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첫날 현역 의원은 0명, 원외 6명만 지원
김기현 리더십에 굳이 숟가락 얹을 이유 없어
설화에 휘말리기 보다는 조용히 총선 준비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지난달 10일 사퇴한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후임자 보궐선거를 위해 후보등록을 시작했지만 눈에 띄는 지원자가 없다는 것이 당 안팎의 시선이다. 이로 인해 재공고 혹은 합의 추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무엇보다 현역의원들이 아예 없다는 점이 이번 보궐선거가 어떤 성격을 띄고 있는지를 눈에 보이게 해준다. 

국민의힘 후임 최고위원 보궐선거에는 후보자 인물난을 겪고 있다. 지난 29일 오전 9시부터 30일 오후 5시까지 이틀간 최고위원 보선 후보 등록을 받기로 했지만 현역의원들의 출마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내부적으로 출마를 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는 사람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등록한 사람은 원외 인사 6명이었다.

인물난 겪고 있어

당초 호남 재선인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과 TK(대구·경북) 재선인 김석기(경북 경주)·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의원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정작 본인들은 손사레를 쳤다. 이용호 의원은 국민통합위원장에 임명되면서 모호해졌다. 김석기 의원이나 이만희 의원은 영남 출신이라는 것이 걸림돌이 됐다.

이들 중 한 사람이 후임 최고위원에 임명된다면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영남 정당’이 된다는 부담감을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영남당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이들의 출마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김기현 지도부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한 몫했다는 평가다. 김기현 리더십이 취임 한 달 만에 무너졌던 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김기현 리더십이 또 다시 무너질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대로 김기현 지도부 체제로 선거를 치를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따라서 그런 지도부에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후보 등록은 김가람 국민의힘 청년대변인, 김영수 한국자유총연맹 이사, 김한구 현대자동차 사원, 이종배 서울시의원, 정동희 작가, 천강정 전 최고위원 후보(가나다순) 등 6인이 등록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기현 리더십 흔들흔들

만약 김기현 대표가 리더십을 갖고 당을 운영해 나가고 내년 총선 승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실하다면 아마도 지원자가 상당히 많이 늘어났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만큼 김기현 리더십에 대한 확신이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친윤 정당’이라는 부담감 때문이다. ‘친윤 정당’이 득이 되면 득이 될 수도 있겠지만 독이 되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30%대로 떨어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윤 대통령과는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내년 총선에서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당 지도부에 들어가게 된다면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후임 최고위원 보궐선거 출마에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후보 인물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계파 갈등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반영된다. 아무래도 당 최고위원이 되면 공천 등에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현역 의원들로서는 골치 아픈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대로 당 대표가 확실하게 리더십을 갖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면 그 고민은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만 그러하지 못한다면 괜히 엮이게 된다면 나중에 큰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굳이 최고위원이 돼서 그 골치 아픈 것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고 현역의원들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관리가 더 중요

아울러 지역구 관리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당 지도부에서 공천 룰 등을 정치신인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의원들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 지역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총선은 물론 공천도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당 지도부에 입성하기 보다는 지역구 관리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됐다.

또한 당 지도부에 들어가서 괜히 설화(舌禍)에 휘말리기보다는 조용히 총선 준비를 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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