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도 되지 않은 ‘안전사고’..노조 “산재 은폐” 주장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없다? 보여주기식 청문회 인증한 국회
달라진 포스코 언제쯤...“현장은 여전히 2인1조 작업 안돼”

포스코 최정우 회장 ⓒ뉴시스
포스코 최정우 회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죽음의 일터라는 오명 속에서 국회 산업재해 청문회(지난 2월 22일)를 겪은 포스코.

“포스코 최정우 회장 취임하고 나서 사망사고가 더 급증했다”, “포스코는 가히 산재공화국” 등 국회 청문회 자리는 여야 할 것 없이 날선 비판이 오갔었다.

하지만 뜨거운 사회적 관심과 비판 속에서도 국회 청문회 직후 포스코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충격적이기까지 한데 공공연하게 노동자들이 다쳤을 때 관리자들이 산재보다는 공상처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은폐하는 경우가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산재처리는 업무 중 사고를 당하거나 업무 상 질병을 얻어 노동자가 산재신고를 하면 근로복지공단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지만 공상처리는 산재신고 없이 사측이 근로자와 직접 합의해 피해를 보상한다. 하지만 안전사고가 발생해 산재처리를 하게 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처벌과 보험료 상승되기 때문에 업체에서는 산재 건수를 줄이기 위해 공상처리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국회 청문회 이후’에도 노동자 사고 여전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최 회장이 취임한 2018년부터 최근까지 포스코 사업장 내에서 사망한 작업자는 총 19명에 달한다. 최 회장의 재임기간에만 14명이 사망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 청문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권의 집중 타깃이 됐지만 국회 청문회 이후에도 사건 사고는 여전했다.

국회 청문회 이후 보도로만 확인된 포스코 안전사고를 보면 사망사고 2건, 안전사고로 인한 부상 2건 등 4개월 만에 4건이 발생했다.

유형별로 보면 청문회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3월 16일 포스코케미칼 포항라임공장에서 용역회사 소속 50대 노동자가 기계(푸셔)에 머리가 끼여 숨졌고 ▲5월 3일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노동자 2명이 중장비에 깔려 1명이 사망했다. 또한 ▲4월 8일 포스코 광양 제철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하청 노동자가 부상을 입었고 ▲6월 23일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압연 배수 종말 전기실에서 전기 점검을 하던 협력사 직원 3명이 이산화탄소 가스에 노출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2021년 안전사고 세부내용ⓒ전국금속노동조합

하지만 전국금속노동조합에게 받은 ‘포스코 광양‧포항 제철소 2018-2021년 산업재해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언론에 보도된 건 이외에도 ▲6월 25일 광양 4열연공장 전기실 케이블 위치 작업 중 실족 ▲6월 27일 광양 후판3연주공장에서 원청 노동자 우측 손 끼임 사고로 골절부상 ▲7월 6일 포항 후판 공장에서 하청노동자가 폭우 현장 점검 시 다리골절 사고 ▲7월 11일 포항 제강4연주공장 하청노동자 와이어 절단 시 손가락 및 다리부상 등 총 4건의 안전사고가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사고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으로 포스코 측에 문의한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포스코 측에 따르면 4건의 사고 중 지난달 27일과 지난 11일 사건만 산재 처리될 예정이다.

포스코 측은 “하루 입원하는 사안의 경우 회사에서 치료비 등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나머지 사고에 대해 ‘공상처리’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포스코 측은 “나머지 사고는 협력사 사고로 협력사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위험의 외주화 문제까지 대두

포스코 측의 ‘협력사 사고는 협력사에서 진행한다’는 답변에 대해 금속노조 손상용 전략조직부장은 1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포스코가 책임 없다고 빠져나가는 것으로 전형적인 문제점”이라며 “실질적으로 생산에 대한 결과물 관련해서는 총괄적으로 컨트롤 하는 것은 포스코인데 위험의 작업들, 위험에 대한 산재나 직업성 암에 대해서는 컨트롤타워인 포스코가 하지 않고 외주화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력사에서 산재처리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드물다.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산재는 노동부에 신고하면 결국 포스코 현장에서 발생한 사건이 되니 포스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하청업체는 포스코한테까지 사고사례가 전달하지 않도록 무마 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정확한 데이터로 말하기 어렵지만 현장에서 사고 발생 시 열에 한 두건 정도 접수되며 개인이 자체적으로 치료한다거나 하청업체 내에서 공상처리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사내하청업체를 상대로 상위업체에는 인센티브를, 하위업체에는 페널티를 부과하는 포스코 외주작업 KPI(핵심성과지표) 평가로 인해 안전사고 무마‧산재처리 은폐 등 부당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 부장은 “KPI 평가에 안전 측면을 강조하면서 실질적으로 하청업체에서 사고 발생시 A업체보다 B가 사고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면 저점을 받게 된다”며 “상위 랭크에 있는 업자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저점을 받은 업체는 패널티를 부과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무마하거나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포스코 전반적인 문화가 다친 사람에게 개인 과실 처리, 사고에 대해 보고 안하는 것, 원청은 하청업체라고 위험의 외주화 하고, 하청업체는 사고 발생하면 눈치 보이니깐 보고 안하고 이게 누적되니깐 개선 안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입원하는 사안의 경우 회사에서 치료비 등을 지원한다’는 포스코 측의 답변에 대해 한 노조 측 관계자는 “그간의 사례를 비춰 공상처리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개인이 어쩔 수 없이 비용 처리하든, 회사와의 합의로 공상처리하든 결국 원칙적으로 보면 산재에 대해 은폐하는 것”이라며 “피해당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이유 있다하더라도 회사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상처리, 하루 이틀 문제 아냐

포스코 내 안전사고와 관련해서 손 부장은 “거의 며칠에 한 번씩 죽지 않는 정도로만 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안전사고가 보도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 묻자 “사실 광양‧포항 제철소는 작업하는 인원들이 많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여전히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그 발생한 사고를 개인 과실이라고 해서 개인에게 책임을 넘겨 공상처리 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다 2018년에 노동조합 만들어지니 노동자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며 “하지만 실제로 (사고 제보는) 10분의1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포스코 내에서 이뤄지는 공상처리 된 재해는 이번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포스코가 민주당 노웅래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10년간 자체 신고된 산재등록 건수(공상 포함)’에서 산업재해가 아닌 ‘공상처리’된 재해는 약 45%에 달했다.

또한 해당 자료에 따르면 최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발생한 재해 중 절반가량은 산재처리가 아닌 ‘공상처리’됐다.

최 회장이 취임한 지난 2018년 7월 27일 이후에는 전체 재해의 절반이 공상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8~2020년 전체 재해 77건(포항 38건·광양 39건) 중 45.5%인 35건(포항 44.7%·광양 46.2%)이 해당된다. 이는 10년간 포스코 전체 평균인 26.3%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2019년에는 포항에서 전체 재해 21건 중 14건(66.7%), 광양에서는 전체 22건 중 12건(54.5%)으로 모두 절반을 넘었다.

이에 대해선 포스코 관계자는 “휴업 3일 이상 발생 시 자동적으로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게 돼 있다”며 “또 입원 하고 있으면 건강보험공단에서 별도로 조사해서 산재를 낼 수 있다”고 법규에 맞게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노조 관계자는 “한 직원이 최근 3미터 되는 높이에서 떨어졌다고 하는데 그날 퇴원했다고 들었다”며 “인사상 불이익이 두렵거나 하청 직원이면 산재 신청하기 눈치가 보여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다른 노조 관계자는 “큰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이런 작은 일도 공론화해야 하는데 회사는 쉬쉬한다”며 “포스코에서는 사고가 발생하면 경중을 떠나서 데이터 수집하고 거기에 따라서 사고 발생원인 등을 분류하고 그것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고 사망 산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크고 작은 안전사고의 공론화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28일 경북 포항 포스코 본사와 포항제철소를 방문했다ⓒ강은미 의원 블로그

안전을 위한 과정?…맹탕 청문회 인증

물론 국회 청문회에 포스코 최 회장을 불러놓고 쓴 소리를 내놓았던 환노위 소속 위원들이 현장 방문 및 점검에 나서는 등 포스코 내 산재 사고 예방을 위한 후속 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환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의당 의원은 지난 5월 28일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사고가 잇따르면서 3명이 숨진 포항제철소를 방문, 현장점검에 나섰고 환노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지난달 17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 방문했다.

현장을 다녀온 환노위 소속 의원실에서는 “현장에 가보니 역시 위험한 것은 많다”면서도 “2월 달에는 안전 예산이 증액이 안됐는데 산재현장 방문했을 때 안전 예산이 증액 됐다”고 개선된 사항을 설명했다.

또 다른 환노위 소속 의원실에서도 “현장 방문 갔을 때 위험성 평가라든지 안전 계획 수립 등을 점검 했는데 실제로 포스코에서 안전 지킴이 같은 인력을 몇 백 명 수준으로 늘렸다는 자료를 보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에서는 “체감하는 안전 수준은 전과 같다”며 “사고는 며칠에 한 번씩 일어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환노위 소속 의원실에 문의를 했지만 ‘노동 안전을 위한 과정’ 혹은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다’는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보였다.

한 의원실은 “객관적인 자료를 보면 포스코에서 안전 조직을 강화하고 안전 인력 보강하고 있다”면서 “시찰 갔다 온지 한 달이 됐고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실은 “청문회 했다고 사고가 없어지는 것도 이상한 것”이라며 “낡은 시설을 교체 또는 정비 되거나 산업안전 체계 개편하는 과정, 거기에 근로자들이 그런 체계로 교육되는 과정이 정착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정 정도 산재는 피치 못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큰 사업장에 대해서는 이런 산재에 대해 무감하게 대해왔던 관례가 있다 보니 계속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예전에는 벌금 수준으로 무마를 해서 끝났다면 지금은 감시하고 이제 중대재해법이 강력하게 반영될 수 있는 과정이 추가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에 이와 같은 인식에 대해 노조 측은 “죽어야지만 집중 있게 보는 것 같다”고 씁쓸한 분위기를 보였다.

손 부장은 “사고에 경중이 있겠는가”라며 “중요한 건 중대재해 기준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그것을 뛰어 넘는 사전 예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 매뉴얼로 포스코를 접근하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고, 특수한 매뉴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접근은 없는 것 같다”며 “국회에서도 정부에서도 포스코를 감독해도 실질적으로 전환점 없고, 바뀐 게 없다면 다른 산업처럼 포스코에 대한 특별한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인력 부족·책임 전가”…‘보여주기식’ 대응 비난

포스코가 산업재해 현장 방문한 환노위 소속 의원에게 보고한 ‘산업재해 예방 활동 현황’을 보면 현재 포스코는 ▲안전조직 보강 ▲안전인력 보강 ▲6대 안전조치 사항 시행 ▲안전지킴이 등을 통해 산업재해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 노조 측에서는 “보여주기 식”일 뿐이라고 혹평을 쏟아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원형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작업하는 모든 현장에 기존 일했던 직원들이 CCTV를 설치하는데, 다친 노동자에게 책임이 있을 경우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징계받기도 하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안전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 지킴이 제도에 대해서도 “현장에 사람이 없어서 인력을 보강해 달라고 하는 판국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차출해 안전 지킴이나 안전 파트장으로 빼버리는 돌려막기식 운영을 하고 있다”며 “2인1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사측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CCTV 설치 등 엉뚱한 업무량만 늘었다”고 설명했다.

손 부장도 “광양‧포항 제철소 다 대부분 40여년 됐는데 최근 사고 나는 부분이 가스 누출, 폭발 사고 같은 유형이 많은데 결국 노후된 시설에 비용 투자 하지 않으면 또 다시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포스코가 1조 투자하겠다는데 시설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개선 할 것인지, 핵심적으로 어디부터 보강 할 것인지, 디테일한 부분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설 개보수 부분들도 바뀐 게 없다”고 전했다.

또한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일할 노동자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손 부장은 “코로나 때문에 인원 운영비를 삭감하겠다고 해서 촉탁직‧계약직 노동자들의 계약을 해지해 현장 작업 강도는 높거나 똑같은데 인원은 줄어들어 고용강도는 세지고 있다”며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2인1조 작업이 안 되고 있고, 단독 작업하다 사고 나고, 주변에 위험요소 있어도 몸이 하도 피곤하다 보니 발견 못하는 상황에서 안전사고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회 환노위 소속 강은미 의원은 “포스코는 밸트컨베이어를 관리하는 노동자 한 사람당 3~5Km구간을 담당하고 있고, 올해 사망사고 발생했던 하역기 장비도 2~3개 당 한 명이 배치되는 등 노동 강도가 심해서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며 “해당 작업의 노동자를 늘리는 것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인원 부족을 호소하는 것에 대해 “포스코가 제출한 산재예방 계획서에는 부족한 인원을 채우거나 노후설비를 보강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는 빠져있고, CCTV나 감시자를 늘려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계획만 세우고 있다”면서 “현장 문제는 현장 노동자가 가장 잘 알고 있기에 노동자가 참여하는 안전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또한 반복되는 포스코의 산업재해와 관련해서는 “원청과 협력업체에 일원화 된 안전관리체계가 미흡해 소통의 단절이 위험성을 키우고, 사고 발생 시 근본적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같은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올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처럼 안전보건문제에 있어 최고경영책임자가 권한을 갖고 책임을 져야 근본적 안전대책이 세워 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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