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게임법 개정안은 시작, 컴플리트 가챠 금지해야”

[현장취재] 한국게임학회 기자 간담회 1세대 창업주 퇴진·세대교체 적기 주장 저작권 침해·질병코드 공세적 대응 시사

2023-03-17     변동휘 기자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은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개정안에 대해 “이제 시작”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컴플리트 가챠(다중 뽑기)와 낮은 확률 등 추가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또한 게임업계 1세대 창업주들의 퇴진과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다크앤다커’ 사건으로 촉발된 저작권 문제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도입 여부 등 업계 현안에 대해서도 공세적인 대응을 시사했다.

위 학회장은 지난 16일 오후 개최된 한국게임학회 기자간담회에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대한 업계의 자정을 요구했다.

먼저 그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골자로 한 게임법 개정안 통과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소회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세미나를 시작으로 정권과 관계없이 이를 숙원 사업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강력한 자율규제 등이 이뤄진다면 법제화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업계의 자정작용은 이뤄지지 않았고 도리어 강하게 반발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청와대에서 관련 질의가 들어오는 등 부침이 있었지만, 게임 이용자들의 트럭 시위가 일어나며 상황이 급격히 반전됐다. 그동안 커뮤니티 차원에 그쳤던 이용자들의 문제제기가 현실로 튀어나오며 게임업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관련해 그는 “넥슨, 넷마블 같은 주요 게임사들로 하여금 확률형 아이템 탈피를 선언하게 하는 등 업계의 변화를 이끌어낸 중대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통과된 게임법 개정안이 완벽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확률공개를 의무화했을 뿐, 컴플리트 가챠를 비롯해 극악한 확률 등 이용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들을 해소하지는 못한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한 게이머들의 지적 역시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위 학회장은 “사실 유동수 의원실에서 컴플리트 가챠 금지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 부분까지 포함했다면, 업계의 반발로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력과 대관팀을 가진 게임사들을 대적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들은 학회의 향후 과제이기도 하다. 컴플리트 가챠의 경우 게임의 사행성 논란을 부추기는 요소이기에 반드시 금지돼야 하며, 확률형 아이템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극악한 확률과 온갖 장치를 통해 끊임없이 과금을 유도하는 행태는 지양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이에 다음 총선 때까지 업계의 자정작용이 이뤄지는지를 지켜본 뒤,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위 학회장은 “일각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순화’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만약 순화가 된다면 22대 국회에서 법제화까지 갈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추가적인 법제화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부분입법을 통해 금지해야 하며, 1년 정도를 지켜보고 만약 해소가 되지 않는다면 내년 초부터 문제제기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 당시 주장했던 게임사 수장 세대교체론도 이어갔다. 이에 대해 그는 “창업주였던 故 김정주 회장 사후 넥슨은 실적과 신작 등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이정헌 대표가 넥슨코리아를 잘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보며 게임업계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리더가 등장할 최적의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의 경우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장병규 의장과 김창한 대표의 재신임 안건이 있는데, 위 학회장은 “모범을 보이면 좋겠다”며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경우 ‘TL’을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TL’의 콘솔 버전이 성공한다면 제가 김택진 대표에게 박수를 치며 머리를 숙이겠지만, 실패할 시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이외에도 위 학회장은 최근 ‘다크앤다커’ 리소스 무단반출 및 도용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그동안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개발팀이 통째로 이탈하는 사례가 많이 있었으며, 과거 ‘테라’를 둘러싼 엔씨소프트와 블루홀(현 크래프톤)의 법적 분쟁이 대표적이라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이러한 이탈 발생 시 더욱 심한 타격이 있으며, 나아가 중국에서는 국산 게임에 대한 이 같은 도용 행위가 만연하게 자행되고 있어 저작권 부분에 대한 공세적 지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오랜 현안인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여부 검토 건에 대해서도 “일국의 주권이 있고 WHO의 권고가 강제력도 없는데, 도입 여부를 검토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국무조정실장의 발언을 인용, 정부 측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을 고수하라고 촉구했다. 

위 학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 이후 기획재정부에서 연락이 와 통계청의 태도에 대한 학회의 우려를 전달했다”며 “기획재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질의했던 만큼, 통계청을 바로잡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