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범, 휴대폰 개통 후 대출까지 일사천리로 범행 저질러
케이뱅크, 신분증 ‘사진 다르다’ 결과에도 ‘비대면 계좌’ 개설
금융권 안팎 ‘비대면 금융’ 문제 심각성 인지…대책 마련 시급

ⓒ케이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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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최근 불완전한 본인인증 절차로 토스에 이어 케이뱅크에서도 금융사고가 발생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자 비대면 금융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0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4월 케이뱅크에 방문한 위조범 A씨는 공무원 B씨의 운전면허증을 위조해서 비대면 계좌 개설을 요청했다. 위조범은 B씨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자신의 사진으로 바꿔치기하고 알뜰폰을 개통하는 등 사전준비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케이뱅크에서 계좌를 개설할 경우 △본인 인증용 휴대전화 △주민등록증이 또는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된다. 이후 타행계좌 이체 인증은 영상통화로 대체할 수 있는데 위조범은 영상통화를 선택했다.

문제는 당시 금융결제원과 경찰청이 구축한 운전면허증 진위판단 시스템이 B씨의 신분증 사진이 원본과 불일치하다는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진위여부 결과를 파악한 금융결제원은 해당 내용을 케이뱅크에 통보했다.

그러나 케이뱅크는 결과와 상관없이 위조범 A씨에게 계좌를 개설해줬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1차적으로 휴대폰이 먼저 개통됐고 본인인증을 통과한 상태였다”라며 “시스템이 사진과 다르다는 결과가 나와도 실상 고객들의 신분증은 관리상태에 따라 훼손도가 달라 찢어지거나 파손되고 흐려진 사진일 경우 식별하기 어려운 일이 다반사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것은 모두 일치하는데 사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때마다 계좌개설을 막으면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된다”라며 “위조범은 사진은 불일치했으나 성명, 주민등록 번호, 발급일자, 면허번호 등 다른 본인인증에서는 모두 정상이었기 때문에 개설을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A씨는 ‘위조 신분증’과 ‘알뜰폰’을 이용해 미래에셋대우에서 3개, DB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케이뱅크에서 각각 1개씩 총 6개의 비대면계좌를 만들었다.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한번도 의심을 받지 않았던 결과 A씨는 최종 목적지인 대출까지 성공했다. 그는 광주은행에서 4000만원, 한화생명에서 7400만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면 실명확인을 이용한 계좌개설은 2016년 116만건에서 2018년 920만건, 이어 지난해 상반기에는 721만건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본인인증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아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일 1700만명이 가입한 토스에서는 8명의 고객 계좌에서 938만원이 결제되는 사건이 발생하는가하면 보이스피싱범이 유도한대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던 중 생체인증이 돼 돈이 인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금융업계에선 비대면 금융을 이용하는 고객의 증가 추세에 맞게 금융당국이 본인확인의무 방법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 8일 전자금융거래의 편리성·안전성 확보를 위한 ‘금융분야 인증·신원확인 제도혁신 T/F’ 1차 회의에서 현재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인증·신원확인 관련 규제에 대해 특례를 부여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테스트중이며 테스트 진행상황 등을 감안해 관련된 규정을 신속하게 정비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으로 전자금융거래의 편의성·안전성·보안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혁신적 인증수단이 개발·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검증 가능한 체계를 구축할 것”이며 “전자금융거래의 중요도·난이도 등 수준에 상응하는 신원확인방식을 구축해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실효성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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