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과중’ 안전사고 위험 노출…인사 시스템 구조적 문제 지적
보험영업 등 부당 업무지시 논란…직원 근태감시 ‘인권침해 우려’
사측 “차량 감차는 임시 조치, 부당 감시·영업 종용 없었다”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최근 SPC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근로자 사망 사고로 노동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물리보안 1위 업체 에스원의 첨단보안직(CS) 요원들도 열악한 근무환경을 성토했다. 과중된 업무로 인한 과부하 속에서, 부당한 업무지시와 근태 감시 등 마음고생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었다는 것. 지난 3분기 매출 6218억원, 영업이익 554억원 등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은 실적의 그늘에서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과 인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7일 본보 취재 결과 에스원 CS 직원들은 지속된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수급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자 각 지사에서는 야간에 운영하는 차량 수를 줄였고, 이로 인해 개별 직원들이 담당해야 하는 출동 권역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근로자의 피로가 가중되는 만큼,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 비수도권 지역의 한 지사에서는 전체 6대의 차량 중 4대만을 운영했다가, 노조 측의 항의로 원복된 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현장 직원 A씨는 “예를 들어 4대의 차량이 각자 4군데의 지역을 맡고 있는 상태에서 야간에 차량 1대를 줄이면, 각 직원들이 담당해야 할 구역이 1.5배 넓어지고 그만큼 출동거리와 업무량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현장 출동요원들에게 자사 보험 영업을 강요했다는 정황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해당 상품에 대한 사내 교육을 진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자료 출처=제보자 제공]
현장 출동요원들에게 자사 보험 영업을 강요했다는 정황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해당 상품에 대한 사내 교육을 진행한 내용이 담긴 사내 SNS. [자료 출처=제보자 제공]

부당한 업무를 지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객사를 대상으로 방범 서비스 외에 화재복구지원금을 지급하는 보험 상품이 출시되자, 각 지사의 관리자들이 출동요원들에게 이에 대한 영업을 종용했다는 것. 개별 직원들의 인사평정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사실상 ‘강요’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였다. 관련해 <에스원 화재안심보험>에 대한 사내 교육이 진행된 사실도 사내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게시물에는 동영상 학습 및 질의응답을 통해 상품의 장점과 업종·건물 급수별 가입 여부 등의 내용을 교육했다는 내용이 서술돼 있었다.

A씨는 “출동요원이 고객사에 가서 관련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고객 측에서 이에 응할 시 보험 관련 담당자에게 인계하는 형태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에스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경비업 외에 다른 업무를 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이같은 행태가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시 의도가 엿보이는 관행도 일선 요원들의 고충이었다. 순찰 차량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가 운전석 쪽을 비추도록 각도를 일부 수정해 사측이 직원들을 감시하는데 악용했다는 주장이다. 사측에서는 고객사 열쇠 보관용 금고를 비추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A씨는 “근무자의 휴식이나 대기 등도 차량 내에서 이뤄지는데, 그 장면들까지 전부 촬영되고 있다”며 “차량 사고 등의 상황이 발생할 시 근무자의 과실 여부를 확인해 징계하기 위한 목적으로 내부 카메라가 운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이나 사고 예방 등을 위한 조치라 해도,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도로공사에서 일부 직원들의 직무 태만 등 비위 행위를 적발했는데, 그 과정에서 업무차량에 장착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거나 미행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노조 측에서 문제를 제기한 사례가 있다. 

출동요원들이 사용하는 순찰 차량 내부에는 고객사 열쇠 보관을 위한 금고와 이를 촬영하기 위한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사측에서 카메라 앵글을 운전자 쪽으로 돌려 직원을 감시하고 징계하는데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 일선 요원 A씨의 주장이다 [사진 출처=제보자 제공]
출동요원들이 사용하는 순찰 차량 내부에는 고객사 열쇠 보관을 위한 금고와 이를 촬영하기 위한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사측에서 카메라 앵글을 운전자 쪽으로 돌려 직원을 감시하고 징계하는데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 일선 요원 A씨의 주장이다 [사진 출처=제보자 제공]

출동직원들의 근무환경에 대해 삼성에스원노동조합 연승종 위원장은 인사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퇴사율이 높은 CS직의 특성상 미리 예비 인력들을 채용해 결원 발생 시 즉각 투입이 가능하도록 대비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회사 측은 결원이 발생하면 그제서야 채용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류 접수와 면접, 인적성검사 등 채용과정과 이후 교육을 거쳐 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소요된다. 그동안 과부하가 누적된 또 다른 직원이 퇴사를 하며 또 다른 결원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인력 부족이 만성화되자, 각 지사에서 선택한 방식은 ‘감차’다. 차량 1대당 3명의 인원이 배치돼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니 배차를 줄인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개별 출동요원이 커버해야 할 지역과 출동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회사 측에서는 어떻게든 운영이 이뤄지고 있으니 계속 이러한 방식을 고수한다는 것이 연 위원장의 지적이다.

결국, 개선되지 않는 인사 시스템이 A씨가 말했던 야간 배차 감축과 업무 과중으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 위원장은 “지난 3분기 에스원은 55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노동자들의 고혈을 뽑아낸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2007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생체리듬을 교란시키는 교대근무와 야간 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며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 위원장은 “이러한 출동직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인사 시스템의 문제 때문”이라며 “퇴사율이 높은데다가 곧바로 인력투입이 되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측에 근로환경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온 삼성에스원노조. [사진 제공=삼성에스원노조]
사측에 근로환경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온 삼성에스원노조. [사진 제공=삼성에스원노조]

이 같은 에스원 직원의 주장에 대해 사측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먼저 사측은 출동차량 감차에 따른 업무과중 지적에 대해 ‘일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에 따른 격리 발생으로 일시 감소는 있었으나 이후 정상화 됐다는 것이다. 

보험 영업 강요에 대해서는 모든 직군이 정해진 업무를 준수할 것을 안내하고 있으며, 차량 내부 카메라 또한 운전자를 촬영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에스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자가 다수 발생해 운용 차량 수를 일시적으로 줄인 사례는 있으나, 해당 요원의 격리 해제 이후 정상화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직군에 걸쳐 정해진 업무를 준수할 것을 안내하고 있고, 본인의 직군과 맞지 않는 업무의 경우 이를 이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라며 “조수석에 설치된 고객사 열쇠 보관용 금고를 비추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운전자를 촬영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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