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전문위원
적정임금제·기능등급제로 저가 수주·다단계하도급 극복해야
100원 공사, 60원에 낙찰 받아서는 품질·안전 챙길 수 없어
실제 수주한 업체가 시방서대로 직접 시공하는 방향 나가야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전문위원 ⓒ투데이신문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전문위원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서울 도심에 멋들어지게 지어진 고층빌딩과 크고 작은 아파트단지들은 우리나라의 발전된 현재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국내 건설 수준은 다른나라에서도 인정받으며 활발한 해외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건설현장은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르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건설 중인 아파트가 무너지는 믿기지 않는 사고부터 신축 아파트들은 부쩍 크고 작은 하자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건설현장 내 사망사고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건설업 사망자 수는 2021년 359명, 지난해에는 341명으로 하루에 1명이 사망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의 건설현장은 정부도, 건설사도, 노동자도, 국민도 모두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각자 입장차가 뚜렷하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워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저마다 부동산경기 침체와 각종 규제로 어려운 현장 상황과 최근 여러 갈등이 불거지며 건설현장이 셧다운되는 기간이 잦았다는 점을 이유로 꼽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결론에 가서는 입을 모아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는데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고 탄식한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전문위원은 “핵심은 돈 문제다. 건설현장 내 폐해의 공통된 근원은 공사비 부족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선진적인 기술과 제도를 갖추고 있어도 제값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싼 게 비지떡’인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심 전문위원은 한국노동연구원과 건설산업연구원을 거치며 건설현장을 다각도로 접근해 연구해왔다. 건설현장의 근본문제가 저가 수주경쟁으로 인한 공사비에 있다는 지적은 그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이 지난달 2일 인천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이 지난달 2일 인천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Q. 건설현장이 가진 여러 문제의 근본원인이 공사비에 있다고 분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사비 삭감이 ‘만악의 근원’이라는 표현도 쓸 정도다. 예를 들어 100원으로 해야할 공사를 원청이 80원으로 들어가고 하도급은 60원에, 불법인 재하도급은 50원 미만으로 내려 현장 용어로 ‘맞춰 먹으려고’ 한다. 이렇게 무리하게 공사비를 낮춰서 하려면 제일 효과적인 방법이 공기를 단축하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다 돈이 들어가니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는 과정에서 안천을 원칙대로 지킬 수 없는 여건이 된다. 돈이 없다보니 자재나 인력도 저가에 투입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품질 면에서 부실시공 문제까지 번지게 된다.

Q. 원청이 적정한 공사비를 확보하더라도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협력업체에게는 무리한 수준의 공사비로 계약하도록 할 수 있지 않나.

도급 구조에서 약자인 하위 도급자에게 지급해야할 단가를 후려치는 문제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는 오래된 과제다. 이를 가장 구체화한 방법이 미국의 적정임금(Prevailing wage )제도다. 이는 그 지역에서 가장 일반적인,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받는 임금을 일컫는다.

원수급자 입장에서는 자신은 발주자에게 많이 받아내고 하도급은 적게 지급하면 자기 이윤이 커진다. 이를 막을 핵심은 현장노동자들이 받는 금액을 고정시키는 것이다. 노동자 임금을 내리지 못하면 하수급자도 더 낮게 치고 들어갈 여지가 없어진다. 하수급자가 더 낮게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 원수급자도 후려치기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1931년에 이 제도를 시작했다. 미국은 정부가 투자하는 공공현장에서 적정임금제를 시행하지만 민간현장은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둘의 대비가 쉽게 된다. 미국 공공현장은 임금을 후려치지 못하니 낙찰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 발주자가 100원짜리 공사를 입찰에 붙였을 때 낙찰자가 받아가는 금액도 거의 100원에 가깝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는 적정임금제를 위반하면 3년간 공공공사 입찰이 제한된다. 

우리나라도 시범적으로 적정임금제를 서울시와 경기도가 발주한 공사에 적용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1년에 2차례 건설공사 시중노임 단가를 직종별로 발표한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이를 하한선으로 삼아 계약조건에 포함시켰다. 전문건설업자들이 낮게 치고가려해도 시중운임단가 하한선을 지켜야 되니 손해를 보면서까지 저가로 수주하려고 하지 않는다. 아직 공식적인 성과발표는 없지만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낙찰률이 높아지고 공사현장 노동자 중에서 내국인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공사비는 크게 자재비, 노무비, 경비로 나뉜다. 보통 노무비 비중이 30%이고 업계에서는 공통적으로 가장 후려치기 쉬운 항목으로 지목한다. 자재비를 줄여 철근 100가닥을 넣어야 하는데 80가닥을 넣으면 위험해진다. 건설자재는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거래되는 가격이 있고 불량품은 재료시험에서 탄로나기 쉽다. 그러나 노무비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하면 쉽게 낮출 수가 있다. 

결국 지금까지의 저가 수주경쟁은 수주만 하면 단가를 후려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적정임금제로 노무비를 고정시키면 전문업체가 공사비를 낮게 치고 갈 가능성이 줄어들고 그만큼 원수급자도 낮게 들어갈 수 없게 된다. 

Q. 최근 물가상승으로 자재비, 인건비 등도 따라 올라가면서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적정 공사비를 맞추기 쉽지 않아 보이는데.

발주자가 공사를 하려면 미리 예산을 잡는다. 적정임금제를 하자는 것은 설계금액을 올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 구조에서는 원청도 제값을 못 받는다. 원청이나 하청 모두 이 구조에서 죽어가고 있다. 보통 건설업체 이윤이 12~15% 정도로 보는데 지금은 저가 경쟁을 하면서 이윤을 2~3%만 쓴다. 0%로 쓰는 경우도 있다. 일단 수주를 한 뒤 자신의 이윤을 확보하려고 하도급 단가를 후려치려 하다보니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애초 설계한 금액을 고스란히 공사비로 주되 자신이 기여한만큼 골고루 나눠가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적정임금제다.

다만 최저가 낙찰제에서는 가격을 낮게 쓰면 쓸수록 점수를 높게 준다. 문제는 기술력이 담보된 상태에서 낮게 쓰면 문제가 없으만 기술력과 상관없이 낮게 치고 들어가는 게 문제다. 그래서 적정임금제와 동시에 기술적 뒷받침이 돼서 낮은 금액을 쓴 것인지 확인하는 질적인 기술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Q. 미국을 예로 들었는데 그 외에 해외사례가 있는가.

독일은 건설업에 임금하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건설노조가 1996년에 파업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유럽통합이 추진되면서 독일로 폴란드, 체코 등에서 건설업체와 저임금 노동자들이 유입됐다. 독일 건설업체와 노동자들은 수주 물량도, 일자리도 뺏긴 셈이다. 

당시 파업 슬로건은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동일임금을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파업 결과, 1997년에 단체 협약이 맺어진다. 그래서 미국은 공공공사만 적정임금제를 하지만 독일은 민간까지 포함해 건설업 전체에서 임금하한제가 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 수는 건설근로자공제회 퇴근공제제도 데이터를 보면 연간 20만명 정도다. 전체 건설노동자가 170만명이니 약 12% 정도다. 이는 데이터 상 수치이고 설문조사를 해보면 2021년 기준으로 외국인 건설노동자는 32만명이고 그중 합법적인 노동자는 4만명 수준이다. 적정임금제로 같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면 외국인노동자를 왜 쓰겠나. 실제 적정임금제를 도입한 공공공사에서는 그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Q.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다단계 하도급이 꼽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재하도급, 재재하도급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는데.

다단계 하도급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아직 여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그 여건의 첫 번째는 제값을 주는 것이다. 제값을 지급하고 후려치지 못하게 만든 다음에는 불법 하도급이 드러나면 반드시 잡힐 수밖에 없는 관리감독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2006년에 설문조사한 자료를 보면 다단계 하도급을 하는 이유로 공사비 절감을 위해서라는 답변이 많다. 그리고 팀·반장 중에서는 자재 및 인력 통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 현실이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 얘기는 내가 직접하면 60원인데 하도급을 주니까 50원에도 받아간다는 뜻이다. 내가 직접 시공을 한다면 일용직을 관리해야 될 기술 및 관리 인력들이 필요하다. 즉, 관리 인력 인건비 등 직접 시공에 필요한 돈이 확보돼야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풀 수 있다.

건설현장 다단계 하도급의 폐해 [자료제공=심규범 전문위원]
건설현장 다단계 하도급의 폐해 [자료제공=심규범 전문위원]

Q.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통해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고 보는가.

다단계 하도급을 막으려면 3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 우선 다단계 하도급 근절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건설산업기본법에 재하도급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

재하도급을 주지 않을 수 있게끔 하는 조치로 적정임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만약 28만원에 공사를 받았는데 다시 하도급을 주려해도 적정임금제 때문에 28만원을 다 줘야한다면 하도급을 맡기겠는가. 

노무비는 직접 노무비가 기준이 돼 간접 노무비가 책정된다. 직접 노무비는 현장 노동자, 간접 노무비는 현장 관리자에게 지급한다. 이 둘을 합친 노무비에 비례해 경비, 사회보험료, 일반관리비 등이 산출된다. 일반 관리는 본사에 있는 사람들의 인건비라 생각하면 된다. 

즉, 내가 직접 시공을 하면 28만원에 상응하는 일반관리비를 이윤으로 남길 수 있다. 미국은 우리처럼 재하도급 금지 규정이 없는데도 적정임금제 하나만으로도 재하도급을 자제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독일을 보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독일 출장을 갔을 때 한 공사현장에서 자료를 받은 것이 있다. 독일의 한 조적업체 인력현황인데 현장 직원이 훈련생 빼고 거의 정규직이다. 독일은 공사에 원청과 하청이 컨소시엄을 꾸려 같이 들어간다. 어떤 공사는 하나의 공사를 55개로 쪼개서 발주한다. 55개 업체가 동시에 들어오라는 것이다. 

우리는 시공계획서를 갖고 낙찰을 받은 뒤에는 캐비넷에 넣어버린다. 그대로 안할테니까. 재하도급으로 내려가면 누가 들어와서 할지도 모르지 않나. 독일은 조적공사에 대해 계획서를 쓴 조적업체가 직접 시공을 하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이 업체가 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명확하다.

우리도 업역규제가 폐지되면서 오는 2025년 무렵부터는 독일처럼 컨소시엄을 구성할 여건이 된다. 공종별로 전문건설업체가 모여 들여갈 여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세 번째로 신고 포상제를 해야된다. 겉으로는 하도급 구조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들이 잘 아는데 이들이 신고할 때 이를 적절하게 포상하면 신고가 두려워서라도 다단계 하도급을 하지 않을 것이다.

공사현장 일감은 인맥으로 움직이기에 웬만하면 그냥 참는다. 여기서 밉보이면 다음 일감이 없으니까. 하지만 비정규직이기에 수틀리면 떠날 수도 있다. 그러니 신고포상금을 상당히 올려놓으면 신고하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다. 이같은 사례가 나오면 신고가 두려워서라도 다단계하도급을 못하게 된다고 본다.

Q.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건설업 중대재해는 크게 줄지는 않았다. 안전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지금은 일단 시공 자체가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저가 수주와 다단계하도급 구조로 시공이 정상적으로 안되는데 안전은 거추장스런 존재가 돼 버린다. 100원 짜리 공사를 50원에 하는데 안전에 신경을 쓸 여지가 없다. 50원에 맞추려면 빨리빨리 시공해야하는데 안전고리 묶었다가 풀었다가 하면 속도를 못 맞춘다. 핑계라 할 수 있지만 사실이기도 하다.

건설현장이 비정상으로 돌아가면서 안전을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을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봤자 눈에 들어오겠나. 시공을 비정상적으로 하는데 법제도의 효과를 따지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Q. 건설현장을 선진적으로 바꾸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한가.

기술력과 무관하게 입찰 가격을 낮게 치고 들어가는데도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를 바꿔야 된다. 그래야 원청부터 제값을 확보할 여건이 만들어진다. 현재 적격심사제가 운영되고 있는데 예정가격의 100분의 88을 맞추면 가격점수 만점을 받는다. 그 얘기는 기술력과 상관없이 무조건 12% 깎인 가격을 받아들이라는 얘기가 된다. 이런 제도적인 부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 보면 새롭게 하려는 시도가 잘 안 보인다. 업역 폐지 이후 앞으로 건설업계는 건설시공 관리업과 건설시공업으로 갈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는 독일처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실제 수주한 업체가 직접 시공하는 상황이 가능하게 된다.

주력분야 공시라고 들어봤는가. 발주자 혹은 구매자 입장에서는 어느 업체가 어떤 공종을 잘하는지 알아야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업체에서 우리는 골조에 능한 업체다라고 주력 분야를 공시하는 것이다. 그렇게 주력분야가 나눠지면 그 주력분야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는 기능등급제가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과거에는 기능인력들이 누가 일을 잘하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기능등급제가 2021년 5월 들어와 벌쩌 2년이 되는데 기능등급제는 기능인력들도 직종별로 등급을 구분해 알려준다. 그러면 업체에서 내 주력 분야의 시공 실적도 밝히고 이를 할 수 있는 기능 인력들은 얼마나 확보했는지 정보를 주는 것이다. 그렇게되면 아까 얘기한 독일의 사례에 점점 근접해 갈 수 있다.

독일의 조적업체가 대부분을 정규직으로 운영하는 이유가 있다. 건설은 생산물이 없는 상태로 수주를 한다. 발주자 입장에서는 내가 원하는 목적물을 이 업체가 제대로 만들 수 있는지 판단을 해야한다. 과거의 시공실적을 봐야하는데 독일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과거 시공에 참여했던 기술인력과 기능인력이 이번에도 참여하느냐’도 같이 물어본다. 

그래서 독일은 기능 인력들을 공사가 끝난 뒤 내보내지 않고 정규직으로 붙들고 있어야 수주에 유리해진다. 이게 핵심이다. 건설업체는 껍데기이고 사람이 결국 시공을 하는 것이다. 발주자가 어떤 사람이 공사를 맡는지까지 살펴보니 결국 정규직이 보편화된 것이다.

낙찰자 선정 기준에서 시공 실적과 기능 인력 보유를 중요한 요소로 보도록 바뀐다면, 그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직접 시공하도록 유도해 일 잘하는 사람을 안 내보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아직은 오리지널 컨소시엄 단계까지 가지 못한 상태다. 지금을 종합건설업체가 전문건설업체가 하던 영역을 다 들어갈 수 있지만 전문은 시공실적이 자기 분야로만 국한돼 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은 컨소시엄이 아니라 전문건설업체 한 곳이 공사에 필요한 면허를 전부 갖고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전문위원 ⓒ투데이신문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전문위원 ⓒ투데이신문

Q. 기능등급제가 건설현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인가.

기능등급제의 핵심은 숙련인력이 가진 경험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건설은 옥외에서 하다보니 똑같은 철근작업도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모두 섭렵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기능인력이 중요하다.

등급을 나누는 기본요소는 경력이다. 이는 퇴직공제제도 신고,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료를 활용하고 자격증, 교육훈련 이수, 기능경진대회 수상 등도 환산해 등급을 산정한다. 

한 대형 건설사는 기능마스터란 이름으로 도입했다. 전문업체 현장소장 중에서 골라 1년 계약직으로 과장 타이틀을 준 것이다. 현장 인터뷰를 해보면 관리만 하고 시공은 안 해본 엔지니어가 작업지시를 하면 건성으로 넘어가지만 기능마스터는 그럴 수가 없다. 이를 본떠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건설품질명장제를 도입해 감독관 반열에서 활용하고 있다.

Q. 숙련인력을 배출하려면 건설산업 교육훈련체계도 손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대부분 비정규직이기에 개별기업에 맡기면 답이 없다. 숙련인력이 중요하지만 내가 훈련시켜도 다른데로 가면 그만이다. 초기업단위에서 교육훈련 문제를 풀어야 한다. 누군가가 직종·등급·지역별 전담조직 수요조사를 하고 이에 맞춰 훈련하는 전담조직 역할을 해야 한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본다. 가칭 건설산업교육훈련위원회를 구성해 관련된 당사자들이 모두 들어와 수요와 공급 양쪽이 만나 기본계획을 만들고 실행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기능등급제는 직업 전망을 제시하는데도 기여한다. 경력이 쌓이면 현장 대리인 또는 건설업체를 새로 차릴 때 등록기준 등에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은 기능공으로 출발하지만 관리자도, 교육훈련 교수도, 사장님도 될 수 있는 직업 전망이 보이게 된다.

Q.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건설현장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데.

한 저가낙찰현장의 감독관을 만났는데 매일매일이 불안하다고 하더라. 자신은 이 현장에 불법이 들어와 있고 시방서와 어긋나게 시공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문제는 그 현장의 낙찰률이 63%였다. 이 정도면 처음부터 정상시공은 안 된다. 이를 원청, 하청, 팀반장, 그리고 현장 노동자들도 다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 

다들 편법으로 맞춰먹을 요량으로 들어왔는데 감독관이 FM대로 하자고 하면 말단하청부터 공사를 포기하게 된다. 그러면 새로 업체를 불러들이는데만 4~5개월은 소요된다고 한다.

그 뒤에는 어떻게 되나. 돈이 더 줄어들고 공사기간이 짧아지니 더 편법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눈을 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값을 줘야 엄격하게 품질과 안전을 따질 수 있고 정상화를 할 수 있다. 

지금의 구조는 누구에게 유리한 구조냐하면 부실업체에게 유리한 구조다. 수주해서 시공 안하고 일정 부분을 떼먹은 다음에 일괄 하도급을 하든 쪼개서 하도급을 하든 하는 페이퍼컴퍼니에게 가장 유리한 구조다.

심사를 하는데 낮은 가격을 쓰면 높은 점수를 주고 어떻게 낮은 가격으로 가능한지 기술력으로 입증도 안 한다. 그러니 페이퍼컴퍼니가 제일 낮게 들어갈 수 있다. 

최저가낙찰제는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제도이기에 이를 거스를 수는 없다. 대신 임금하한선을 둬 그 맹점을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기술력이 개발돼 저가로 공사가 가능한지 심사를 해야 된다. 그러면 원청, 하청, 그리고 건설현장 관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적정임금제는 저가 수주경쟁과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탈출할 수 있는 건설현장 정상화의 시작이자 인프라다. 나아가 기능등급제는 청년층 진입과 숙련인력 육성을 촉진해 건설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약속하는 인프라다. 적정임금제 법개정과 기능등급제 활용방안 법제화가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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