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록 올리던 도시정비사업도 ‘선별 수주’ 분위기
해외수주 등 신사업 강화…“기업별 양극화 뚜렸”

지난 17일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7일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부동산시장 침체가 깊어지면서 건설사들마다 향후 사업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주택사업 비중을 점차 줄이면서 이를 대체할 신사업 모색에 나설 건설사가 늘어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의 지난해 실적이 대부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한 대응방안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율 악화와 함께 분양시장 위축이 실적 저조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2월 공시를 통해 연간 매출액, 영업이익 등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수정했다. 이에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전망은 8조4000억원에서 7조6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9000억원에서 5100억원으로 내려갔다. 정정 사유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주택 경기 하락 등 시장환경 급변에 따른 영향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매출 감소를 꼽았다.

현대건설은 지난 19일 지난해 연간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21조2391억원, 영업이익은 582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1년 대비 매출은 17.6% 증가한 데 비해 영업이익은 22.8% 감소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2021년 대비 57.5% 하락한 813억원에 그쳤으며 당기순이익은 -1578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역대 최고 수주기록(35조4257억원)을 달성했다. 또, 국내 도시정비사업에서만 9조3395억원의 수주액을 올리며 이 분야에서 4년 연속 1위를 달성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올해 신규수주 목표액은 29조원 수준으로 지난해 실적보다 6조원 가량 낮췄으며 국내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선별 수주’를 강조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건설 윤영준 대표이사는 신년메시지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복합 위기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라며 심화되고 있는 대내외 불확실성과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체질 개선을 당부했다.

대우건설 백정완 사장은 신년사에서 “국내 주택시장은 앞으로 급격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자금력이 풍부한 산유국들을 중심으로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고 베트남과 같이 성장세가 두드러진 신흥국에서도 건설시장이 정상화돼 해외 수주를 확대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고 사업방향 전환을 암시하기도 했다. 실제 대우건설은 지난해 11월 전략기획본부 산하에 해외사업단을 신설하고 해외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각 조직에 흩어져있던 해외조직을 모아 해외사업단을 신설했다. 흩어져 있던 인력을 모아 조직 효율성을 높였다”고 조직개편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사업부서에 해외사업인력이 나눠졌을 때는 네트워크 유지와 관리가 중심이었고 지금은 해외신규수주 영업이 힘을 받아야할 시기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국내 주택사업은 아무래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면서 “주택사업 인력이 해외나 다른 신규사업에 재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건설 중인 현장을 유지해야 하니 인원변동은 천천히 진행될 것”이라며 그 시기는 내년쯤으로 내다봤다.

대다수 주요 건설사들도 국내 주택사업에서 점차 힘을 빼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만 42조원 수준으로 일부 사업장에서는 대형건설사간 수주전이 과열되는 양상도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유찰되는 사업장이 늘어나며 수의계약이 증가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보장되거나 상징성이 큰 사업장만 골라 입찰하는 ‘옥석 가리기’에 나서며 지난해와 같은 기록경신 행진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실적부진에 이어 국내 주택사업 전망도 어둡자 이를 대체할 사업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사업방향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국내 주택사업은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을 선별적으로 수주하려 한다”라며 “신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건설사들 실적이 좋지 않았다”라며 “지금은 선별 수주와 보수적 경영이 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운영하는 현장이 있기에 당장 인력배치가 달라지기는 어렵다. 현장별로 채용한 계약직들은 자연스레 계약이 종료되겠지만 이후 시장상황이 좋아졌을 시기를 대비해 핵심 인력은 유지하려 할 것이다”고 예측했다.

이 연구위원은 “자금이 풍부하고 인지도가 높아 수주도 유리한 회사가 더 버틸 것이다. 시장이 좋지 않아도 공사는 계속 나올텐데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은 대기업이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앞으로 기업별 양극화가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회사마다 사정이 달라 사업재편에 나설 회사도 있겠지만 버티는 회사들도 나올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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