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 90%’ 이하여야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사기 가담 중개사 처벌 강화·피해자 지원 확대
‘1941명 검거’ 부처 합동 특별단속, 6개월 연장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추가설명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추가설명회를 열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범정부 차원의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대책이 나오며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전세금 반환보증 조건을 강화한 방안이 향후 전월세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2일 정부는 제4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 근절 종합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전세금 반환보증에서 보증대상 전세가율을 매매가의 100%에서 90%로 하향했으며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에 대한 처벌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전세피해 임차인들에게는 저리 자금대출 등의 지원을 확대하고 낙찰 시 무주택 유지 원스톱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은 매매가의 100%까지 가입을 허용하며 무자본 갭투자, 깡통전세 계약 유도에 악용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증대상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낮춰 자기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다수의 주택을 매집했던 전세사기 수법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대신 정부는 서민임차인 보증료 할인을 확대하고 자본금 출자, 보증배수 상향 등 보증기반 확충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감정평가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없는 경우에만 적용하고 협회에서 추천한 법인의 감정가만 인정해 임대인과 감정평가사의 사전 모의를 차단할 계획이다. 등록임대사업자가 실제로는 깡통전세계약을 체결하고는 보증에 가입하지 않는 사례도 확인되며 이에 대한 관리·감독 역시 강화하기로 했다. 임차인 거주 주택은 보증을 가입해야만 등록을 허용하고 공실은 보증 미가입시 임차인에게 통보해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제한하겠다는 구상이다.

주로 시세정보가 없는 신축빌라를 전세사기에 활용한 점을 감안해 앞으로는 HUG의 ‘안심전세앱’을 통해 신축빌라 등의 시세, 악성임대인 정보, 세금체납 정보 등 전세사기 위험 사전 진단을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공인중개사에게 임대인의 세금·이자체납 등 신용정보와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전입세대 열람 등을 확인하도록 해 권한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에 따른 임차인에 대한 책임강화에도 나선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등이 전세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한다. 공인중개사는 사기 가담시 금고형도 자격을 취소하고 관련법을 개정해 중개보조원 채용 상한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기에 가담한 감정평가사 자격 취소 사유도 금고형 2회에서 1회로 강화할 예정이다.

이어 전세사기 의심사례에 대한 기획조사를 오는 5월까지 실시하고 부동산광고시장감시센터에서 오는 6월까지 허위과장광고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시장 교란행위 신고센터는 앞으로 전세사기 의심 행위도 업무에 포함해 관리한다.

전세사기 범부처 합동 특별단속 기간은 6개월 연장해 강력 대응을 이어나간다. 경찰은 지난해 7월 전세사기 전담수사본부를 설치한 뒤 6개월간 특별단속을 진행해 전세사기사범 1941명을 검거하고 168명을 구속했다. (총 618건) 구체적 사례를 보면 전국적으로 6100여채를 보유한 6개 무자본갭투자조직을 검거해 범행을 기획한 컨설팅업자, 임대인 등 가담자 350여명을 검거(구속 14명)했다. 아울러 허위 전세계약서로 전세자금대출 수백억원을 편취한 전국 15개 조직을 단속해 가담자 600여명을 검거하고 총책 및 주범급 85명을 구속했다.

2일 현재까지 송치사건 기준 확인된 피해자는 1207명이며 피해금액은 2335억원에 달한다. 피해자 1인당 피해금액은 1~2억원대이며 피해 주택유형은 다세대주택(빌라)가 다수였다. 당국은 사회경험이 많지 않고 중개인 의존경향이 높은 2~30대 청년층에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도 한층 강화된다. 저리대출 보증금 요건은 3억원까지 완화되고 대출액 한도도 가구당 1억6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까지 늘렸다. 기존 전셋집에 거주해야 하는 피해자는 5월까지 기존 전세대출을 1~2%대 금리의 저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상품도 신설한다. 

정부는 상반기 중 수도권 공공임대 500호 이상을 추가 확보해 피해자들에게 긴급거처로 지원할 예정이다. 피해자가 불가피하게 거주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에는 공시가격 3억원 이하(지방 1억5000만원 이하)이면서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의 경우 무주택자로 간주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합동 법률지원 TF를 통해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 반환절차를 단축하고 체계적인 법률지원 서비스를 구축한다. 임대인 사망 시 상속대위등기 없이 임차권 등기가 가능하도록 법원의 등기선례와 송무선례를 개선했으며 임대인에게 등기명령 송달 이전에 임차권 등기를 할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부는 일단 가능한 조치는 즉시 착수하고 ‘전세사기 방지 6대 법률’은 신속히 통과되도록 국회와 적극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주택가격 급등의 부작용, 제도적 사각지대 및 전문화된 사기 집단의 계약구조 악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규모 피해로 확산됐다”라며 “임차인 주거안정은 민생의 버팀목인 만큼 임차인 불안을 끊어내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구조 및 대응방안 [이미지제공=국토교통부]
전세사기 구조 및 대응방안 [이미지제공=국토교통부]

사망 임대인 조세채권 해법 등 추가 대책 요구도

한편, 당사자인 피해자들은 이번 전세사기 종합대책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보다 세밀한 추가 보완이 따라야 한다고 봤다. 피해자 A씨는 “그동안 요구했던 사항이 상당히 반영돼 울컥했다”면서도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하지 못한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은 보강이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거주하는 주택을 낙찰 받으려면 경매가 진행돼야 하는데 사망한 임대인의 조세채권 때문에 개시되지 않고 있다. 조세채권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B씨는 “대환상품이 나온다는데 대환과 대출이 한 번에 처리됐으면 더 실효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당장 퇴거해야 하는 피해자들은 목돈이 필요해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자부담이 상당하다”라며 “발표한 지원대책들이 빨리 집행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전세보증금이 3억원 이상이거나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원 이상인 피해자들은 대출지원에서 빠진 점도 지적된다. 

민달팽이유니온은 같은날 논평에서 “이번 정부 대책은 피해 당사자들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 피해 구제책을 적시했다는 점에서 좋은 조치”라고 환영했다. 다만 “금융기관별로 대출 연장을 거절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해 이에 대한 금융기관 협조를 분명히 보장해야 한다. 대환 상품이 신설되는 5월 이전에 대출 연장을 진행하는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예방책에 대해서는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전세사기 위험 주택을 피할 수 있도록 법에 공인중개사의 의무와 역할을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보증금 규모가 주택가격의 80% 이상을 웃도는 주택이 나날이 증가하는데 주택임대차시장의 위태로운 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하는 태도”라며 “장차 공공이 위험 주택을 선매입해 시장이 아닌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개인과 개인간의 사적계약을 공공이 모두 통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완벽하게 전세사기를 차단하는 정책입안은 어렵다”라며 “이번 대책을 먼저 시행하고 이후 제도운영에서 제기되는 내용들을 추가 보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전세가율 조정에 대해서는 “위험물건을 인수해야 하는 보증기관의 입장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보증기관에 무조건적인 위험보유를 강제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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