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 유아동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28.4%
10명 중 4명 이상은 IT 기기 없을 때 불안 느껴
IT 기기 중독자의 회백질 양 일반인 보다 적어
청소년기 의존, 성인 이후 삶에도 부정적 영향
“사용습관 스스로 점검 하고 목적 명확히 해야”

 

4대 중독에는 알코올, 인터넷, 도박, 마약 등이 포함된다. 이 중독 현상들은 오래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인지됐다. 그만큼 관련 연구와 문제해결을 위한 예방 및 노력도 이어져 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새롭게 대두된 중독현상들이 있다. 투자, 기술, 음식 중독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투자, 기술, 음식 등은 대부분의 경우 서로에게 권유된다는 점에서 그 중독의 위험성이 은폐돼 있다. 지인이 주식 종목을 추천하고 새로운 IT 기기에 대한 경험을 나누며 맛집을 공유하는 행동은 매우 자연스럽다. 하지만 반복적인 자극과 행동은 그것이 무엇이든 중독의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는 현대 자본주의가 사실상 대중의 크고 작은 중독을 매개로 유지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新중독 보고서’ 기획은 물질 중독 등 이미 알려진 현상 외에 새로운 시대 변화와 함께 발생한 중독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 기획됐다. 구체적으로는 투자행위에 잠재된 도박의 위험과 IT기기 사용 습관에서 엿볼 수 있는 기술 중독 사회에 대한 전망, 아울러 이른바 ‘푸드 포르노’가 일상이 된 사회의 부작용 등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려 했다. 나아가 감각만 자극하는 중독 문화에서 건강한 몰입으로 이행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고자 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미국 시카고의 한 동물원에는 ‘아마레’라는 이름의 고릴라가 살고 있다. 아마레는 호기심이 많았는데 동물원의 유리 칸막이 옆에 않아 방문객의 스마트폰 엿보기를 즐겼다. 아마레의 모습은 지난 4월 폭스 뉴스 등 현지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 스마트폰을 보는 그 눈빛과 자세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사육사들은 방문객이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못하도록 완충 구역을 만들어야 했다. 아마레가 다른 고릴라에게 공격당하는 것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IT 기기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사육사들은 아마레의 행동이 점점 더 산만해진다고 판단했으며 이에 따른 무리 내 집단 괴롬힘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레의 이야기가 중독 증상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동물의 스마트폰 중독 사례도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람이 아닌 영장류도 몰입할 정도로 IT 기기의 자극이 강렬하다는 점만큼은 명확히 보여준 사례였다. 

이 같은 모습은 아이들의 경우에서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례로 칭얼대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건네주는 부모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 흔한데, 아이는 영상을 바라보는 순간만큼은 부모의 관심이 없어도 괜찮은 것처럼 빠르게 몰입한다. 하지만 자극이 반복되고 습관이 되면 결국 의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국 1만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해 올해 3월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3세에서 9세 사이 유아동의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 비율이 28.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 시기부터 아이들의 생활습관이 IT 기기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동물과 유아동의 사례로 특정 짓지 않더라도 IT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팬데믹은 삶의 양상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온라인 비대면 서비스의 생활화는 아직 먼 이야기로 여겨졌지만 물리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모든 것이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됐다. 

오프라인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있어 중요한 영역이지만 4차산업과 관련된 핵심 기업들은 메타버스와 가상화폐를 통한 디지털 공간의 확장을 꿈꾼다. 이는 곧 우리의 생활과 IT기술이 맞닿는 접점이 더욱 넓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안으로부터 시작되는 의존

문제는 IT기술이 사람에게 불안과 의존을 불러일으킨다는 데에 있다. 불안은 행동이 중독으로 이어지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매개로 지목된다. 

중독 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저드슨 브루어 박사는 저서 <불안이라는 중독>에서 알코올 중독을 포함한 다양한 양상의 중독 현상들의 바탕에 불안이 자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의존하는 대상은 그것이 무엇이든 분리에 대한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기기의 경우 소비자가 디지털 세계에서 누리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집약돼 있어 의존 대상이 되기 쉽다. 

검색, 쇼핑, 금융, 소통 등 매개 되는 활동이 많아질수록 이용 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IT 기기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을 느낀다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투데이신문>이 두잇서베이에 의뢰해 10대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IT 기기 이용 현황 및 행태 설문조사’에서도 ‘IT 기기가 주변에 없으면 불안감을 느낀다’라는 질문에 11.3%가 ‘매우 그렇다’, 32.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44.1%의 응답자가 IT 기기에 대한 의존 증상을 느낀다고 대답한 것이다. 

 

또 전체 설문 참여자의 45.9%는 ‘IT 기기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해 IT 기기 사용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용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매우 그렇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전체의 12.3%를 차지했으며 ‘그렇다’ 33.6%, ‘보통이다’ 31.7%, ‘그렇지 않다’ 16.8%, ‘전혀 그렇지 않다’ 5.5%로 조사됐다.  

이용시간 정도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루 평균 IT 기기 이용시간’을 묻는 질문에는 ‘5시간 이상 10시간 미만’이 22.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10시간 이상’ 이용한다고 답변한 응답자도 6.4%나 됐다. 이외에는 ‘4시간 이상 5시간 미만’이 15.7%, ‘3시간 이상 4시간 미만’ 18.3%, ‘2시간 이상 3시간 미만’ 20%, ‘1시간 이상 2시간 미만’ 14%, ‘1시간 미만’ 3.3%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IT기기인 스마트폰 중독 정도에 대한 자가 평가에서도 6.7%의 이용자가 ‘매우 높음’, 31%가 ‘약간 높음’이라고 답변해 10명 중 4명은 IT 기기 이용 행태에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독이나 과의존 정도를 파악할 때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지 여부를 확인하는데 ‘IT 기기 사용 시간으로 학습, 업무에 방해를 받은 적이 있다’는 질문에 21.9%가 ‘그렇다’, 3.9%가 ‘매우 그렇다’고 대답했다. 마찬가지로 ‘IT 기기 사용 시간으로 수면 등 일상생활에 방해를 받은 적이 있다’는 물음에는 32.1%가 ‘그렇다’, 7.8%가 ‘매우 그렇다’고 답변했다.  

[표 제공=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
[표 제공=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

건강과 대인관계에 악영향

IT 기기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건강에 적신호가 발생했다는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투데이신문>이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IT 기기 이용 시간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긴적이 있다’는 질문에 18.3%의 이용자가 ‘그렇다’는 취지로 응답했으며 ‘가족 및 주위 사람과 다툼이 발생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설문자도 14.6%로 적지 않았다. 

과도한 IT 기기 사용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 사례는 매우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대표적으로 ▲거북목 증후군 ▲비만 ▲위장장애 ▲디지털 치매 ▲시력저하 ▲수면장애 등을 지목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관련해서는 ▲일자목증후군 ▲안구건조증 ▲불면증 ▲방아쇠손가락 ▲손목건초염 ▲손목터널증후군 등을 소위 6대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6대 질병과 관련한 진료비는 2016년 3870억원에서 2020년 5871억원으로 5년 새 51.7%가 증가했다. 이 기간 진료를 받은 인원은 2899만명에 이르렀으며 이에 따른 진료비는 2조4184억원에 달했다. 

이와 관련 서 의원은 “국민들의 스마트폰 사용률과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스마트폰 관련 진료비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라며 “정보화 시대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무척 높은 만큼, 이로 인한 국민건강 보호 및 증진을 위한 대책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짧고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

IT 기기 의존과 중독은 무엇보다 사용자의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사람의 뇌는 후두엽에서 시각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전두엽으로 전달해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IT 기기를 통해 주로 접하게 되는 이미지, 동영상, 게임 등은 후두엽에서 바로 처리가 이뤄져 기억력, 사고력, 추리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을 발달시킬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 이 같은 위험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관련한 연구는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먼저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연구진은 2020년 국제학술지 ‘중독행위(Addictive Behaviors)’에 스마트폰 중독자의 뇌 몇몇 부위에서 회백질(대뇌피질)의 양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한국정보기술학회지나 대한감각통합치료학회지에 등재된 논문 등에서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비례해 뇌 회백질의 두께가 얇아진다는 내용들이 인용되고 있다.    

회백질은 뇌의 신경세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부위에 따라 감각, 운동, 언어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중요한 영역이다. 특히 인간의 기억, 상상, 학습, 이성적 활동 등 복잡한 정신활동 수행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감정과 행동 통제에도 영향을 준다. 

때문에 얇은 회백질은 치매 환자에게도 문제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장기간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회백질의 표면적이 평균보다 적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데이비드 베리 교수는 이처럼 감각적인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에만 익숙해진 뇌를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고 이름 짓기도 했다. 

그는 IT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팝콘 브레인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는 팝콘이 터지듯 크고 강하고 즉각적인 반응에만 뇌가 반응하는 현상을 말한다. 

팝콘 브레인 상태가 되면 숙고가 필요한 타인의 감성이나 현실에 무감각해지며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들만 추구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방수영 교수는 “스마트기기 중독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고 연구마다 차이가 있다. 아직까지는 게임중독 외에 공식적인 진단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스마트 기기 중독이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스마트폰을 보는 행동이 뇌의 중독회로인 도파민을 활성 시키고 이를 선택적으로 작동하게 해 중독과 관련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표 출처=e 나라지표]
[표 출처=e 나라지표]

“부정적 감정 달래기 위한 회피 지양해야”

IT 기기를 포함한 기술 중독은 일상생활과 떼어 놓기 어렵다는 점에서 남다른 위험성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 과의존인 학생을 예로 든다면, IT 기기의 이용시간을 의식적으로 줄이고 통제해야 하지만 인터넷 강의와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된 교육 환경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에 따라,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으로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증가했다. 진흥원이 실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도 전체 조사 대상 중 과의존 비율은 2016년 17.8%에서 2017년 18.6%, 2018년 19.1%, 2019년 20%, 2020년 23.2%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IT 기기 과의존 현상은 사회적 배경 외에 개인의 심리, 정서적 특성, 가정환경적 요인과도 연관이 있다. 특히 과도한 학업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의 부정적인 심리적 경험은 빠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스마트폰 의존을 유발하고 이는 성인기까지 습관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성장기 습관이 성인기에 이르러 직업적 성취나 생산성, 삶의 만족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IT 기술에 대한 혁신이 이뤄질수록 이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비스트는 이미 20여년 전 인류 사회가 첨단기술에 의존하면서 ‘기술중독지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피할 수 없는 일상적 기술 중독 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IT 기기의 사용습관을 스스로 점검하고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여기에는 오프라인 활동을 늘려가며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생활화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과의존대응팀 박종선 팀장은 “현대사회에서는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의 자기 점검이 필수다”라며 “사용 목적을 명확하게 하고 스스로 사용 시간을 정해두고 조절하는 등 약속을 정해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의 노력이 거듭 실패로 다가온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라며 “또 올바른 사용 습관을 위해 독서, 운동, 동아리, 봉사 등 오프라인 활동을 늘려가고 최근 사용하지 않은 앱 삭제하기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개인의 심리상태 우울, 불안 등 부정적 감정을 달래기 위해 자신에게 익숙한 스마트 기기로 회피하기 쉽다”라며 “스마트 기기보다는 감정을 알아채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 교수 역시 “현대사회에서는 IT 기술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알코올 중독이라고 하면 알코올을 끊으면 되지만 스마트 기기의 사용 중단은 일상생활에서 가능하지 않다”라며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범위를 지정하고 그것이 지켜질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전략을 짜고 달성해가며 스스로 조절력을 키우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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