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의 적은 이란 발언이 불러온 파장 상당해
주이란 한국대사 초치에 맞대응 초치까지 일어나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한정욱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이 해운업계에 불똥이 튀었다.

해운협회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할 때 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란혁명수비대가 선박을 나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발언이 이란 정부를 자극한 것은 물론 이란 국민을 자극한 것이기 때문에 통항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실질적으로 실행에 옮길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이란의 격분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 후폭풍은 상당하다. 이란 정부가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한데 이어 우리 외교부도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했다.

이란 정부는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 윤 대통령의 발언에 항의하면서 한국 정부의 즉각적인 설명과 입장 정정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윤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발언을 언급하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배 가능성을 거론했고, 국제 제재에 따라 원화로 동결된 70억 달러의 이란 자금 문제까지 언급하며 유효한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자 우리 외교부도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서 윤 대통령 발언은 UAE에서 임무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 한 것으로 한-이란 관계 등 이란의 국제 관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또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현지시간) 취리히 현지 브리핑에서 “다소 이란 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크부대 장병들에게 UAE가 직면한 엄중한 안보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의 말씀이었다”면서 한국과 이란과의 관계는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특사 파견이나 고위급 대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란이 동결자금 문제, 윤 대통령의 핵무장 관련 발언 등을 문제 삼은 것을 두고 논점을 흐리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간판했다.

이런 이유로 굳이 특사까지 파견하는 것은 오버라면서 이미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했기 때문에 충분히 설명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 가족들과 화상 통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 가족들과 화상 통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란 정부가 오해?

대통령실은 오히려 국내 정치에 이용 당하지 않을까 그것이 걱정인 듯한 모습이었다. 야당이 해당 발언을 빌미로 외교 참사라고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란이 이런 반응을 보일 때 야당이 윤석열 정부를 적극적으로 옹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했다.

야당이 외교적 위기를 오히려 정치적 기회로 삼고 있다고 대통령실은 지적하고 있다. 즉, 이란 정부의 대응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고됐다. 한국해운협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회원사들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기 때문이다.

해운협회는 163개 선사가 가입돼 있는데 지난 18일 협회장 명의 공문을 회원사에 발송했다. 해당 공문은 ‘페르시아만 및 호르무즈 해협 통항 주의 당부’의 제목을 달았다.

협회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가 지난해 5월 페르시아만에서 그리스 유조선 2척을 원유 강탈 이유로 나포했으며, 최근 영국은 자국내 극단적인 활동을 근거로 이란혁명수비대 테러단체 지정을 예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혁명수비대가 솔레이마니 암살 3주기를 맞아 미국을 겨냥한 보복을 천명했으며, 페르시아만에서 해군훈련을 하는 등 호르무즈 해협 통항선박의 항행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통항 주의 당부

윤 대통령의 발언과 이란 정부의 반응 등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해운업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이란혁명수비대가 우리 선박을 나포의 대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확대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해운업계가 호르무즈 해협을 토항하는 모든 선박을 상대로 통항 주의를 당부했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이날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운업계나 야권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나포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아무래도 윤 대통령의 발언이 이란 정부를 자극한 상태에서 이란 정부가 직접 행동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이란혁명수비대 등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해운업계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여기에 2021년 4월 한국 국적 선박 MT한국케미호가 이란혁명수비대에 나포당해 3개월 동안 억류당한 일이 발생하는 등의 사례가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