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보다 ‘검찰수사’ 통한 진상규명 강조
“왜곡·편파보도 반복 MBC에 편의제공 못해”
MBC 아나운서 출신 배현진 의원, “MBC 부자”
김은혜 경질 요구엔 “종합적으로 판단해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한 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한 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G20·아세안 등 해외 순방을 하루 앞둔 윤석열 대통령이 야권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MBC 취재진을 순방길 전용기에 탑승시키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국익 차원’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에서 국정조사 필요성 주장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신속한 검찰수사에 의한 진상규명을 국민들께서 더 바란다”고 답했다.

이태원 참사 등으로 중단된 지 13일 만에 재개된 이날 약식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지금은 수사기관의 과학수사와 강제수사에 기반한 신속한 (진상)규명을 국민 모두 바라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정 언론사를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서 배제하는 데 논란이 일고 있다’는 기자들 질문에 “대통령이 많은 국민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순방을 하는 건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자들에도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온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달라”고 했다.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국민의 외교·안보 분야 이익을 위해 국가가 제공한 것인데, MBC는 국익을 위한 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은 대통령실 조치에 대해 공동 대응을 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풀(pool·대표취재) 기자단에 속한 매체들은 이날 오전 총회에서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거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거쳐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한겨레신문은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전용기에 탑승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날 “본사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개별 언론사의 항의성 대응으로는 처음이다.

한겨레는 입장문에서 “대통령실이 이번 순방에서 문화방송(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겠다고 통보한 것은 언론을 통제하려는 반민주주의적 결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전용기 탑승 거부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한겨레는 민항기를 이용해 윤 대통령의 11~16일 동남아시아 순방을 취재, 보도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9월 24일.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캐나다 오타와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 전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9월 24일.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캐나다 오타와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 전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MBC 취재진 순방길 전용기 탑승 배제

앞서 MBC는 지난 9월 미국 뉴욕을 방문하던 윤 대통령의 사적 발언 논란을 최초 보도했다. MBC는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선 자리에서 발언한 화면에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넣어 방송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말한 적이 없으며, ‘날리면’이라고 발언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MBC는 이후 자사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에서 윤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논란을 다루면서 대역을 쓰고도 재연 고지를 않았다는 이유로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늦은 밤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MBC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돼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MBC에 알렸다.

이어 “MBC는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편파 방송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이와 같은 왜곡·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에 MBC는 “이번 조치는 언론의 취재를 명백히 제약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전용기 탑승을 불허할 경우 MBC 취재기자들은 대체 항공 수단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현장에서 취재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통제라고 하기엔 MBC도 궁색할 것”이라며 “취재 자체를 불허한 게 아니고 전용기 탑승만 제공 않겠다는 것이니 순방 취재에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배 의원은 “MBC가 자산이 많은 부자 회사”라며 “자사 취재진들이 편안하게 민항기를 통해 순방 다녀오도록 잘 지원할 것이라 믿는다”고 비꼬았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허위자료 제출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허위자료 제출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순방 참석, 고민 끝에 결정

이번 순방과 관련해서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여파가 가라않지 않은 상태에서 순방길에 나서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불가피하게 순방길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와 유가족, 아직도 그 충격과 슬픔에 힘들어 하는 국민들을 두고 이런 순방에 참석해야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럼에도) 국민의 통상활동과 이익이 걸린 행사라 힘들지만 순방을 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세안은 동남아시아국가 연합체로 많은 국가들이 아세안의 중심성이라는 걸 받아들이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그런 지역”이라며 “전 세계 물동량 50%가 아세안서 움직이고 수많은 우리 기업이 투자하고 경제 전쟁과 경쟁을 치르는 지역이어서 기업의 경제활동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기 위해 회의 참석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강조했다.

또 “많은 나라가 인태 전략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어 저도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자유·평화·번영에 기반한 우리나라 인태(인도-태평양)전략원칙을 발표하고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에 대한 연대 구상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순방기간 동안 진행될 예정인 양자회담과 다자회담 계획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먼저 한미일이 확정됐고, 몇 가지 양자회담도 확정됐거나 (논의를)진행 중”이라며 “중요한 양자회의도 다자회의 기간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미, 한일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중정상회담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또 “G20은 B20이라는 비즈니스 기업인들 회의와 투트랙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두 가지 회의에 참석한다”며 “마지막 날 하루는 일정을 줄여 G20은 이틀만 참석하고 밤늦게 귀국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11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 편으로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향한다. 캄보디아에서는 13일까지 양자·다자회담을 소화하며, 특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국판 인-태전략과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이후 14일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해 G20과 B20에 참석한다. G20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웃기고 있네’ 필담 논란 참모 경질 없을 듯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약식회견에서 김은혜 강승규 수석 등 ‘웃기고 있네’ 필담 논란 참모에 대한 경질 요구에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조치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회 출석 정부 국무위원들과 관련해서 (과거에도) 더 많은 일들이 있지 않았나”라며 “종합적으로 이해해주시면 좋을 듯하다”고 답했다. 경질 등을 비롯한 후속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웃기고 있네’ 필담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야당에서는 이 참모들에 대한 징계나 직무배제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