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지난 1월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지난 1월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희수 전 하사의 강제전역과 관련해 국제인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국제연합(UN)의 지적에 대해 정부가 성소수자의 군 복무는 국내법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스1>의 지난 6일 보도에 따르면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최근 홈페이지에 한국 정부가 변 전 하사의 강제전역에 대해 회신한 답변서를 공개했습니다.

앞서 지난 4월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변 전 하사의 강제전역과 관련해 UN OHCHR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UN OHCHR은 지난 7월 서한을 통해 한국 정부가 변 전 하사의 남성 성기 제거를 신체적·정신적 장애의 근거가 된다고 고려한 점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변 전 하사의 강제전역이 일할 권리와 성 정체성에 기초한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인권법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UN OHCHR은 한국 정부에 △변 전 하사를 강제전역 조치한 이유 △육군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전역심사위원회 연기 권고를 따르지 않은 이유 △남성성기 제거를 정신적·신체적 장애로 분류할 수 있는 법적 근거에 대한 답변을 60일 이내에 회신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정부는 답변서에서 “변 전 하사에 대한 육군 전역심사위원회의 결정은 군인사법 등 관련 법률에 근거한 것”이라며 “국내법은 성전환수술을 받은 자의 군 복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성전환 수술을 받은 자의 군 복무를 허용은 휴전 중인 한국의 특수한 안보 환경에서 비롯된 전투준비태세 요건에 대한 영향, 사회적 합의 등 폭넓은 검토가 필요한 정책적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술 이후에도 약물치료 등 지속적인 호르몬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즉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변 전 하사 스스로도 수술 이후 전역조치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육군이 인권위의 전역심사위 연기 권고를 따르지 않은데 대해서는 “군인사법 등 관련 법령에 근거한 것”이라며 합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인권위 권고 당시에도 육군은 “전역 심사는 법령에 따라 의무조사 후 개최된다”며 예정대로 전역심사위를 진행했습니다.

육군이 변 전 하사의 전역을 결정한 이유는 남성성기 상실을 근거로 한 정신적·신체적 장애 판단과 지속적인 호르몬 치료의 필요입니다.

육군은 변 전 하사의 성전환 수술에 대해 남성성기 상실로 판단하고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렸습니다. 스스로 신체를 훼손해 장애를 유발했다는 것입니다.

남성성기 상실을 정신적·신체적 장애로 판단한 것은 성별의 다양성을 병리학으로 보는 것으로, 국제법과 배치되는 것입니다. 또 이는 외부성기를 중심으로 업무능력을 판단하는 것으로 명백한 차별입니다.

또 호르몬 치료는 군 복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호르몬 치료는) 한 달에 한 번 주사를 맞는 것이기 때문에 군 복무에 영향을 주지 않고,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소장은 남성성기 상실을 이유로 변 전 하사에 대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린데 대해 “남성성기 중심적인 판단이다. 그리고 장애 판정을 내린 것은 업무를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며 “그런데 변 전 하사는 지난 2019년 주특기인 전차 조종으로 전차 조종 A성적을 받았다. 남성성기가 없어졌다고 해서 주특기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군대 내 업무와 성기 모양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국내법이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인권위가 지난 1월 육군참모총장에게 권고한 내용과 정부의 답변 내용에 따르면 국내법은 성전환자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인권위는 충분한 논의를 거치도록 전역심사위 연기를 권고했으나 육군은 ‘법령에 따른 것’이라며 정당한 절차였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전역을 결정할 수 있는 법령이 부재한 상황에서 전역심사위를 강행하고 강제전역 조치를 결정한 것은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합니다.

변 전 하사는 강제전역 조치 후 육군본부에 재심사를 요청했으나 지난 7월 초 기각됐습니다. 이에 변 전 하사는 법원에 전역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입니다. 또 군인권센터는 UN OHCHR에 정부의 답변을 반박하는 의견서를 다시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을 받은 변 전 하사에 대한 법원의 판단과 국제사회에 대한 정부의 답변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지워낼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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