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산출되는 보험, 고정관념 반영
여성 전용 대출, 혜택이라기엔 고금리 ‘족쇄’
대출 절차가 공정?…선명한 남녀 임금 차이
여성 경제활동 난관…사회적 논의 마련돼야

우리 사회에는 남성과 여성, 즉 성별에 따라붙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젠더 감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케팅에 나섰다가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가 무너지는 사례가 잦아 젠더 이슈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성된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산업 전반에서는 성별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그로 인한 피해 사례가 산적해 있다. 이처럼 남녀 간 전반적인 불평등과 격차 등은 현대사회의 숙제처럼 남아있다. 이제 소비자‧기업‧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젠더와 관련된 문제의식을 갖고,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산업 전반에 깔려있는 젠더 차별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악하고 조명함으로써 근본적인 사회 구조적인 문제는 무엇이고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길은 무엇인지 탐색해봤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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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조유빈 기자】 “비 오는 날, 어깨가 젖을지라도 소중한 이에게 우산을 기울이겠습니다”

한 은행 광고 속 따뜻한 멘트다. 이처럼 보험이나 대출 등 생활 속 금융 상품들은 흔히 비바람을 피하는 우산으로 비유된다. 실제 삶에서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만났을 때 든든한 지지대가 돼 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그 우산의 크기가 남녀 모두에게 같지는 않다. 사회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으로 굴러가고 있지만 그 노동의 가치를 재단하는 법은 각기 다른 것과 비슷하다.

금융계에서 개인을 판단하는 기준은 명확하고 공정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차별이 숨어있다. 통계와 빅데이터를 통해 얻은 결괏값을 특정 성별에 일괄적으로 적용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남성은 통상 활동적이기에 여성보다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하거나, 대부분의 여성 수명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이유로 남성보다 높은 보험료를 산정한다는 사례 등이 따라붙는다.  

성별보다는 보유 재산이나 담보를 기준으로 진행하기에, 비교적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 대출제도의 경우도 성별 차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여성의 경우 애초에 다달이 받는 임금에서부터 차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다. 국내에서 해당 격차가 계산되기 시작한 1992년 이후로 현재까지 30년간 줄곧 1위를 차지할 정도다.

물론 모두가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일한 노동가치에는 동일한 임금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당연한 진리가 외면되면서 여성은 임금을 넘어 생활 속 금융 상품에서까지 차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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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남성은 활달하고 여성은 오래 산다…보험사 계산법 근거는?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몸을 가지고 있다. 신체 구조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선 안되지만, 삶의 버팀목이 돼 주는 보험에서는 남녀가 종종 다른 대우를 받기도 한다.

30세 남녀가 4세대 갱신형 실손 보험을 가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올해 11월 기준 17개사 보험료를 비교해 보니 여성은 평균 1만102원, 남성은 평균 8376원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1726원의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40대 이상 연령 기준에서도 마찬가지로 여성의 평균 보험료가 남성 평균 보험료보다 더 높았다. 40세 기준 남성 실손보험료 17개사 평균은 1만1528원 정도지만 여성은 평균 월 보험료가 1만3958원 수준으로 2430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모든 보험에서 남성이 유리한 것은 아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실손보험료가 높은 사례는 30대 이상에 한정되며 20세 이하에서는 남성의 보험료가 더 비싸게 책정된다. 20대 이하의 경우 병원 방문률이 낮은 가운데, 야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남성의 위험률이 높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적용된다. 태아보험을 가입할 때조차 대부분 남아는 여아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다. 보험은 남아를 기준으로 책정되기에 여아을 낳게 되면 그간 낸 보험료 중 일부를 환급받게 된다.

같은 논리로 실손보험이 아닌 상품의 경우 남성의 보험료가 더 비싸게 책정된다. 실제 질병보험이나 상해보험, 종신보험, 암보험 등 대부분의 보험은 남성의 보험료가 여성보다 평균적으로 15~20% 가량 높다.

이렇게 같은 조건에서 성별로 인해 보험료가 차이나는 것은 남녀 평균수명과 활동량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경우 여성 보험료가 높은 이유는 가입자 연령이 높을 수록 여성 질환 발생률이 올라가는 등 유병률이 남성에 비해 높기 때문”이라며 “다만 상해보험을 예로 들면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수명이 짧고 야외활동도 잦아 손해율 상승 위험성이 더 높다고 분석돼 보험료가 더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건강관리에 더 관심이 많아 병원 이용횟수가 많고 평균수명도 남성보다 길어 더 비싼 보험료가 책정되는 경향도 있다”며 “주목할 점은 남녀 각각의 평균수명을 봤을 때, 상대적으로 짧은 남성의 경우 사망률이 높아지면서 재해 보장 위험이 높아지고 평균 수명이 긴 여성은 생존 기간 동안 지급해야 하는 보험료가 높아져서 보험료가 비싸진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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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이런 보험사의 판단은 어떤 점을 근거로 하는 것일까. 바로 통계다. 남녀 연령대별 유병률과 사망률, 평균수명, 직업 위험도 등이 이에 해당된다. 

보험은 간단하게 말해 현재의 자금 투자로 미래의 불행을 방지하는 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의 질병과 재해, 사고 등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다수가 조금씩 금전을 내고 그 돈을 보험사가 위탁 운용해 약정된 형태의 보상을 하는 계약이다. 

개인이 미래에 대한 위험을 대비하는 것은 어렵지만 다수가 참여했을 경우 지불한 금액 대비 몇 배에서 수십 배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문가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보험 제도는 동일성을 띠는 다수를 그룹으로 묶어 보장하는 제도인 만큼 객관적 통계에 의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얘기다.

보험연구원 강성호 선임연구원은 “보험은 동일한 조건의 그룹들끼리 묶는 금융 제도고, 그 조건이 달라지면 보험제도 자체가 성립할 수가 없다. 통계로 볼 때 사고확률이 높다면 보험료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통상 취약계층에 대한 보장의 경우 공보험이 맡게 되고 사보험의 경우에는 취약계층에 속하더라도 시장이 형성될 정도의 그룹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예를 들면 신체 특정 부위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보험 가입 거절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 차별이고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차별이 아닌 차등”이라며 “여성의 경우 실비보험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차곡차곡 저축한 금액을  순차적으로 돌려받는 저축보험처럼 장수로 인해 유리한 사례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보험사가 활용하는 통계 지표 자체에 대한 신뢰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여성에 대한 통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해 건강 문제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남순 연구위원은 ‘한국의 여성 건강지표: 수치로 보는 여성건강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통해 “여성의 생애주기에서 아동과 청소년의 건강문제에 대한 지표를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성형과 성폭력, 배우자 폭력과 관련된 건강 지표는 여성 건강에서 중요한 문제이지만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고 여성의 의료이용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지표 또한 개발되지 못했다”고 짚은 바 있다.

이밖에도 통계가 아닌 성별 고정관념에 의거한 보험사 성차별 사례가 존재한다.

같은 전업주부라도 성별에 따라 보험료를 다르게 책정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부 보험사에서는 여성 주부의 경우 상해 위험도가 가장 낮은 1등급으로 매기지만, 남성 주부는 ‘무직’으로 판단해 보험료가 비싼 3등급으로 책정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는 남성 직업 분류 중에 애초에 전업주부 항목이 없어 무직 처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난주 연구위원은 “최근 남성 전업주부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남성이 가사를 전담한다고 해서 무직 취급을 받는 것은 전통 가부장적 고정관념에 근거한 것으로, 결국 전업주부는 여성에 한한다는 잘못된 의식에서 비롯된 사건으로 보인다”며 “성평등은 인권 문제를 넘어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발전의 열쇠라고 볼 수 있다. 성평등을 위해서는 기업의 인식 또한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을 돕지 못하는 여성 대출…고정관념 굳히는 금융 상품 

금융권에서의 남녀 차이는 대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흔히 여성 대출이라고 하면 핑크색 하트로 점철된 ‘100% 비밀 보장’, ‘안심 우대 대출’이라는 홍보 문구를 연상한다.

언뜻 생각하기에 남성 우대 대출은 따로 없으니 여성을 우대하는 정책으로 오인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무서운 함정이 있다.

탄탄한 직장과 신용이 담보된 사람들은 제1금융권으로 불리는 시중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그러나 각종 사유로 은행에서 거절당한 사람들은 제2금융권(신탁회사, 신용카드사, 캐피탈사), 제3금융권(대부업체), 그마저도 안 되면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야 한다. 

당연하게도 순위가 뒤로 밀릴수록 내야 할 이자가 높아지고, 이는 즉 갚아야 할 돈도 많아진다는 뜻이다. 

국내 1금융권 은행에서는 여성 전용 대출 상품을 진행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그런데 여성이기만 하다면 이렇다 할 직업이나 소득이 없더라도 무조건 빌려준다는 곳은 어떤 곳일까. 

당초 무담보 소액 대출제도는 빈곤을 퇴치한다는 선의에서 출발했다. 방글라데시의 은행가였던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는 1976년 사채업자의 횡포에 시달리는 인근 주민들을 위해 소액대출 캠페인인 ‘그라민은행 프로젝트(Grameen Bank Project)’를 운영했다. 500여 가구가 빈곤에서 벗어나고 은행이 정식 법인으로 설립되는 등 유의미한 결과가 이어지자 유누스 교수는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소규모 자영업자를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2008년부터 소액금융 영업을 허가했다. 그러나 무직 여성이나 청년 등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분별한 광고와 채권 추심을 진행하는 등 해당 제도가 악용되는 사례도 많다.

여성 전용 대출 광고 [사진제공=사이트 캡처]
여성 전용 대출 광고 [사진제공=사이트 캡처]

그중에서도 여성 전용 대출의 경우 여성의 특권이 아닌 ‘달콤한 미끼’로 비유된다. 별다른 조건 없이 거액을 빌려준 후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월 이자와 원금을 내는 패턴에 익숙해지면 결국 가족 몰래 사용하는 지출이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여성의 빚을 은밀하고 숨겨야 할 것으로 포장한다는 점도 문제다. 이로 인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고금리 대출을 감당하게 되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성 전용 대출 서비스의 광고에서는 ‘비밀 보장’, ‘말 못할 고민 상담’ 등을 강조하는데 이는 결국 높은 이자의 상품을 ‘남 몰래’ 빌려 갚으라는 취지가 숨어있다.  

인천에 거주 중인 30대 중반 여성 이모 씨는 “취업 준비 도중 2금융권 대출 500만원을 빌려 사용하다가 결국 카드 돌려막기로까지 발전해 어머니에게 들켜 크게 혼나고 상환한 적이 있다”며 “물론 빌려 쓴 내가 가장 잘못이지만 안심, 비밀 대출이라는 광고에 현혹돼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또한 여성 대출이 성행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일자리행정통계 개인사업자(기업) 부채’에 따르면 남성의 평균대출은 1억9167만원으로 여성 수치인 1억4379만원보다 많았다. 연체율의 경우 여자가 0.36%로 남성 수치 0.42%보다 낮았다. 

이처럼 대출금액이 상대적으로 적고 연체율이 낮다 보니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여성이 선호하는 고객층일 수밖에 없다. 

명품 구입이나 성형 등 목돈이 드는 분야를 짚어 가며 광고에 나서기에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3금융 여성 대상 광고의 경우 노골적으로 명품 대출이나 성형 대출로 이름 붙인 상품을 내놓기도 하는데, 이는 은행 대출이 힘든 무직 여성이나 주부들의 ‘고금리 빚’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1금융으로 불리는 시중은행에서는 여성전용 대출을 선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도 여성 전용 대출의 문제점을 알 수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배려 자체가 성차별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대출 심사는 고객의 소득과 재산상황, 과거의 신용데이터와 직장정보 등을 감안해 산정된다. 결국 대출심사 시스템에서 성별은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1금융권 대출 분야에서 성차별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출 자체가 고객의 소득수준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엄연히 존재하기에 대출 분야에서도 예외는 없다는 얘기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장법인 및 공공기관의 성별 임금 관련 정보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상장법인 전체의 1인당 평균임금은 남성 9413만원, 여성 5829만원으로 나타났다. 성별 격차가 3584만원(38.1%)인 셈이다.

전문가 또한 성차별 요인으로 남녀 임금격차를 지목하며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우리은행 부장과 한국금융교육원 교수를 역임한 여성기업 일자리허브 김대호 전문위원은 “사실 시중 은행에서는 차주의 소득과 신용도를 우선적으로 보는 만큼 대출 시스템 상의 불공정은 없다고 본다. 다만 남녀 임금 격차로 인해 불이익을 겪을 수는 있다고 본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결국 국가에서 금융 상식에 취약한 여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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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평등한 것 같지만 엄연한 차별…임금 격차 ‘나비효과’

우리는 객관적이고 명확하다고 믿었던 사회적 규칙이 생각보다 그리 공정하지 못하다는 현실을 마주한다. 차별은 어느 곳에나 있고, 혹자는 이것을 자본주의 사회 속 당연한 능력의 결과치로 보기도 한다.

특히 보험사와 은행 등 금융기관의 경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 만큼 영업 방향 또한 당연하게도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에 이들의 논리를 전적으로 믿기는 어렵다.

또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경제적 평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많은 지표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하는 ‘성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 순위에서 올해 한국은 146개국 중 99위를 기록했다. 해당 포럼은 건강과 생존, 교육 수준, 정치적 참여 기회, 경제적 참여 기회 등 네 분야에서 세계 각국의 남녀 격차 현황을 점수로 산출해 글로벌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건강과 생존 52위, 교육 수준 97위, 정치적 참여 기회 72위, 경제적 참여 기회 115위를 기록했는데 이중에서도 성 격차가 가장 심각한 분야는 경제적 참여 기회 분야다. 해당 부문은 5개 세부지표를 평가해 점수를 산출하는데, 우리나라는 이 세부지표 중 남녀 소득 격차 120위, 고위직·관리자 비율의 성별 격차 125위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이처럼 임금 격차와 성 고정관념 등의 문제는 언뜻 공정한 듯한 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통계와 소득에 기반해 객관성을 띠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데이터 자체가 잘못됐을 경우에는 결국 연쇄적인 성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 분야에서의 성차별은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한눈에 보이지 않지만, 대표적으로 성별 임금 격차 등 일터에서의 성차별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평등 사회로 가기 위해 정부에서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Affirmative Action)’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관 및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매년 직종·직급별 남녀 직원 수, 임금 현황 등의 자료와 성별 격차 발생 원인을 자체 분석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또 지난 8월엔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이사회 구성원을 전원 특정 성별로 구성하면 안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여성 사외이사를 무조건 1명 이상 둬야 한다는 이 같은 개정안에 따라 사외이사의 여성 비중은 2020년 상반기 5.6%(1159명 중 65명)에서 올해 상반기 14.8%(1306명 중 193명)로 9.2%포인트 늘었다. 

전문가는 경제학에서 인류의 절반인 여성을 고려하지 않는 성 불평등 기조가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여성주의 경제학>의 저자 조선대학교 홍태희 교수는 “그간 남성 중심으로 발전해 온 경제와 경제학은 인류의 절반인 여성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경제학은 다른 영역의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노력 없이 오로지 경제 수치에만 매달렸고, 이는 저임금노동, 무급노동에 시달려 더 가난해지는 ‘빈곤의 여성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총생산 집계는 일부분에 불과한데 인류생존에 불가피한 가사노동·봉사활동·돌봄 노동 등이 여기에서 배제되는 것은 모순이며, 마땅히 이에 대한 보상과 조치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성평등 현실 개선은 부지불식간에 성차별을 조장하는 고정관념을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는 “금융에서의 여성 차별은 없다고 일축하는 시선도 있지만 대한민국에 남녀 임금 격차가 존재하는 이상 성차별은 어느 곳에나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지불식간에 성차별을 조장하는 고정관념을 바로 봐야 한다. 특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공정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평등은 여성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 아니다. 차별 받지 않는 기본권 행사는 사회적으로 이로운 가치이기도 하지만 경제 발전과도 무관하지 않다.

2019년 OECD에 따르면 성차별은 전 세계 GDP합계의 75%에 이르는 경제 손실을 가져온다고 한다. 여성이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운데 성차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경제적 잠재력 또한 절반만 발현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성차별을 묵인하는 기업은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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