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거나 말거나” vs “왜 하필 이때?”
정진석 비대위, 당무감사 실시 선언
원내는 심드렁한 반응 보이고 있어
원외는 하필 지금 시기냐며 불만 표출
새로운 당 대표 선출하면 상황 바뀔 수도

국민의힘 정진석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정 비대위원장, 성일종 정책위의장. [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정진석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정 비대위원장, 성일종 정책위의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당무감사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당내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하거나 말거나’식의 심드렁한 반응이고, 또 다른 하나는 ‘왜 하필 이때?’라면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그것은 당무감사가 갖는 성격 때문이다.

당무감사의 결과에 따라 당협위원장이 교체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배지를 단 사람 즉 현역의원이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경우 교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임시체제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당무감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당내 반응은 심드렁한 분위기다.

원내 의원들은 “하거나 말거나” 분위기이지만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하필이면 이때”라면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달 중 당무감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감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조직 재정비 작업에 착수한다. 이미 14일 이성호 전 국가인권위원장을 당무감사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당무감사는 2년 6개월여만에 가동된다. 하지만 당내 기류는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정진석 비대위는 말 그대로 ‘임시 체제’이다. 임시 체제가 당무감사를 통해 당협위원장을 교체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당무감사를 하려면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된 이후 당무감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협위원장 자리라는 것이 결국 총선 공천에서 우위를 점하는 자리이다.

당협위원장에 오르면 조직을 관리할 수 있다. 조직을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총선 공천 경선에서 조직표를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당협위원장 자리에 앉는 것을 원하고, 당협위원장 자리에 앉았다면 당협위원장 자리를 고수하기를 원한다. 그래야 공천에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당무감사는 2024년 총선 공천과도 연결이 되기 때문에 당무감사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원내 의원들 즉 현역의원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당무감사를 해야 할 당위성은 알고 있지만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역의원들의 경우 당협위원장 자리를 자동으로 맡게 된다. 그리고 아주 특별하게 크게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 당협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철밥통이나 다름없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원내는 철밥통

당무감사를 한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크게 물의를 일으킨 사건을 하지 않았다면 당협위원장 교체는 사실상 어렵다. 이런 이유로 당무감사를 한다고 해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당무감사에 따라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하필이면 이때?”라면서 불안에 하고 있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에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한 후에 당무감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진석 비대위는 어차피 임시 체제이기 때문에 공천권을 틀어쥐고 있는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한 후 당무감사를 실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것이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목소리다.

안철수 의원은 연일 당무감사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안 의원은 “총선 직전 바로 당무감사를 해서 적합한 사람을 공천하는 것이 당의 관행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 시기가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서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우려가 많다”면서 당무감사를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당대회 출마자들 입장에서도 불만이 쌓이고 있다. 비윤계는 친윤계 세력 결집 사전작업을 위해 정 비대위원장이 윤심을 챙기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친윤계 역시 자신이 당 대표가 돼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당협위원장을 임명해야 하는데 정 위원장의 입맛에 맞는 당협위원장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대폭 교체되면 그에 따른 갈등이 오히려 당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외 불만은 높아지고

원외 당협위원장 중에 이번 당무감사로 물러날 수도 있는 당협위원장이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되면 다시 복귀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면 그로 인해 지역 당심은 둘로 쪼개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윤심이 과연 어디로 향하는지를 두고 당무감사에서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 만약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게 된다면 당무감사의 결과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런 이유로 당무감사에 대해 당 내부에서는 별다른 반응도 기대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하지 않았으면”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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