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는 2025년까지 유아교육+보육 통합 본격 추진
유아교육계 “교사 자격 요건 및 교육 질 하향화 우려”
“모든 아이, 교육·돌봄 평등하게 받아야”…환영의 목소리도
교육부 “교원 신분·처우 저하 없어…소통의 장 확대할 것”

지난 1월 31일 오전 서울의 한 아파트 앞에서 어린이들이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월 31일 오전 서울의 한 아파트 앞에서 어린이들이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인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하나로 합치는 내용의 ‘유보통합’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교육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어린이집 측은 대체로 환영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반면, 유치원 측은 교사들을 중심으로 유보통합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30일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오는 2025년부터 본격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보통합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소관 업무가 분류돼 있는 만 0~5세 유아교육과 보육의 체계를 통합하는 것이 골자다.

앞서 해당 정책은 영유아가 다니는 기관에 따라 학부모 부담이나 교육·보육 차이가 발생한다는 지적으로 인해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추진이 거론됐지만, 유치원교사-보육교사의 다른 자격 요건 등으로 인해 해결점을 찾지 못한 바 있다.

이에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 및 유보통합추진단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유보통합 과제를 이뤄낼 것이라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교육부는 “저출생 위기에서 아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생애 초기부터 질 높은 교육·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재 이원화 체제에서는 교육·돌봄 여건이 달라 기관별 서비스 격차가 아동 간 격차로까지 이어진다는 우려가 있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0~5세의 모든 영유아가 이용 기관에 관계없이 양질의 교육·돌봄 서비스를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도록, 유보통합을 통해 새로운 교육‧돌봄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2월 말 발족 예정이었던 위원회가 3월에 진입했음에도, 발족이 연기되고 있다. 당초 이주호 부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위원 24명 중 19명이 정부 밖에서 위촉될 예정이었으나, 19명의 위원 중 보육계 인사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되며 편중 인사 논란을 빚었다.

더불어 교사단체 등은 물론 지난 2월 5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유보통합 반대에 관한 청원이 동의수 5만명을 달성해 국회 교육위에 회부되는 등 반대 의견이 지속되자, 현재 교육부는 재정비를 위해 위원회 출범을 미룬 상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유치원 교사들이 지난 2월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의 유보통합 전면 철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유치원 교사들이 지난 2월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의 유보통합 전면 철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교사 자격 및 교육의 질 하향 우려

유보통합의 가장 큰 쟁점으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사 자격 △유아교육의 질 하향평준화가 지목되고 있다.

현재 유치원 교사는 2년제 이상 대학에서 유아교육 등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졸업해야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특히 국·공립 유치원 교사는 임용고시까지 통과해야 한다.

반면 어린이집 교사의 경우, 대학에서 관련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점을 이수하고 실습을 마치면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자격 취득 과정이 다르다 보니, 유치원 교사들은 어렵게 취득한 자격 요건과 돌봄과 교육이 구분되지 않는 현장에서 교육의 질이 하향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이하 국공립유치원노조)이 지난해 8월 조합원 2399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유보통합 추진 방안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유보통합에 대해 61.6%가 반대했다고 밝혔다.

응답자들은 유보통합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로 △유아교육이 교육이 아닌 복지나 돌봄으로 다뤄질 우려 △보육과 교육의 각자 전문성을 무시한 채 무분별하게 교사자격을 통합할 우려 △유아 발달 수준차이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연령을 통합할 우려 등을 꼽았다.

국공립유치원노조는 “현재 정부의 정책에서 명확한 것은 ‘교육부로의 부처 통합’ 뿐이다”며 “복지가 아닌 교육으로 상향평준화하는 유보통합이 이뤄져야 하며, 연령과 교사 자격 이원화를 전제로 해야 하고, 교육 현장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우려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보통합 정책이 진정 유아 중심으로 진행되려면 유아가 받는 교육의 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논의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또 교사의 전문성을 제고하며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발달 격차가 현저한 연령의 차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정책 추진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는 지난 2월 ‘윤석열식 유보통합 전면 철회를 위한 전국교사결의대회’를 통해 정부가 현장 교사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정책 추진을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해당 논의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진행되었으나 소관 부처, 관련 법, 기관의 성격, 대상 유아 및 교원 양성 과정 등이 모두 달라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며 “그만큼 다양한 논의와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정부는 구체적 내용을 제시하지 않은 채 ‘2년 뒤 유보통합 본격 시행’이라는 추진계획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과정을 3년 내 완성할 수 있다는 생각은 교육과정 연구에 대한 특별한 고민 없이 단기간에 통합을 이루어 내겠다는 실적에 매몰된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유아교육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각종 특성화 과목으로 채워진 교육과정에 대한 면죄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1월 31일 오전 어린이들이 서울 한 어린이집으로 등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월 31일 오전 어린이들이 서울 한 어린이집으로 등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영유아, 교육·돌봄 평등하게 받아야

찬성하는 측은 국가 차원에서 양질의 교육을 영유아에게 평등하게 제공 및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유보통합을 환영하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이 소속된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학부모연대(이하 학부모연대)는 지난 2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해 정부의 유보통합 추진에 대해 환영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학부모연대는 “유보통합은 관할 부처 이원화로 인해 지난 30년간 누적된 교육 불평등과 행정의 비효율성을 끊어 내고 초저출생·인구 절벽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더 이상 늦추면 안 될 시급한 정책 과제”라며 “긴 시간 동안 유·보 분리로 인한 불평등한 교육과정, 시설, 급 간식비, 교사 자격 및 처우 등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영유아들과 현장의 교사들이 감당해 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보통합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교육부-교육청 관리 체제 확립과 이를 통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체계적인 수급 관리다”며 “다음으로 교사 대 영유아 비율(학급당 원아 수)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말했다.

또한 학부모연대는 교사 양성, 자격, 처우를 상향 조정하는 제도적 개선이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민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도 영유아가 이용 기관에 관계없이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가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는 유아교육계와의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고 신속하게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교총은 “유보통합의 근본취지는 모든 유아에 대해 양질의 유아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유치원 교육여건을 개악하거나 교사의 신분 및 처우를 저하시키는 등 졸속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이와 함께 국공립유치원에 대한 지원방안, 발전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교총은 다소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모든 이해당사자와 충분히 논의하고 반드시 공감과 합의를 거쳐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2월 17일 오전 유보통합 추진을 위해 방문한 서울 용산구 청파유치원에서 어린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 2월 17일 오전 유보통합 추진을 위해 방문한 서울 용산구 청파유치원에서 어린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닻 걷어올린 교육부, 순항할 수 있을까

교육부는 이번 개편이 교사 처우와 교육의 질을 이전보다 상향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유보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보통합으로 교사와 교육의 질이 더 낮아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에 교육부는 “이번 정책은 어느 기관을 이용하더라도 양질의 교육과 돌봄 서비스를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으로, 교사 자격·양성 체계 개편의 취지는 교육‧돌봄의 질 제고를 위해 교사의 질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보통합은 현재 근로 여건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며, 논의 과정에서 교사들이 아이들의 교육 및 돌봄에 집중할 수 있는 방안들도 함께 논의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또한 교육부는 “유치원교사의 신분이나 처우가 저하되는 방향으로 논의하거나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국공립유치원 교원의 교육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은 변동이 없을 계획이다”고 공언했다.

유보통합 추진방안이 추상적이고, 현장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재는 논의를 본격 시작하는 단계”라며 “앞으로 학부모, 현장교사, 기관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등을 중심으로 현장과 충분히 소통해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이 같은 문제는 정부가 명확한 정책 방향이 제시해야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반영해야 정책이 순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이에 대해 육아정책연구소 박창현 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현재 유보통합에 대해서는 유치원 측이 반대, 어린이집 측이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며 “이 사이의 갈등 구조를 정부가 인식하고, 영유아 학교 시스템 측면으로 명확하고 실제적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유보통합을 통해 교육청이 어린이집을 관리한다는 것은 즉, 사회복지시설이 학교 체계로 들어와 공공성을 띄어야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지점을 서로가 정확히 알아야 갈등이 잠재워질 수 있을 것”이라며 “더 이상 방법론적인 정책 제시가 아닌 현장과 꾸준한 소통을 통해 불만족 요소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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