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주최 부대행사

사람, 동물, 자연이 어우러진 야외극장...‘공존’ 강조해
업사이클링 장난감 제작, 반려동물 캐리커처 부스 운영
최혜현 수의사 강연에 이어 ‘몰타의 고양이’ 상영돼

지난 6일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ALL-LIVE: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 모습. ⓒ투데이신문
지난 6일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ALL-LIVE: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 모습.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이주영 기자】 반려동물 양육인구 1300만 시대, 인간은 더 이상 ‘주인’이 아니고 동물도 ‘애완’의 대상이 아니다. 보호자와 함께 영화를 감상하러 온 수십의 반려동물은 이를 증명하듯 짐짓 늠름한 사회 구성원처럼 행동했다.

지난 6일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준비한 ‘ALL-LIVE: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가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진행됐다. 이 행사는 반려동물과 함께 환경 영화를 관람하며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세상에 대해 재고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동월 처음 개최됐다.

지난달 15일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착순으로 모집된 이번 행사에 약 40마리의 반려동물을 동반한 47팀이 참여했다. 참가 공지 이후 2일 만에 정원이 마감됐고, 그중에는 지난해에 참여했던 이들 가운데 재방문한 팀도 있어 반려동물 동반 상영회를 향한 시민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ALL-LIVE: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에 참여한 최성지(29)씨가 본인의 반려견을 안고 있다.&nbsp;ⓒ투데이신문<br>
‘ALL-LIVE: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에 참여한 최성지(29)씨가 본인의 반려견을 안고 있다. ⓒ투데이신문

‘사람과 동물 그리고 식물 모두가 동등하게 이 대지를 누릴 권리를 가졌다’는 주최 측의 소개처럼, 서울숲 야외무대는 성숙한 시민과 의젓한 반려동물, 키 작은 잡초들이 만들어낸 풍요로운 소란으로 가득했다.

‘반려견 순찰대’ 조끼를 입은 프렌치 불독 한 마리가 같은 조끼를 입은 보호자와 함께 상영회에 입장했다. 꼬까옷을 입은 비글과 진돗개는 행사장 여기저기를 부지런히 돌아다녔고, 덩치 큰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조그만 포메라니안은 서로 조심스럽게 인사를 나눴다.

지난 6일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진행된&nbsp;‘ALL-LIVE: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의 캐리커처 부스에서 반려견 ‘청산'<span data-cke-bookmark="1" style="display: none;">&nbsp;</span>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nbsp;ⓒ투데이신문
지난 6일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ALL-LIVE: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의 캐리커처 부스에서 반려견 ‘청산' 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투데이신문

객석 뒤편에 위치한 반려동물 캐리커처 부스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참가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졌다. 바로 옆에는 환경영화제의 취지에 맞게 안 쓰는 양말로 터그 장난감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체험 부스도 마련돼 있었다.

상영 시작 전에는 잠실On동물의료센터 원장인 최혜현 수의사가 준비한 강연이 약 30분간 이어졌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합사와 반려생활을 주제로 다룬 최혜현 수의사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성격 형성 시기인 생후 2, 3년까지가 합사의 최적 시기”라 말하며, “에너지 총량이 다른 강아지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려면 둘의 기질을 파악하고 균형을 맞춰줄 수 있는 보호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지난 6일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진행된&nbsp;‘ALL-LIVE: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에서 최혜현 수의사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nbsp;ⓒ투데이신문<br>
지난 6일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ALL-LIVE: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에서 최혜현 수의사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초여름의 여린 저녁 빛으로 야외무대가 물들어갈 즈음 상영작 <몰타의 고양이>가 스크린에 드러났다. <몰타의 고양이>는 몰타섬의 고양이와 그들을 돌보는 로컬 주민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스크린 속 고양이를 보고 단발적으로 짖는 강아지들이 간혹 있었지만 상영회는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지속됐다.

백재욱 사무국 선임 PD는 “앞으로도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는 꾸준히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려동물과 색다른 추억을 쌓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이번 행사를 놓쳤다면 내년 환경영화제를 기다리는 것도 좋은 선택지다.

자연에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영화를 보는 모습을 보며 ‘반려’의 의미를 되새겨봤다. ‘함께 있어서 더 행복하다’는 작은 깨달음이 서울숲을 넘어 지구만큼 커질 수만 있다면 환경을 보호하려는 작은 실천을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일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진행된&nbsp;‘ALL-LIVE: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 모습.&nbsp;ⓒ투데이신문<br>
지난 6일 서울숲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ALL-LIVE: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회’ 모습.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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