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한국게임정책학회]
[사진 제공=한국게임정책학회]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확률형 아이템 규제 관련 법제화 수순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학계를 중심으로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자율규제 실효성 강화 등 다양한 의견 속에서, 보다 세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게임정책학회는 26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 베어드홀에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개정안과 이용자보호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광운대학교 선지원 교수와 순천향대학교 이정엽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이후 한국게임정책학회 이재홍 학회장을 좌장으로 연세대학교 서종희 교수와 한성대학교 조문석 교수의 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선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공개 관련 게임산업법 개정안에 대한 법적 검토’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게임법 일부개정안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와 공개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현행 게임법 제 45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 일부개정안은 이 의원이 지난 2020년 발의한 게임법 전부개정안 가운데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관련된 부분만을 별도로 다루고 있다. 

여기서 선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의 상위 개념인 ‘아이템’의 개념이 불분명하며, 이에 따라 지나치게 좁게 또는 넓게 해석할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직간접적인 유상 구매의 범위를 확정하기 어려우며, 아이템 획득 결정시기와 관련된 ‘우연적 요소’도 협의 혹은 광의로 해석할 가능성이 모두 존재하는 등 모호하고 불명확한 용어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확률 표시 의무의 적정성과 관련해서는 모든 광고나 게임물의 첫 부분에 공개하는 것보다는 현행 자율규제 방식처럼 실제 구매 행위를 할 때 공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으며, 확률공개 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 등이 생략돼 있어 이를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선 교수는 게임 콘텐츠 영역은 방송과 달리 공적인 장으로 보기 어려우며, 콘텐츠 제공자의 자유 역시 보다 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사전적인 규제와 개입보다 제작자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 편익을 가진다고 할 수 있으며, 리스크가 드러난 이후의 사후 규제를 적용해야 할 영역이라는 것이다. 헌법상 영업의 자유라는 가치를 제한하는 만큼, 규제 정도의 방식과 적정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다음 발제자로 나선 순천향대학교 이정엽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공개 법안과 이용자 보호’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캐시 아이템, 게임 머니, 확률형 아이템(캡슐형), 캐시 아이템 구매 유도 등 기본적인 확률형 아이템의 요소들을 언급하며, 사실상 큰 문제는 게임사의 BM(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지목했다. 확률형 아이템이 현금과 결부되지 않거나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지속적인 결제를 유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게임별 확률형 아이템 매출 비중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부분의 게임이 확정형 캐시 아이템을 통한 이중결제를 유도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오히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처럼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확률형 아이템이 직접적인 현금결제 비중이 높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더욱이 강화 형태의 확률형 아이템은 현행 게임법상 사행성이 없다고 판단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르다는 것이 그의 비판이다. 강화 형태의 확률형 아이템은 강화 실패 시 아이템이나 재료의 손실을 유발하며, 유저 입장에서 이는 시간과 노력, 레벨의 손실을 의미한다. 이를 복구하기 위해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형태가 만연해 있으며, 국내 아이템 거래 시장이 2020년 기준 약 1조5000억원에 이르는 등 현금 환전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 교수는 사행행위 규제 및 처벌 특례법(사특법)에 초점을 맞췄다. 현행 사특법상 사행행위 규정은 ▲베팅 행위 ▲실제 금전의 획득 혹은 손실 유무 등 절대성에 근거하며, 사행행위로 간주된 게임은 등급분류 자체가 거절되는 상태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과 같이 사행심을 ‘다소’ 유발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사행성이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사특법과 게임법의 이중규제가 이뤄지는 현 상황에서는 게임법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이러한 ‘약간의 사행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규제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이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공개 자율규제는 정부의 행정적 어려움과 입법규제를 막기 위한 업계가 타협한 결과 나온 산물로, 확률공개만으로는 근본적인 이용자 보호가 이뤄질 수 없다”며 “입법화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다 게임업계는 언제든 이를 무력화시킬 새로운 BM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이용자 보호를 원한다면 사특법과 게임법의 동시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서 교수는 게임법 개정안 제2조 제13호, 제59조 등에서 헌법상 영업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가 있으며, 현행 자율규제를 진단해 드러난 한계는 개선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지 냉정히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행위 조장 여부와 비합리적 소비 유도 여부 등이 관련 규제의 쟁점이며, 합리적 소비를 위한 강제적 규제가 필요한지에 대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합리적 구매 행위는 소득수준 등 경제적 역량과 기대가치 등에 근거해야 하나, 실제 이용자들의 구매 행위는 비용, 확률, 능력치, 게임에 대한 몰입도 등이 복합적인 판단기준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이 학회장은 “국가적 질서를 위해 법이 필요하다면 만들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산업계 발전과 이용자 권익 보호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한 번 더 개정안의 의미를 살펴보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보고자 했던 것이 토론회의 의미”라며 “앞으로 우리들의 문화이고 예술이며, 국가 미래 성장동력원으로 큰 역할을 하게 될 게임산업의 생태 환경에 대해 고품격의 반열에서 보다 진지하게 논의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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