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시 청년정책 키워드는 ‘연결’…청년정책 캘린더 만든다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청년, 청년인생설계학교 통해 코칭
“당사자 중심 역동성 부족” 지적도…질적 발전 위한 진단 필요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3월 23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에서 2025 서울청년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3월 23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에서 2025 서울청년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청년문제는 중앙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중앙보다 시민의 삶에 더 밀착해 있는 지방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자체가 나서면 중앙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도 정책의 수혜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시대가 열린지 30년이 지난 현재, 지자체는 단지 중앙정부 사업을 보조하는 역할에서 점차 새로운 정책을 입안해 한 발자국 앞서가는 역할로 전환되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청년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한편, 현재 광역지자체의 청년정책을 살펴보고 앞으로 더욱 역할을 확대해야할 분야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서울시는 201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청년정책이 처음 시행된 지역이다. 서울시 청년정책은 10여년 동안 고도화·규모화되며 발전했으나 당사자성 중심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청년정책 전담조직으로 미래청년기획단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청년기획단은 2개반(청년정책반, 청년사업반) 8개팀으로 구성된 국 단위의 조직이다. 청년정책 사업규모는 연간 약 1조원에 달하며 서울 영테크, 마음건강 지원, 고립·은둔청년 지원 등 선도적 정책추진으로 타 시도 청년정책을 견인하는 면모를 보이고 있다.

2023년 서울시 청년정책 시행계획을 보면 올해는 총 54개 사업에 약 89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본예산 기준)이다. 일자리 분야에는 청년취업사관학교, 미래청년일자리 등 15개 사업에 1626억원의 예산이 배정됐으며 주거 분야는 청년매입주택 공급, 청년월세 지원 등 8개 사업에 5314억원이 투입된다. 이외에 청년 문화패스, 청년인생설계학교 등의 교육 분야(148억원), 청년수당, 희망두배 통장 등의 복지·생활 분야(1733억원), 청년참여기구, 청년공간 운영 등의 참여·공간 분야(115억원) 사업계획도 준비된 상태다.

청년취업사관학교는 청년들에게 디지털 신기술 분야 역량 강화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일자리 밀착 연계를 통해 청년일자리 미스매칭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정책 접근성을 한층 보강하기 위해 ‘1자치구 1 청년취업사관학교’를 추진하고 있다.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전월세보증보험료 지원도 확대된다. 서울시는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주택임차보증금 보호 목적의 전월세보증 보험료를 지원해오고 있다. 이외에 청년 문화패스는 올해 신설된 사업으로 만 19세 청년에게 공연예술 관람지원을 위한 연 20만원 상당의 문화바우처를 지급한다.  

청년인생설계학교는 지난해 사업추진 결과, 1000명 정원에 총 3763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3.76: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인생설계학교에 참여한 청년들의 종합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52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 정소진 청년정책팀장은 “청년들에게 설문조사를 받아보면 본인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청년이 많았다. 청년인생설계학교는 그 부분을 짚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을 신청한 청년은 권역별 청년센터나 활동지원센터 등에서 자가진단을 진행하고 그에 맞춘 코칭을 받게 된다. 

자가진단 이후에는 4가지 코스로 나뉘어 상담을 받게 된다. 라이프 코스는 자기 이해를 통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해 삶과 일의 첫 설계를 시작하는 청년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킨다. 커리어 코스는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업무 스타일과 동기부여 방식을 찾아가며 목표를 설정하게 된다. 리더십 코스는 중간관리자 역량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증진 과정으로 신뢰받는 리더로서의 실천역량을 계발한다. 이외에 올해에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코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시는 올해 청년정책 방향의 키워드로 ‘연결(Connecting)을 꼽았다. 청년들의 정책 체감도 향상을 위해 사업 연계성을 확보하고 정책 전달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정 팀장은 “서울시 청년정책사업이 50여개 남짓인데 여러 부서에 나눠져 분절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있었다”라며 사업 연계성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비췄다. 

이어 정 팀장은 “올해는 ‘청년정책 연간 캘린더’를 제작해 청년들이 한눈에 서울시 청년정책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어떤 부서에서 어떤 정책이 추진되는지, 이 사업과 연계해 어떤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지 알기 쉽게 홍보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청년정책 캘린더는 서울시 온라인 청년정책 종합플랫폼 ‘청년몽땅정보통’에서 사업별 상세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3월 ‘2025 서울청년 종합계획’(청년행복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300만 서울청년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도약하고 경제적 부담 등으로 인해 기회를 포기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보인 바 있다. 서울시는 기존 청년정책 사업 규모를 20개에서 50개로 2.5배 확대했으며 오는 2025년까지 약 6조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종합계획은 청년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도약’하고 완전한 경제적·사회적 자립으로 가는 이행기에서 겪는 불안으로부터 ‘구출’하고 경제적 부담 등으로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기회’를 만날 수 있도록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오 시장은 “청년이 꿈을 잃은 사회는 미래가 없다. 서울시는 불공정과 불평등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2030 청년세대가 희망을 갖고 봄을 노래할 수 있도록 ‘청년서울’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서울시의회 서소문청사에서 ‘경쟁특별시 서울, 진짜 청년정책의 길을 묻다’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이민옥 서울시의원]
지난 7일 서울시의회 서소문청사에서 ‘경쟁특별시 서울, 진짜 청년정책의 길을 묻다’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이민옥 서울시의원]

서울시 청년정책은 타 지자체 청년정책의 본보기가 되고 있지만 청년 당사자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지역 청년 중 86%는 경제, 주거, 건강, 복지 등 7개 영역 중 1개 영역 이상은 빈곤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3개 이상 영역에서 빈곤함을 보인 청년 비중은 43%나 된다. 직접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청년 당사자가 청년문제 해결에 나서야 근본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정책위원회와 민주당 이민옥 시의원은 지난 7일 서울시의회 서소문청사에서 ‘경쟁특별시 서울, 진짜 청년정책의 길을 묻다’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주요 서울시 청년정책의 현주소와 양상을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기현주 공동대표는 서울시 청년정책에 대해 “청년시민사회 지원 축소, 자치구 자율예산 감축, 청년당사자의 자율성 중심 사업이 축소돼 당사자 중심의 역동성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문제를 짚었다. 기 공동대표는 “청년의 입장에서 각종 정책을 재구조화하고 정책을 연결하는 별도의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며 “청년들의 공공부문 의사결정 과정 참여를 늘려 의제를 제안하고 시행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유니온 김지현 정책팀장은 “취·창업에 집중된 일자리 정책은 청년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불안정 노동에 놓여있는 청년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미비한 상황이다”라며 “지난 시기 고용중심의 정책에서 청년의 삶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논의하는 정책적 전환은 유의미했으나 보장정책이라는 말의 모호성이 정책 유동성을 높이는 위기를 마주한 것이 아닌지 자성적 진단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이주형 대표는 “청년정책을 단순 ‘청년 연령에 제공하는 지원정책’으로만 여긴다면 청년정책이 질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라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청년정책, 불행한 취약 청년 찾기 배틀의 청년정책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정책이 사회적 이행의 과정에 있는 시민에게 권리로서 제공되는 사회정책이라면 현재의 서울시 청년정책도 그런 틀에 근거해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대표인 정진술 시의원은 “서울시의 많은 청년정책들이 지원 규모를 엄격히 제한하고 번거로운 절차를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사업은 까다로운 자격요건까지 요구한다. 선별적이고 단발적인 청년정책의 지원이라도 받기 위해 또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어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기회를 확대하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폭넓은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청년정책이 근본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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