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생산 현장 멈춰...산업기반 초토화”
철도·지하철 파업 예고에 “단호히 대처”
야권, ‘군사작전, 비정한 정부’ 강력 비판
이상민 해임 거부 시, ‘탄핵소추안’ 발의
여당, 명령 발동 ‘법치주의 조치’ 지지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무기한 총파업으로 집단 운송거부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야권은 이를 두고 ‘군사작전, 비정한 정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파업에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고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날 처리된 업무개시명령은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운송사업자와 차주에 우선 발동됐다. 해당 명령은 2004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른 제도 도입 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가 무기한 집단 운송 거부에 돌입,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 전국의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다”며 “국민 일상생활까지 위협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은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으며 쇠구슬을 쏜 행위에 대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며 “정부는 오늘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선포했다.

그러면서 “경제 위기 앞에 정부와 국민 노사의 마음이 다를 수 없다”며 화물연대를 향해 “더 늦기 전에 각자의 위치로 복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민들을 향해 “많은 불편과 고통을 받게 되실 것이지만 이를 감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업무개시명령 거부나 시멘트 운송업계 외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되지 않은 다른 운송 분야와 연대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지하철과 철도 등의 산업 분야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민노총 산하 철도, 지하철 노조들은 산업현장의 진정한 약자들과 절대다수 임금 근로자들에 비하면 더 높은 소득과 더 나은 근로여건을 갖고 있다”며 “민노총의 파업은 정당성이 없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조직화되지 못한 산업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을 더욱 잘 챙길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개혁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지난 28일 경기도 의왕시 화물연대 서경지역본부에서 열린 화물연대본부-정의당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지난 28일 경기도 의왕시 화물연대 서경지역본부에서 열린 화물연대본부-정의당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야권, 명령 발동 중단·행안부 장관 파면 촉구

야권은 ‘군사작전’, ‘위헌성’ 등의 용어를 동원해 업무개시명령을 비판했다. 동시에 윤 대통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거부에 대해서도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야권은 이날 윤 대통령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거부할 경우, “탄핵소추안까지 추진하겠다”고 압박하는 한편, ‘무도한 업무개시명령’이라며 공세를 집중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 명령을 마지막까지 거부했다”며 이 장관을 파면하지 않은 윤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 안전 업무를 총괄하면서도, 이태원 참사 상황을 수차례 오판하고 호도한 이 장관의 파면은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자 도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탄핵 소추안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민주당은 이날 오전까지 이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를 당론으로 채택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의원총회에서 재검토로 방향을 틀었다. 의총에서 국회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일치했지만, 당내에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이견이 생기면서 원내 지도부가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이 장관 해임 요구는 국정조사 결론을 정해놓았다는 것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이 장관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 의사를 재확인했다.

업무개시명령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고 있다며 법 논리만 내세워서는 결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김진태발 금융위기 땐 나 몰라라 하고, 객관적 사실을 보도한 mbc는 탄압하고,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은 증거가 차고 넘쳐도 조사를 안 하면서 야당은 없는 먼지까지 털어내던 정부가 이제는 주말 밤낮도 없는 화물운송 노동자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대표단·의원단도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마치 준비된 계획을 그대로 시행하는 군사작전이 연상될 정도”라며 “무도한 업무개시명령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정미 대표는 “대형참사 때마다 재발방지 제도 도입을 약속하는 정부가 도로 위 대형참사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노동자의 요구에는 왜 칼을 휘두르나”라며 “잘못된 칼춤이 계속되면 엄벌은 정부가 받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화물노동자의 노동권을 짓밟는 무도한 업무개시명령 발동 준비를 즉각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심상정 의원도 “윤석열 정부야말로 자신의 무능과 실정을 만회하기 위해 이들을 볼모로 하는 것 아닌가”라며 “가뜩이나 벼랑 끝에 내몰린 약자와 시민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어 “업무개시명령을 때려서 면허를 취소하고 3000만원의 벌금과 3년의 징역을 부과하겠다는 건 노동자들에게 그냥 죽으라는 소리 아닌가”라며 “노동 탄압 수단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악용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건설현장 위기상황 점검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건설현장 위기상황 점검 긴급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여당은 윤 대통령 적극 엄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대해 ‘국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법치주의 조치’라며 엄호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은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법치주의 조치로, 대한민국 경제 유린에 대한 ‘불법종식명령’”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양 수석대변인은 “복합위기의 어려운 국가 경제 상황에도 화물연대는 경제 소생을 바라는 민생과 국민경제를 볼모로 삼아 산업 기반의 핏줄인 물류를 중단시켰다”며 “시멘트 출고량이 90% 이상 급감하고, 건설 현장의 약 50%에서 레미콘 공사가 중단됐으며, 일부 주유소는 재고 부족이 발생하는 등 하루 3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법파업으로 나라 경제가 파탄 나고 국민 고통과 불안을 방치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비상 수송차량을 경찰차가 에스코트하고 새벽 시간 속도 높여 운행해야 날아오는 쇠구슬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또 “서울지하철노조는 내일(30일)부터, 철도노조는 내달 2일부터 파업을 예고했다”며 “직장인 출퇴근과 학생들의 등하교를 투쟁의 볼모로 삼겠다는 의도”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나라 경제가 힘들든, 재난 수준의 감염병이 발생하든, 참사로 사회적 슬픔이 있든 상관할 바 아니라는 식”이라며 “민주노총 눈치 보기 급급했던 과거 좌파 정부 덕에 대한민국은 민주노총의 나라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당 탄압 운운하며 연일 민생을 외치는 민주당이 화물연대 불법 파업으로 인한 평범한 국민 피해는 외면한다”면서 “불법으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불법 귀족노조의 시대도 종식”이라고 날을 세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대통령, ‘강성 노조, 해외투자 걸림돌’...로이터와 인터뷰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29일) 용산 대통령집무실에서 진행된 미국 통신사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문제를 언급하며 “한국의 강성노조는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외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와 우주 관련 기업 ‘스페이스X’ 등을 거론하며 “(해외)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고, 기가팩토리를 만든다고 할 때는 정부가 할 수 있는 협력을 다해줄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으로 무력시위를 이어나가는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중국은 북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국제사회에서의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best efforts)’을 기울이는 건 중국에도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방위비 증대와 관련해서는 크게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의 영토 위를 날아가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졸고(asleep)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대만 압박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일방적인 이런 현상 변경은 모든 질서와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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