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광주대학교 이민원 교수·균형발전연구원 원장
서울 강남 아파트 더 늘리면 투기수요 부채질 우려돼
GTX, 왜 균특회계 예산 들어가나…수도권 집중 유별나
수도권 규제 원상복구하고 지방에 대규모 투자 있어야

광주대학교 이민원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2일 전라남도 나주 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투데이신문
광주대학교 이민원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2일 전라남도 나주 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투데이신문

유례를 찾기 힘든 가파른 집값 상승은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정부는 온갖 부동산정책을 쏟아냈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이 주도한 집값 앞에선 ‘백약이 무효’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만연해 있던 땅 투기가 성난 민심에 불을 당겼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신도시 개발 지역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어 ‘대장동 게이트’ 사건이 터지며 부동산개발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막대한 차익을 실현하는지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투데이신문>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 만 18세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 응답자의 68.9%가 우리나라의 집값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약간 높은 수준’(21.4%)이라고 답한 응답자를 합하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9명(90.2%)은 현재의 집값이 높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렇다보니 새정부의 핵심 과제는 부동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정부는 주택 250만호+a 공급정책을 내세우며 막대한 주택물량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주택 보급률 100%를 초과한지 오래인 현재를 감안하면 과연 공급만으로 충분할지 의문이 떠오른다. 부동산 문제의 심화는 수도권 집중화와 함께 진행된 사안이다. 수도권에 밀집된 공급이 오히려 집중화를 부채질한다면 부동산 시장 안정은 더 멀어질 수도 있다. 본보는 이번 기획을 통해 부동산 문제와 사회 각 분야는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살펴 근원적인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지방에선 3기 신도시 계획에 이어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건립 계획이 추진되면서 ‘수도권이 정책혜택을 싹쓸이한다’는 볼멘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GTX 건립 대신 지역균형발전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변화는 없었다. 각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저마다 지역발전공약을 내놨지만 어떻게 실현하겠다는건지 구체적인 청사진은 불분명했다. 대신 수도권에선 올해 잇달아 치른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GTX를 보다 빠르게 보다 많이’ 짓겠다는 공약이 앞다퉈 나왔다.

최근에는 기존 계획인 GTX A~C 노선뿐 아니라 D~F 노선 신설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18일 국토교통부에 “GTX가 조기에 개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지시했으며 이에 국토부는 이달부터 GTX추진단을 신설해 계획된 노선의 조기개통과 신설노선 검토에 들어갔다.

본보는 참여정부에서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광주대학교 이민원 교수를 찾아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균형발전에 관한 견해를 들었다. 이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 사업에 깊숙이 참여했으며 이후에는 전국혁신도시포럼 대표로 공공기관 추가이전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균형발전연구원 원장을 맡아 여전히 지방균형발전사업 추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2일 전라남도 나주시 광주전남혁신도시(빛가람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지난 2007년 11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민원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함께 청와대에서 열린 균형발전정책 1차 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지난 2007년 11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민원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함께 청와대에서 열린 균형발전정책 1차 보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Q. 2020년 전후로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면서 수도권과 지방간 집값 격차도 더 벌어졌다. 결국 상대적으로 지방의 자산가치가 줄어든 것 아닌가.

염려가 되는 문제다. 통상적으로 부에 대해 어제보다 오늘이 늘어나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경제의 본질은 석차에 있다. 등수가 나눠지는 이 구조가 부의 본질이다. 

학교에서 학점을 매기면 학생들의 절대적 실력이 어떻든 간에 등수에 따라 점수가 나간다. 부는 석차의 개념이다. 제일가는 부자가 있고 그보다 덜 가진 부자가 있다. 그렇게 부의 서열이 매겨진다. 

아파트 2채가 있는데 하나는 수도권에 하나는 지방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처음에는 서울의 아파트도 5억원, 지방의 아파트도 5억원으로 출발하면 전체 부는 10억원이고 지방 아파트는 전체 부의 50%를 차지한다. 여기에서 서울 아파트는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오르고 지방 아파트는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오른다면 전체 부는 4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방 사람들도 내 아파트값이 5억원이나 올랐으니 좋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전체 부에서 지방 아파트의 비중은 50%에서 25%로 줄었다. 이는 그만큼 지방이 가난해졌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의 재산이 서울로 흘러간 것이고 이를 ‘약탈경제’라고 부르고 있다. 

Q. 윤석열정부는 주택 공급을 더 늘리겠다고 한다. 이전 문재인정부도 공급을 늘리겠다는 기조였다. 이 같은 공급정책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리라 보는가.

부동산이나 주식은 자산시장이다. 공산품을 생산하는 재화시장과 가격상승 원인이 다르다. 재화시장은 생산비가 오르면 가격이 오른다. 즉, 공급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원인이 발생한다. 

자산시장은 가격에 따라 이익과 손실이 생긴다. 그래서 주택시장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수요층의 원인, 투기수요가 원인이라고 본다. 자신이 거주하려고 집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가 가격상승의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정녕 공급이 적어서 집값이 오른다면 일단 감수해야 한다. 공급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면 민간에서 부동산공급이 자동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민간기업이 이익을 보고 아파트를 더 짓지 않겠나.

공급증가는 결과적으로 투기수요를 촉발할 수 있어 아파트값을 더 올릴 것이라고 본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는 보석과 비슷하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욕심이 안 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보석을 차고 있는 것을 보면 사고 싶다. 강남에 아파트를 건설하면 전국민이 나도 사고싶다는 관심을 갖게 된다. 투기수요를 부채질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급을 늘려야 된다면 비용(생산비)를 낮출 생각을 해야 된다. 그러면 양이 증가한다. 기술적으로 아파트 건설비를 줄일 수도 있겠지만 아파트 원가를 공개하면 아파트값이 낮아질 수 있다.

Q.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집값 상승이 둔화된 모습이다. 이제 수도권 집값 급등 국면이 진정됐다 볼 수 있을까.

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시장 투기수요를 줄이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만 매달리면 안 된다. 한편으로 금리 인상은 건설사들의 건설비용을 올려 아파트 분양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리 인상이 집값 상승을 멈추게 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미 수요가 한도에 다다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수요의 포화가 아파트값 상승을 멈추게 했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영끌족도 더 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집값이 올랐다. 선후관계를 면밀히 분석해봐야 한다.

경제엔 사이클이 있다. 그 사회가 보유한 자본의 총량이 아파트값을 결정하니 무한대로 올라갈 수는 없다. 그래서 금리 인상이 없었어도 아파트값은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Q. GTX 건설을 두고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를 더 늘린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현재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일반적으로 국가를 세우면 정부가 위치한 수도에 국가예산을 최우선적으로 투자하게 된다. 수도를 중심으로 버스가 없으면 버스를 늘리고 지하철이 부족하면 만들고 도로가 좁으면 넓힌다. 그러면 서울이 살기 좋아진다. 살기 좋은 서울로 사람이 몰리고 일자리가 생기고 인구가 늘어난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너무 유별나다. 이웃한 일본도 수도권 밀집이 심하다지만 우리나라만큼은 아니다. (일본의 수도권은 보통 도쿄도를 위시한 간토 지방과 주부 지방의 야마나시현을 범위로 한다. 대략적으로 일본 인구의 35%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현실에서 기존 투자방식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수도권 주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이가 단것만 계속 먹어 비만이 되는데 아이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고 단 것을 더 먹이는 부모가 있겠는가. 또, 이제는 수도권 투자로 인구가 늘어나면 되레 수도권 주민들의 불편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GTX로 수도권에 더 사람이 몰리고 다시 교통이 불편해지면 어떻게 할텐가.

서울사람들이 집을 구하기 어려워 신도시를 개발한다. 그러면 전국에서 신도시에 몰려든다. 지방에 거주하는 본인들이 수도권에 집을 살 기회가 왔으니까. 결국 투기목적으로 사는 수요가 늘어나며 집값이 오르고 또 집을 구하기 어려워진다. 

GTX 건설에 균형발전특별회계(중앙정부가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재정 격차를 줄이고자 별도로 지원하는 예산)가 투자된다. 균특회계의 취지와 정반대로 잘못된 예산배정을 한 것이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균특회계는 GTX 이외에도 주요 수도권 교통 인프라 투자에 집행돼 왔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김수흥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균특회계로 진행된 수도권광역철도 사업은 총 13건, 2조1863억원에 달한다. GTX외에도 신분당산 건설사업, 신안산선 복선전철 등이 포함돼 있다.

기재부는 앞서 지난해 6월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균형발전특별법 제35조 등에 따라 수도권을 포함한 광역협력권의 광역교통망에 대해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히며 “2021년 수도권 광역교통 지원규모는 균특회계 총지출의 5.2% 수준이다”라고 해명했다. 또, 정부 총지출의 1.8% 수준인 균특회계(2021년 10조3000억원)만 가지고 국가균형발전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지난 5월 30일 GTX-A 노선의 종착역인 동탄역 공사현장을 방문해 “이번 정부 내에 A노선을 개통하는데 이어 B·C노선을 착공하고 신규노선 발굴도 추진해 GTX를 대폭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지난 5월 30일 GTX-A 노선의 종착역인 동탄역 공사현장을 방문해 “이번 정부 내에 A노선을 개통하는데 이어 B·C노선을 착공하고 신규노선 발굴도 추진해 GTX를 대폭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Q. 최근 수도권 규제가 점차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효율적인 집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 중에서 최근 정부가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기업’이 수도권에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를 해제하겠다고 한다. 알기로는 지난 2014년부터 100여개에 달하는 기업이 국내로 돌아와 지방에 자리하고 있는데 규제가 풀리면 이들이 수도권으로 옮길 수 있다.

거래의 종류를 ‘이전거래’와 ‘경제적거래’로 구분해보자. 예를 들어 이전거래란 아버지가 아들에게 용돈을 주거나 학비를 보내는 것이다. 이것은 가족의 미래를 위해 자식에게 투자한 것이라 당장은 돈이 안 된다. 크게는 선진국이 후발국에게 원조를 하는 것도 이전거래라 볼 수 있다. 

균형발전투자는 이전거래에 해당한다. 당장의 효율성은 목적이 아니다. 균형발전은 불균형을 균형으로 만드는 데 소임이 있다. 국가예산은 경제적거래처럼 효율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효율을 쫓는 일은 기업이 하면 된다.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경제학자 폴 로빈 크루그먼의 저서 중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를 인용) 왜 국가에게 기업의 역할을 강요하려 하나.

균형발전도 장기적으로 보면 효율적인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균형발전의 목표는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있다. 이것을 효율성으로 재단하면 안 된다.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투자는 옳은가 옳지 않은가여야 한다. 

Q. 호남지역의 중심도시인 광주시도 인구감소가 예견되고 있다. 특히 청년인구 유출이 원인으로 꼽히는데 체감이 되는가.

호남의 인구유출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나주시에 위치한 빛가람혁신도시에 여러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이전했다. 그런데 학생들 중에서는 이들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지방에 있다고 취업을 기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 학생이 휴대폰 바탕화면에 ‘서울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는 글귀를 적어놓은 것을 본 적도 있다.

우라나라의 서울 선호는 뿌리가 깊다. 일자리나 교육 문제도 있겠지만 이유가 ‘서울이니까’ 수도권에서 살려고 하는 청년들도 많다. 그래서 아예 수도를 옮겼으면 하는 것이다. 서울이 ‘서울이기에’ 가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Q. 수도권과 지방 간 인구가 역전됐는데 어떤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는가.

서울 사람들의 영향력이 더 커지면서 50대 50이 아니라 서울이 70, 지방이 30인 상황이 나타날 것이다. 중앙정부도 서울을 위하는 정책을 더 많이 만들게 된다. 그래서 서울 집중을 더 가속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수도권 교통이 불편해서 GTX를 까는데 지방에 있는 혁신도시들도 교통이 불편하지만 GTX를 깔진 않는다.

서울을 중심으로 성장하더라도 나중에는 한계가 온다. 성장 한계점이 오면 계속 투자를 해도 성장하지 못한다. 서울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 아무리 투자한다 해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만약 계속 성장한다면 홍콩과 싱가포르도 미국만큼 성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도시국가는 성장에 한계를 맞게 된다. 그래서 경제활동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 구태여 수도권 규제를 풀며 투자해야 하나. 지방을 활용할 방법을 그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그런데 서울은 선진적이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지방에 투자를 해야 성장하지 않겠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전에 대덕연구단지를 만들고 ‘행정수도’라는 구상도 했다. 지방에 전체 공업의 절반이 넘는 중화학공업 투자를 계획했다. 그렇게 대규모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지방에 대한 투자를 해도 선심성, 시혜성 성격이 짙다. 혁신도시도 공공기관만 던지고 말았다. 공공기관이 지방에서 무엇을 만들 것인가란 고민이 없어 가슴이 아프다.

공공기관들을 보면 100년 전에 만들어진 정관도 있다. 이제 정관도 바꾸고 새 시대에 맞는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자신들이 지방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공사는 각 발전소에서 전기를 구입해 일반에 판매한다. 그런데 앞으로 에너지 자급자족시대가 온다. 한전은 그 시대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한전에게 한전공대가 왜 필요한가. 앞으로 한전이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연구하는 곳이 한전공대다. 한전은 광주전남혁신도시 일대에 에너지밸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한전공대의 역할이 있다. 그런데 현재 정관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공기관이 들어선 혁신도시의 정주여건도 개선해야 한다. 서울에 사는 것과 별 차이 없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우선 혁신도시와 인접한 인프라를 연계하도록 교통연결이 급선무라고 본다.

Q. 혁신도시 건립도 결국 수도권 집중을 막지 못했는데.

성급한 감이 있다. 아직 혁신도시가 성숙되지 않았다. 사과나무도 7~8년은 커야 사과를 수확할 수 있다. 혁신도시는 우선 숙성부터 해야 된다. 

혁신도시에 대한 평가가 좋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입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중앙정부는 여러 공모사업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공공기관을 분배하고 끝낸 프로젝트다. 그러니 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이 없다. 그래서 예산배정을 잘하지 않는다. 해당 지자체에 배정된 예산 중에서 혁신도시 예산이라 부를만한 것을 모아서 혁신도시 예산이라고 발표한다. 이래서는 해결이 어렵다.

지자체는 혁신도시의 문제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자체장이 보기에 ‘본인 사업’이 아니다. 오로지 지방세를 얼마 받느냐의 세금에만 관심이 있다. 예를 들어 빛가람혁신도시는 정식명칭이 광주전남혁신도시이지만 광주시가 지방세를 걷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광주시와 전라남도, 나주시 간에 협조가 안 된다. 행정구역이 달라도 지방세를 받을 수 있도록 특별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광주대학교 이민원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2일 전라남도 나주 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투데이신문
광주대학교 이민원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2일 전라남도 나주 혁신도시 내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투데이신문

Q. 혁신도시는 지방의 중소도시에 해당되는 정책이다. 최근 ‘지역소멸’까지 거론되는 곳은 농어촌지역인 읍·면지구인데 이 곳에는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스필오버 효과(특정 지역의 혜택이 흘러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는 효과·Spillover Effect)는 없다. 소멸지역에 대해선 소멸 지역대로 보호 대책이 있어야 된다. 소형 투자로는 효과가 없다. 그래서 1개 군 수준이 아니라 5~6개 군을 묶어 같은 특성을 찾아 새로운 특별지방단체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행정구역대로 대책을 만들어서는 힘들다. 소멸지역들을 묶어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이 성장할 수 있다. 

Q. 윤석열정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해 지방시대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구상인데.

통합은 옳다고 생각한다.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은 따로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아직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높지만 시대의 흐름은 자치분권이다. 자치분권시대를 전제로 균형발전정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이 자치분권을 전제로 한 균형발전인지 통합한 위원회에서 만들어야 한다.

통합은 옳지만 대통령 자문기구는 권한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그러다보니 어차피 실행은 안되니까 각자 하고 싶은 얘기만 한다.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에서 위원회로 파견이 나오는데 파견된 공무원들은 소속부처를 위해 일한다. 온전히 지방관련 업무를 자기업무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새로운 부처로 일명 ‘지방시대부’를 만들어야 한다. 균형발전을 통솔할 수 있는 집행력을 가진 행정부처가 필요하다. 그래야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한다. 아니면 국무총리실의 중요업무에 균형발전을 포함하는 방법도 있겠다.

Q. 대기업들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적극 투자하도록 할 대안이 있을까.

수도권 규제를 원상복구해야 한다. 그 외에는 답이 없다. 수도권의 자원을 이전하는 것이 균형발전이다. 수도권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방에서는 보통 ‘철조망’을 없애면 기업이 오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도로도 놓고 철도도 놓고 그렇게 철조망을 없애면 기업이 올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안 온다.

전남 신안군에 가면 섬과 섬을 연결하는 천사대교가 있다. 다리가 놓여 철조망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사람이 찾지 않는다. 철조망 때문에 사람이 안 가는 줄 알았는데 실은 철조망 너머에 볼 것이 있어야 가는 것 아니겠나. 목적이 있어야 찾을 것 아닌가. 그런데 철조망 너머에 아무 것도 없다.

지자체들이 기업이 필요하다 볼거리가 필요하다는 말만 하지 스스로 만들지 않고 있다. 지자체가 직접 만들 생각을 해야 된다.

Q. 정부와 정치권에 균형발전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우선 국회의원들이 지자체장들과 만나서 균형발전에 대한 협의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작게는 지역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과제를 만들고 그 과제를 중앙정부의 정책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들과 시도지사가 합의를 본 내용은 과제로 만들고 그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각 부처별로 만들어 정부에 요구하면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미세한 정책 수단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만들어가야 된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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