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민영화 가속하려는 포석”
경실련 “2년간 논의에도 빈손 결과”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지난 8월 10일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한가위 수서행 KTX 투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지난 8월 10일 서울시 용산구 서울역 앞에서 한가위 수서행 KTX 투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국토교통부가 사실상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에스알(이하 SR)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론 내리자 통합찬성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코레일-SR 경쟁체제에 대해서는 판단이 유보됐기에 이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가 코레일-SR 체제를 유지하며 철도공기업 통합이 무산되자 “국민 불편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철도민영화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0일 거버넌스 분과위원회가 내린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 평가결과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거버넌스 분과위는 “유지 입장과 통합 입장이 첨예하고 경쟁체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된 기간이 3년에 불과해 분석에 한계가 있다”라며 공기업 경쟁체제 유지 또는 통합에 대한 ‘판단 유보’ 의견을 도출했다.

국토부는 “장기간 논의 끝에 도출된 분과위 종합의견을 존중해 수용한다”면서 “분과위 논의과정에서 공기업 경쟁체제의 운임·서비스 개선, 철도 건설부채 상환구조 마련이란 효과를 확인한만큼 앞으로도 국민의 혜택은 더 늘리고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원희룡 장관 역시 “해외에서도 독점에서 경쟁으로 전환이 철도 발전의 기본 방향이다. 공공부문 내에서 건강한 철도 경쟁을 유도해 가겠다”라며 경쟁체제 유지에 무게를 뒀다.

통합 찬성 입장이었던 전국철도노동조합은 20일 성명을 통해 “국토부는 허울뿐인 경쟁체제 유지를 위해 국민편익을 끝내 외면했다”고 성토했다. 철도노조는 양사가 통합하면 ▲일 2만석 좌석 추가 공급 ▲KTX 운임 인하 ▲예매 어플리케이션 통합 ▲창원, 포항, 여수지역의 환승불편 해소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철도노조는 “경쟁을 더 강화하겠다는 원 장관의 발언은 결론을 유보한 분과위 결과와 배치된다”고 지적하며 “장관의 아전인수식 해석은 이미 추진 중인 철도민영화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가속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철도노조는 국토부가 진행하는 코레일로부터 관제권과 시설유지보수업무를 분리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철도민영화와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1일 이번 평가결과에 대해 “2년 동안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결과도 도출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에 “핑계만 대며 잘못된 분리 체제를 유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고속철도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판단 유보는)고속철도 운영 분리의 구조적 문제와 이로 인한 국민불편을 등한시한 결정”이라며 현재의 경쟁체제를 ‘기울어진 경쟁’, ‘가짜 경쟁’이라고 혹평했다. SR은 수익이 보장된 경부선과 호남선 운행만 하는데 코레일은 차량정비, 시설보수점검, 전산시스템 등 철도 운행에 필요한 부수업무를 담당해 구조적으로 손실을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코레일은 벽지노선과 적자노선 운영 부담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코레일-SR 체제에 따른 중복거래 비용 발생도 앞으로 논란이 계속될 여지가 있다. 인건비, 설비비, 판매관리비 등에서 중복성이 인정되는 비용은 연간 최대 406억원 규모다. 철도노조는 중복거래비용이 1127억원에 달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경실련이 지난 10월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KTX-SRT 통합 운영에 대한 찬성 응답이 58%, 반대 응답은 21.3%로 나온 바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전남 여수·순천, 전북 전주·남원, 경남 창원·진주, 경북 포항 등 고속철도 분리로 불편을 겪는 지역주민 1017명(만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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