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투데이신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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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경제산업부】 2022년 금융·증권 업계는 지난해와는 상반된 국면을 맞이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고자 풀었던 유동성을회수하면서 갖가지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가파른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리스크, 하락세로 돌아선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레고랜드 사태가 발발하자 금융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며 기업들의 자금줄을 조였다. 이런 가운데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금융권 횡령 사고, 전산장애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등의 이슈가 발생하면서 다사다난한 한 해가 이어졌다. 대내·외 경기불확실성 등으로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로 잡았다. 금융시장 내 경기 침체의 불안감은 여전히 확산되고 있어 내년에도 금리와 환율이 국내 경제 문제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데이신문>은 올해 증권·금융시장에서 벌어진 10대 이슈를 선정하고 이를 통해 시장의 방향성과 흐름을 짚어 내년으로 이어질 이슈들을 살펴봤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10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10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한국은행, 사상 첫 6차례 연속 기준 금리 인상

올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의 주요 과제는 인플레이션 잡기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강한 긴축을 예고하면서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자 한국과 미국의 기준 금리 차이는 1%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이 영향으로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마저 폭등하자 국내 소비자 물가도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이에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 여섯 차례(4·5·7·8·10·11월) 연속 기준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연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확인되면서 피봇(통화정책 기조전환)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지만 이내 연준의 매파적 기조를 다시 확인하면서 금리인하는 사실상 내년에도 어려워졌다. 연준은 내년 말까지 5.1% 수준의 기준 금리를 예고해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은 내년에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향후 주목해야 할 포인트로 최종 금리 수준과 유지 기간을 짚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에 환율 1400원대를 처음 넘어섰다 [사진출처=뉴시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에 환율 1400원대를 처음 넘어섰다 [사진출처=뉴시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 최고 상승

미국의 강력한 긴축으로 달러가치가 치솟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2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원)이후 약 13년 6개월만이다. 업계관계자들은 가파른 환율 급등으로 이른바 ‘킹달러’라는 신조어를 쓰기 시작할 정도였다. 달러 가치를 부추기는 건 연준의 확고한 매파적 기조 뿐만 아니라 유로화 약세와 파운드화 급락도 일조했다. 통상 1파운드의 가치는 1달러 보다 높은 가치를 유지해 왔으나 유로화에 이어 1달러 당 1파운드의 수준까지 내려왔다. 유로화와 파운드화 약세로 달러인덱스는 113선까지 돌파하며 지난 2002년 5월 말 이후 약 2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도 환율 상승압력을 높였다. 또한 국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요 감소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무역수지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연속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11월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레고랜드 이슈의 본질은 무엇인가' 강원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11월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레고랜드 이슈의 본질은 무엇인가' 강원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금융위기 공포 불러일으킨 레고랜드 사태

대내·외 불안한 금융환경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강원도 김진태 지사가 레고랜드 ABCP(기업어음)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며 금융위기를 방불케 하는 신용리스크 문제가 불거졌다. 안 그래도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회사채 자금 조달이 부담스러운 기업들 입장에서 말 그대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신용은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것으로 레고랜드 사태가 금융위기의 트리거가 될 것 이라는 소문와 함께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선 공포가 빠르게 확산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김 지사는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고 ABCP 2050억원을 내년 1월까지 전액 상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의 불안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당시 정부와 동일한 신용등급(AAA)를 보유한 한국전력의 채권조차 연 6%에 가까운 금리로도 발행목표를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채안펀드 조성 등 사태 진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자금시장의 신뢰가 내년에는 회복될지 미지수다.

9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론스타 사태 진실, 무엇을 밝혀야 하나'를 주제로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이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출처=참여연대]
9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론스타 사태 진실, 무엇을 밝혀야 하나'를 주제로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이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출처=참여연대]

론스타 10년 분쟁 종지부...정부 2900억원 배상

우리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약 29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을 받으며 10년 동안 이어진 6조원대 분쟁이 마침표를 찍었다. 론스타 사건은 지난 2003년 당시 외환위기 충격으로 경영난에 빠진 외환은행을 론스타가 인수하고 매각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개입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우리 정부는 ‘국제투자분쟁대응단’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분쟁에 대응해 왔고 올해 8월 31일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중재판정부는 2억165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900억원)를 한국 정부가 배상하라는 최종 판정을 내놨다. 이는 론스타 측 청구금액인 약 46억7950만달러(약 6조2000억원) 중 4.6%가 인용된 결과다. 판정 관련 95.4%는 승소했다며 선방한 결과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2900억원의 배상금이 사실상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으로 책임소재를 확실히 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셌다.

[사진출처=뉴시스]
[사진출처=뉴시스]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 징역 40년 선고

라임사태와 함께 사모펀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의 중심이었던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징역 40년을 대법원으로부터 확정받았다. 또한 벌금 5억원과 추징금 751억7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연 3%의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설계하고 약 3200명의 투자자로부터 1조3526억원을 유치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부실채권 인수, 비상장 주식 등 리스크가 큰 자산에 투자했고, 펀드 돌려막기 용도로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 대표는 자신의 개인 증권계좌로 수 백억원을 횡령한 정황도 확인됐으며, 옵티머스 등기이사이자 H법무법인 변호사 윤모씨를 통해 허위 내용의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등을 만들고 이 같은 서류로 금융당국 적격심사를 통과한 것처럼 판매사들을 속인 혐의도 인정됐다. 이렇듯 올해 라임옵티머스를 비롯해 디스커버리펀드·독일헤리티지펀드·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등 금융당국이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배상 판정을 내렸지만 판매사들과 보상 범위를 두고 마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0월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C&C 데이터선터에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를 통한 금융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사진출처=뉴시스]
10월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C&C 데이터선터에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를 통한 금융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사진출처=뉴시스]

금융사 전산장애로 투자 피해 속출

올해는 잇따른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서비스 전산장애로 소비자들이 피해와 불편을 겪었다. 우선 케이뱅크의 앱 접속 장애로 입·출금 등의 서비스가 약 7시간 반 동안 이용이 불가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불편이 발생했으며, 한국투자증권이 폭우로 인한 전산장애로 홈트레이딩 시스템이 15시간 동안 시스템이 마비됐다. 이에 해당 앱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적절한 주문처리를 못하는 등의 피해를 호소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로 카카오 서버 전원이 차단되면서 카카오톡·카카오페이·카카오T 등의 주요 서비스가 무려 약 127시간 동안 먹통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해당 서비스 이용자들은 연락이 안되거나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 이번 사태로 플랫폼 독과점에 대한 리스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후속 조치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플랫폼 사업자의 재난관리 대책 수립과 이행을 골자로 한 ‘카카오 먹통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정식 시행될 전망이다. 

신라젠이 10월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났다 [사진출처=뉴시스]
신라젠이 10월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났다 [사진출처=뉴시스]

상폐에서 기사회생 한 신라젠·코오롱티슈진

올해는 상장폐지 위기로 내몰렸던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의 거래가 재개되면서 해당 주주들은 최악을 피했고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 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으로 지난 2020년 5월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같은 해 11월 기업심사위원회는 개선기간 1년을 부여했지만 개선기간 종료 후 올해 1월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다음 달인 2월,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받고 해당기간 동안 코스닥위원회가 요구한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며 상장유지 결정을 이끌어냈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성분 논란으로 2019년 5월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같은 해 8월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의 신청을 통한 2년의 개선기간 동안 경영진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올해 10월 상장 유지결정을 받으며 거래가 재개됐다.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은 거래재개와 동시 상한가를 기록하며 화답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짝 상승으로 그쳤다. 코오롱티슈진은 거래재개 이후 최고가 2만4500원을 기록했으나 12월 23일 기준 거래 중지 시점의 가격 1만6000원 보다 아래인 9500원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신라젠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거래재개 이후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마찬가지로 거래 중지 시점 가격보다 밑에서 거래되고 있다.

10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5대 은행장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10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5대 은행장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금융권 잇따른 직원 횡령 사건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 발생으로 충격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올해 금융권 내 직원 횡령이 끊이지 않으면서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가상자산과 관련해서는 이상 해외송금 사건이 발생하며 금융사 신뢰의 근간이 흔들리기도 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착수했고 조사 결과 신한은행이 국외 이상 송금 금액이 가장 큰 것으로(약 23억달러) 나타났으며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AML(불법 자자금 세탁 방지 제도) 관리체계의 개선을 권고했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횡령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KB저축은행(94억원), 모아저축은행(54억원), 페퍼저축은행(3억원), OK저축은행(2억원) 등 직원 횡령이 연달아 발생해 사회적 경각심이 요구됐으나 연말 한국투자저축은행에서 직원 횡령이 또 발생해 여전히 느슨한 내부통제의 구멍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거액의 횡령사건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중대 금융사고 발생 시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따라서 내년에는 해당 내용에 대한 법리적 검토와 업계 의견수렴을 거친 법령개정안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 주가차트 [사진출처=네이버증권 캡쳐]
카카오페이 주가차트 [사진출처=네이버증권 캡쳐]

주가 반토막 난 ‘공모 대어주’

유례없는 공모주 청약 돌풍을 일으킨 SK와 카카오 계열사들이 올해 주가 반토막을 기록했다. 작년 성장주로 떠오르며 대다수 국민들의 관심을 받았던 일명 ‘국민 공모주’들은 기준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으로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세로 들어가자 투자심리도 빠르게 꺾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작년 상장 후 최고가인 36만2000원를 기록했으나 올해(12월 23일 기준) 7만8000원 대에서 거래가 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약 -78% 이상 손실됐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작년 5월 상장 후 최고가인 24만9000원 대비 약 -77% 하락한 5만5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 계열사 주식들도 다르지 않다. 카카오페이는 작년 11월 상장 직후 24만8000원대까지 올랐으나 올해 기준 5만5000원대까지 하락해 약 -77%의 수준까지 떨어졌다. 증권사들의 투자의견도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비쳤다.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리포트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국내 증권사들의 기조를 감안하면 중립의견은 사실상 매도의견에 가깝다.  

[사진출처=삼성생명 홈페이지]
[사진출처=삼성생명 홈페이지]

삼성생명, 암 요양보험금 부지급 기관경고

삼성생명의 암 보험금 부지급 문제를 두고 올해 1월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과징금 1억5500만원을 부과하고 기관경고 조치를 취했다. 기관경고를 받을 경우 1년간 금융당국의 인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이 불가하며 삼성카드 등의 자회사도 신사업 인허가를 제한받는다. 앞서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입원이 암 치료 목적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계약자들에게 암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 필요성 및 의료자문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지적된 519건 중 469건에 대해 약관상 직접적인 암 치료를 위한 입원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금융위는 삼성생명이 약관에 기재된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는 보험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요양병원 관련 보험금 부지급 문제는 DB손해보험에서도 실손 보험 가입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DB손보는 최초 1년은 요양병원 실비를 지급했으나 면책기간 이후 2년 차 요양병원 치료는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항의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DB손보 측은 몇몇 환자들을 종용해 의료비를 과다 청구하는 요양병원 블랙리스트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부지급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피해자 모임의 구성원들과는 면담을 통해 내부적으로 상황에 맞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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