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표현의 자유 관련한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표현의 자유 관련한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 작품이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박물관에 전시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다.

5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하 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된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윤석열차’라는 제목의 만화 작품이 전시됐다.

‘윤석열차’는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카툰 부문 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 동안 한국만화박물관에 게시되기도 했다.

해당 그림에는 윤 대통령의 얼굴을 지닌 열차가 크게 자리해 있으며, 조종석에 아내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여성이 그려져 있다. 열차 객실 칸에는 검사 복장의 남성 여러 명이 칼을 든 채 열차에 타고 있으며, 그 앞에는 시민들이 놀라 달아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작품의 전시 사실이 알려지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었다. ‘문화계 전체의 편향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박물관에 전시하는 작품은 가려내야 한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줘야 한다’, ‘계속해서 더 좋은 풍자로 사회현상을 낱낱이 고발해달라’는 등 전시를 지지하는 누리꾼들로 나뉘어 설전을 이어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체부는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어긋난다”며 “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체부는 진흥원이 공모전을 개최하면서 문체부의 승인사항을 위반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문체부는 “진흥원의 실제 공모요강에서는 표절·도용·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경우 등의 결격사항이 누락 됐으며, 이를 심사위원에게 미공지했다”며 “미발표된 순수 창작품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검토되지 않았던 점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체부는 승인한 사항을 위반한 상태로 진흥원이 후원 명칭을 사용했다며 규정에 따라 신속히 관련 조치를 이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진흥원 측은 당초 예정된 전시회에 수상작을 전시했을 뿐이며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현실을 풍자한 그림은 예전부터 있어 왔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조용익 부천시장도 같은날 자신의 SNS를 통해 입장을 드러냈다. 조 시장은 “카툰의 사전적 의미는 ‘주로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한 컷짜리 만화’다”며 “풍자는 창작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전국학생만화공모전의 공모 부문은 ‘카툰’과 ‘웹툰’이었고, 공모주제는 ‘자유주제’였다”며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소년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간섭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와 관련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문체부의 행보가 표현의 자유를 해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게 ‘윤석열차’ 그림을 제시하며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견해를 물었다. 김 처장은 “아무 정보가 없지만 그림만 봤을 때,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표현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닌 표절 의혹이 문제라며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지난 2019년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를 비판한 정책 카툰을 보면 해당 그림이 표절임을 바로 알 수 있다”며 “사건의 본질은 윤석열차를 그린 학생이 표절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웹툰업계에서도 윤 대통령 풍자 그림 수상작을 엄중 경고 조처한 문체부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웹툰 작가 단체인 사단법인 웹툰협회는 5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문체부는 ‘사회적 물의’라는 지극히 주관적 잣대를 핑계 삼은 채 노골적으로 정부 예산을 언급하며 헌법의 기본권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시절 관련자들이 사법 단죄를 받은 ‘블랙리스트’ 행태를 대놓고 저지르겠다는 소신 발언은 경악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은 “관련 부처에서 대응한 내용을 참고해주기 바란다”면서 “따로 입장을 내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