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인극 ‘온 더 비트’, 국내 앵콜 공연 진행 중
자폐스펙트럼 가진 주인공 ‘아드리앙’ 내면 묘사해
독특한 모노드라마의 매력... 배우의 역량이 관건

배우 윤나무가 ‘아드리앙’ 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프로젝트그룹일다]
배우 윤나무가 ‘아드리앙’ 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프로젝트그룹일다]

【투데이신문 이주영 기자】 무대를 채우는 건 오직 한 명의 배우와 드럼세트뿐. 연극 ‘온 더 비트’는 프랑스 배우 겸 연출가인 쎄드릭 샤퓌(Cédric Chapuis)가 직접 쓰고 연기한 1인극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배우 윤나무·강기둥 더블 캐스팅으로 초연됐고, 현재 같은 캐스트로 앵콜 공연이 진행 중이다.

주인공이자 무대에 등장하는 유일한 인물 ‘아드리앙’은 하루 중 대부분을 자신만의 세계에 푹 빠져 지낸다. 그를 사로잡은 관심사는 딱 하나다. 주위에서 들리는 각기 다른 음정과 박자의 소리를 상상 속에서 결합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리듬, 바로 음악이다.

극의 초반부 아드리앙은 자신의 귓가에 들려오는 농구공 튀기는 소리, 도마에 놓인 야채를 칼로 써는 소리 등 일상 속 리듬과 교감하며 음악을 받아들인다. ‘온 더 비트’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단편적인 이미지로 아드리앙을 묘사하지 않는다. 그가 온몸으로 느끼는 매혹적인 외부 자극이 그의 단단한 세상에 흘러들어와 미치는 아름다운 영향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잡동사니를 이어 붙여 급조한 악기로 머릿속 리듬을 구현하던 아드리앙의 삶은 어느 날 드럼을 만나면서 급변한다. 밤하늘의 푸른빛을 닮은 짙은 남색 드럼이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아드리앙을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이후 이어지는 드럼 연주는 ‘온 더 비트’의 가장 큰 재미 요소다.

배우 강기둥이 ‘아드리앙’ 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프로젝트그룹일다]<br>
배우 강기둥이 ‘아드리앙’ 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프로젝트그룹일다]

아드리앙을 연기한 윤나무, 강기둥 배우는 극을 위해 2021년부터 드럼을 배웠다. 전문 드럼 연주자가 아니어서 화려한 실력을 뽐내지는 못하지만 특별한 재능을 지닌 아드리앙의 내면세계를 연주하기에는 충분하다.

소규모 연극은 무대와 객석이 아주 가까워서 배우의 연기를 직접 감상할 수 있다. 특히나 1인극의 경우 배우와 조명, 음향, 무대장치가 전부이기 때문에 관객은 한 명의 등장인물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연극 ‘온 더 비트’는 이러한 특성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단순히 형식이라고 여겼던 모노드라마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극의 내용과 합일하는 순간, 아드리앙의 몸짓과 대사들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110분이라는 긴 시간을 한 명의 배우가 채우면 극이 진행될수록 체력 소모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사량이 많고 무대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활동량도 많기 때문에 자연스레 배우의 고됨이 피부로 느껴진다. 가쁜 호흡까지 아드리앙의 일부로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연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관객이 그의 버거운 모습에 안타까워하기보다는 극 중 인물의 세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을 때 ‘온 더 비트’만의 매력이 극대화된다. 

연극 ‘온 더 비트’는 대학로 TOM에서 6월 25일까지 관람 가능하다. 전석 5만5000원, 14세 이상 관람가.

연극 ‘온 더 비트’ 포스터. [사진제공=프로젝트그룹일다]
연극 ‘온 더 비트’ 포스터. [사진제공=프로젝트그룹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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