을 열어두고 있다. 농지법 역시 제6조 1항에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돼 있으나 2항부터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여러 예외사항을 나열하고 있다.

비농민이 농지를 소유하게 되는 보편적인 방법은 상속이다. 문제는 농업법인으로 위장한 기획부동산이 횡행하며 부동산 투기의 일환으로 농지에 접근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지난달 21일 “경기도에서만 3년간 농지 취득 농업법인 기준으로 (감면받은 취득세의)862건, 71억여원이 추징됐다”라며 “농업법인의 농지 용도 외 사용과 농지투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경기도로부터 제출받은 ‘경기도 31개 시군별 자경농민·농업법인 취득세 감면, 추징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농업법인이 농지 취득 시 감면받은 취득세 감면건수는 792건이었으며 이중 199건(25.1%)이 다시 추징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감면 602건 중 400건(66.4%)이 농지를 용도 외로 사용하거나 농지 투기를 한 혐의로 취득세를 추징당했다.

“농사짓는 논의 3분의2가 임차…땅주인만 15명”

농지가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전락하는 동안, 전국의 농지가격은 꾸준히 상승해 농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쌀농가들은 경작할 논을 충분히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높은 임차료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 모습이다.

전라북도 익산시는 호남평야를 끼고 있어 우리나라 대표 곡창지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상당수의 농민들은 외지인이 소유한 농지를 임차해 농사를 짓고 있으며 농지가격뿐 아니라 임차료도 올라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다.

익산시 황등면에서 만난 농민 A씨는 “60필지(약 7만2000평) 남짓한 논에서 농사짓는데 이 중에서 40필지는 임차했다”라며 “땅주인만 15명인데 부재지주(토지 소재지에 거주하지 않는 지주)가 많은 편이다”라고 농사현황을 전했다. 그는 “논농사는 기계화가 이뤄졌으며 면적당 수익도 낮아 농지가 넓어야 유리하다. 그러다보니 다들 농지를 구하는데 어려워한다”고 설명했다.

논농사는 가장 보편적이지만 전업을 한다면 상당한 자본을 필요로 한다. 논농사는 100% 기계화가 이뤄져 콤바인, 트랙터 등의 농기계가 필요하고 이들 농기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넓은 경작지가 요구된다. A씨는 최근 국산 콤바인을 9000만원에 구입했다. 성능이 더 좋은 일제 콤바인은 1억2000만원대라고 한다. 여기에 매년 관리비만 해도 700만원 이상 들어간다.

값비싼 농기계를 놀릴 수는 없으니 경작지를 넓혀야 한다. 그런데 외지인들이 농지거래에 손을 대며 땅값이 치솟는다. 각종 개발 이슈가 맞물리면서 또 가격이 올라간다. 높은 가격대를 맞출 수 없는 농민들은 임차로 방향을 돌리게 됐다. 익산지역 농민들에 따르면 현재 농지가격은 평당 13만~15만원 대에 형성돼 있다.

임차료 역시 농민들 간 서로 임차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붙으며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A씨는 “1필지당 보통 25섬(1섬당 110~120㎏)을 생산하는데 12섬을 임차료로 낸다. 수확량의 절반이 임차료로 나간다”라며 “만약 자연재해로 생산에 타격을 받으면 1년 농사를 지은 게 아니라 지주들 봉사활동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탄식했다.

익산시 함열읍에서 만난 농민 B씨는 “논농사 12~13필지(약 1만5000평)를 짓는데 4필지만 자가고 나머지는 임차”라며 “5년 전에 평당 6만원대에 농지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2배나 올라 농지를 더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수지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임차농들은 아예 농업직불금(공익기능증진직불)까지 땅주인이 받도록 하기도 한다. 땅주인이 직불금을 받으면 지역농협 조합원 자격이 주어져 조합원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농업활동을 통해 식품안전, 환경보전, 농촌유지 등 공익을 창출하도록 직불금을 지원하고 있다. 농사를 짓지 않는 땅주인이 이 직불금을 수령한다면 부당수령이 되지만 ‘을’의 입장인 임차농 중 일부는 이마저 감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B씨는 지난해 임차한 논에서 갑작스레 쫓겨나기도 했다. 그는 “2000평 가량인 논인데 다른 사람이 샀다고 한다. 새로 바뀐 땅주인이 임차를 하지 않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면서 “자기가 직접 농사짓는다고 구입하기도 하고 축사를 짓는다거나 태양광 개발 때문에 땅을 사기도 한다. 그러면서 농민들이 도저히 살 엄두도 낼 수 없을 정도로 농지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농민들의 토지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공적제도가 있기는 하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지은행사업을 하고 있으며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에서 국·공유지의 농지를 임차할 수도 있다.

현장의 농민들은 이들 기관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한 농민은 “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을 통해 임차하면 상대적으로 임차료가 낮긴 하다”면서도 “농어촌공사는 평가기관의 감정평가를 통해 농지를 매입하는데 부동산업계가 가격을 올려서 팔려고 하면 속수무책이다. 예를 들어 농지를 농어촌공사에 팔고 싶으면 인근에 작은 농지를 고가에 매입해 이를 기준으로 감정가가 나오도록 한다. 그러다보니 터무니 없이 바싸게 매입해 농지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충청남도 당진시는 간척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농지가 조성돼 있다. 당진시농민회 김희봉 회장은 “대다수 농민들이 임차로 논농사를 짓는데 논을 구하기 쉽지 않다”면서 “캠코에서 국·공유지 논을 관리하는데 여기는 공개 입찰로 임대를 한다. 그러다보니 임차료가 높게 형성된다”고 사정을 전했다.

캠코 내포지사 관계자는 “국유재산의 대부계약은 일반경쟁입찰이 원칙”이라며 “농지는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경쟁입찰이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료는 공시지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산출한 농업총수익상한액을 기준으로 책정한 대부료 중 낮은 금액으로 기준을 부과한다. 대부계약은 보통 5년 단위로 계약한다”고 부연했다.

한 농민이 지난 8월 21일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문양역 인근 논에서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 농민이 지난 8월 21일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문양역 인근 논에서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가짜농민’ 잡고자 농지법 개정했지만

LH직원들의 농지 투기 의혹으로 전국민적 공분이 들끓자 정부는 지난해 3월 농지 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농지관리 개선방안은 창농·귀농, 건전한 체험영농 목적의 농지취득은 저해하지 않되 취득 심사 및 사후점검 강화, 부당이득 환수 등으로 농지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어 국회는 지난해 7월 농지법,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농지투기3법’이 통과되며 기존보다 농지 취득자격심사가 보강되고 취득 이후의 사후관리 및 제재도 한층 강화됐다. 

농가 세대별로 관리하던 ‘농지원부’는 필지별 ‘농지대장’으로 전면 개편됐으며 시·구·읍·면에 농지위원회를 설치할 근거를 마련해 투기우려지역 등에서 농지를 취득할 때엔 지자체 농지위원회 심의를 의무화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법률안 통과로 농지 취득자격 심사 및 사후관리 강화,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 부동산업 영위 불법 농업법인의 설립·운영 규제 강화, 부당이득 환수 등 농지투기 근절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농식품부는 제도 개선에 이어 전국 농지에 대한 이용실태조사도 추진하고 있다. 농지이용실태조사는 올해부터 매년 실시하도록 의무화됐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 ▲농업법인·외국인·외국국적동포가 소유한 농지와 최근 5년간 농지취득자격증명이 발급된 농지 ▲소재지 시군구 또는 이와 연접한 시군구에 주소를 두지 않은 자가 최근 5년간 취득한 농지 ▲최근 5년간 공유로 취득된 농지 등을 대상으로 무단휴경, 불법 임대차 등 농지 소유자의 농업경영 여부와 불법 전용 여부를 조사한다.

익산지역에서 만난 농민들은 “농지법 개정으로 부재지주들이 약간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면서도 실제적인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읍·면별로 구성된 농지위원회의 역할이 관건이라고 봤다.

농지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농지 취득자격을 심사하는 체계를 보완하고자 지역 농민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서류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실제 농지 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농민들은 “같은 동네의 서로 아는 사람간의 문제라 나서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며 “어떤 지역은 활성화될 수도 있겠지만 지역간 활동편차가 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부산경남연맹 조병옥 의장은 “지난해부터 부재지주들이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놀리던 농지도 인근 농민들에게 땅을 갈아달라고 요청하거나 농작물을 심기도 한다”면서 “농지위원회가 활동하면서 투기수요가 위축되고 땅값도 약간 떨어지고 있다”고 농지제도 개선의 효과를 전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서 농지제도개선 소분과장을 맡았던 조 의장은 “농지법 개정 등으로 약간 문턱을 높였지만 농지가 투기대상이 된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낮은 식량자급률을 제고하겠다는데 현재 156만㏊의 농지로는 자급률 향상에 한계가 있다. 사라지는 농지 문제를 막지 않고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체 농지에 대한 전수조사 이뤄질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8월 발표한 6.1지방선거 광역 및 서울경기 자치단체장 당선자 부동산 재산 분석 결과를 보면 농지법상 비농민이 예외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1000㎡ 이상 농지를 보유한 당선자가 23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부동산 재산만 약 513억원에 달했는데 그는 농지만 8만5874㎡(약 2만6000평, 신고액 약 29억원)을 소유하고 있었다. 경실련은 “이들이 보유한 농지에서 실제 경작을 하고 있는지 취득과정은 적법했는지 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농업계에서는 농지 문제 해결의 시작으로 전체 농지에 대한 전수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 의장은 “정부는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현재의 농지 데이터는 부실한 면이 있다”라며 “표본조사만으로는 상속농지는 어느 규모인지 임대차계약은 어떻게 맺었는지 임차료는 지역별로 어떻게 형성됐는지 등의 구체적인 사안을 알 수 없다”라며 농지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해 7월 30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농지전수조사 실시, 투기농지 몰수, 농기공개념 도입 등을 촉구하며 차량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해 7월 30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농지전수조사 실시, 투기농지 몰수, 농기공개념 도입 등을 촉구하며 차량시위를 진행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농은 지난해 8월 성명에서 “개정된 농지법은 이전 농지투기 등 불법 농지 소유에 대해 묵인하고 새롭게 이후 상황에 대한 관리만 강화하자는 것으로 농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농지가 농민의 것이 아니어서 농지가 영농의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공급할 식량을 생산할 토대인 농지가 사라질 것”이라며 “농지투기를 근절하려면 농지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가 먼저 진행돼야 한다. 투기를 목적으로 농지를 구입했는데 자신들의 수익을 포기하고 정부의 농지관리에 협조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올 4월 농지 소유 및 이용 실태 전수조사를 위한 특별법(이하 농지전수조사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농지법 개정에 따른 농지 실태조사는 모든 농지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조사항목도 명확하지 않아 실제 농지의 소유와 이용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특별법에 따른)실태조사는 전국 모든 농지를 대상으로 소재지와 농지에 대한 기본항목, 소유자 이름과 주소 및 취득 목적, 경작자명과 자경 여부 및 재배품목, 농지전용, 공익직접지불금 대상 여부 등을 나눠 조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농지에 대한 전수조사는 1949년 농지개혁 이후 단 한 차례도 실시된 적이 없다. 그러는동안 비농민의 농지소유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국토개발을 이유로 농지에 대한 전용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농지제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크지만 무엇을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알 수 없고 부정확한 자료에 근거한 농지정책에 대한 불신도 큰 게 솔직한 현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농지전수조사특별법은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의 반대에 부딪힌 채 국회 농해수위에 계류된 상태다. 해당법에 대한 국회 검토보고를 보면 농식품부는 “특별법 제정에 따른 조사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고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는 표본조사로도 충분하다”라며 “전수조사 시 필연적으로 대규모 인력과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나 농지 소유 및 임대차 관계가 지속적으로 변경되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 투입 대비 효과성이 크지 않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한편으로 농지 문제의 해결은 다시 ‘경자유전의 원칙’에서 찾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이수미 연구기획팀장은 “현장에서는 전체 농민의 70~80%는 임차농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경자유전의 원칙’이 헌법과 농지법에 담겨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라며 “8년간 농사를 지으면 농지 양도시 양도소득세가 100% 감면된다. 그런데 부재지주가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누리려고 농민으로 위장해 임차농의 직불금을 수령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유명무실해진 ‘경자유전의 원칙’을 견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며 “현재 논의 중인 ‘농민·농업·농촌정책기본법’(이하 농민기본법)에서 이 원칙을 살려 비농민이 소유한 농지를 정부가 매입해 농민이 농지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반영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농민기본법은 지난 1월 동법의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농해수위에 회부된 바 있다.

특별한 산업기반이 없는 대다수 농촌지역은 여전히 농업이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농업은 농민이 농사를 짓는 농지가 꼭 있어야 한다. 그 농지가 부동산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해 사라지면 농민이 살 수 없고 농민이 살지 않는 농촌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비용 투입 대비 효과’라는 효율성으로 농지 문제를 바라보면 안 되는 이유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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