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샤오미의 ‘전기차 시장’ 연착륙…빠르게 돌아가는 중국의 ‘성장 엔진’

BYD, 지난해 4분기 전기차 판매량 1위 기록 애플 ‘프로젝트 타이탄’ 지고, 샤오미 ‘SU7’ 뜨고 ‘덤핑 수출’ 논란에도 꿋꿋한 중국 정부의 행보 중국 전기차 성장 배경으로 ‘선택과 집중’ 지목

2024-04-02     박세진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중국 전기차 공습이 본격화 됐다.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가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넘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를 달성한데 이어, 전자기기 업체 샤오미도 포르쉐 타이칸과 닮은 첫 전기차 SU7(Speed Ultra 7)를 공개하면 서다. 애플이 10년간 제작해 오다 포기한 전기차를 샤오미는 시장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에 내놓았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약 500만대로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이 중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수출의 비중은 약 120만대다. 파죽지세로 글로벌 하이브리드 차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중국. 글로벌 완성차 주요 시장을 긴장하게 만든 중국의 진짜 ‘무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BYD의 완전 지능형 생산 라인 [사진제공=비야디]

전통 강호 ‘테슬라’ 이긴 신흥 강호 ‘비야디’

전기차 전 세계 1위 비야디. 지난해 4분기 전기차 시장의 전통 강호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쥔 비아디가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모두가 저렴하게 탈 수 있는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리는 비아디의 무기는 넘 볼 수 없는 ‘가성비’와 이를 실현시켜주는 ‘수직계열화’다.

지난 2월 비야디는 시작가격 6만9800위안(약 1300만원) 짜리 해치백 전기차 시걸(Seagull)을 공개했다. 미국 전기차 평균 가격이 5만2000달러(약 7000만원)인 점을 감안한다면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이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305~405km로 알려져 있다.

앞선 지난해 4월에는 ‘디스트로이어 07’ 하이브리드 신형을 구형보다 11.3% 저렴한 가격에 출시했다.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해 비야디의 10만위안(약 1800만원) 이하 모델은 5종이다. 배터리 제조 능력까지 갖춘 비야디의 공세는 가히 위협적이라 평할 만하다.

비야디의 압도적인 가격경쟁력의 원동력은 어디서부터 나올까. 바로 차량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부터 엔진, 전기차 플랫폼을 모두 직접 제조하는 ‘수직계열화’다. 불붙은 가격 경쟁에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료를 태울 수 있는 힘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전기차의 3대 핵심기술로 통하는 배터리, 엔진, 전자제어장치(ECU) 모두를 자체적으로 생산 및 조달하는 자동차 기업은 비야디가 유일하다. 배터리 필수 소재인 리튬광산을 보유한 것도 자원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주요 요소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비야디는 지난 2022년 상반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사태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 당시 비야디는 상반기 추정실적 공시를 통해 지배주주순이익이 28억~36억 위안(5485억~7052억원)으로 전년도 상반기보다 138.59%~206.76%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실적도 괄목할만 하다. 지난해 비야디의 순이익은 300억4000만 위안(약 5조5643억원)으로 순익이 전년 대비 80.72% 급증하면서 2년 연속 순익이 증가했다. 비야디 왕촨푸(王傳福) 회장은 지난 3월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EV 100 포럼’ 참석해 “중국 시장의 신에너지차(NEV) 판매 점유율이 앞으로 3개월 사이에 50%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만큼 비야디의 행보에 글로벌 시장의 대응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샤오미 자동차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은 방문객들이 전기차 'SU7'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10년 애플도 포기한 전기차, 3년 만에 이뤄낸 ‘대륙의 실수’

‘프로젝트 타이탄’. 애플이 10년간 공들인 전기 자동차 ‘애플카’ 프로젝트다. 단순 전기차를 넘어 ‘바퀴 달린 아이폰’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다만, 이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결과물은 끝내 볼 수 없게 됐다.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애플카 개발 취소 소식을 알리면 서다.

이에 반해 ‘대륙의 실수’라 불리는 샤오미는 첫 전기차 SU7을 세상에 공개했다. 애플이 10년간 손에 쥐다 결국 포기한 전기차 생산을 중국 전자기기 업체가 이뤄낸 순간이다. 샤오미는 3년여간 100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애플의 오랜 꿈인 ‘전기차’ 생산을 현실화했다.

SU7은 △베이직 △프로 △맥스 등 3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베이직은 21만5900위안(약 4000만원), 프로 24만5900위안(약 4600만원), 맥스 29만9000위안(약 5600만원)으로 책정됐다. 최대 주행거리는 800㎞다. 이는 테슬라 모델S(650㎞)보다 긴 수치다. 아울러 10분 정도의 짧은 충전으로도 390㎞ 주행이 가능하다.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샤오미 파일럿’도 탑재됐다.

추후 샤오미가 구축할 사물인터넷(IoT) 생태계도 하나의 주요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샤오미는 전기차와 함께 자사가 만든 공기청정기, 에어컨, 로봇청소기 등 전자기기를 연결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생활과 밀접한 제품들이 차량과 연동될 경우 샤오미를 향한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애플의 짝퉁이라 조롱받던 샤오미가 역설적이게도 전기차 분야에서 만큼은 애플을 앞지르게 됐다. 샤오미의 SU7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반응은 어떨까. 여전히 애플의 짝퉁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을까. 전혀 아니다. 생각보다 뜨겁다. SU7은 지난달 28일 저녁 발표한 지 24시간 만에 8만8898대 판매를 기록했다. 샤오미 전기차의 성공적인 출사표다.

샤오미 레이 회장은 출시 행사에서 “SU7은 사양의 90%가 테슬라 제품을 뛰어넘지만, 맥스 모델의 경우 타이칸에 비해 부족하다”며 “5∼10년간 노력해 언젠가 포르쉐를 뛰어넘을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추후 15~20년 내로 세계 5위 자동차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샤오미의 목표다. 달리는 가전제품 시대의 개막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새로운 시대를 마주하기 위해 SU7의 성공여부에 이목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서울시내 한 전기차 충전기 [사진제공=뉴시스]

전기차 산업 패러다임을 위한 중국의 ‘선택과 집중’

이렇듯 중국은 세계에서 전기차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국가로 통한다. 단순 규모의 경제를 넘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중국의 ‘신에너지차’ 관련 각종 지원책이 전기차 춘추전국시대 속 묘수로 통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중국은 순수전기차, 하이브리드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3가지를 신에너지차로 정의하고 취득세 감면, 구매 보조금 지급, 충전 인프라 확충, 번호판 발급 등 각종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차량요일제 제외, 무료주차 등 신에너지 자동차 보급과 소비 촉진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낌없이 퍼붓는다.

지난 2009년부터 중국 정부는 전기차 제조업체 등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내연기관차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져 전통강호인 미국, 유럽 등의 국가를 추월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힘입은 중국의 비야디, CATL 등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야금야금 높여왔다.

유럽연합(EU)은 이 같은 중국의 행위를 ‘덤핑(저가) 수출’로 보고 문제를 제기하자,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보조금 지급을 끊었다. 그러나 2022년까지 중국 정부가 전기차 업체에 지원한 보조금은 1600억위안(약 30조원)이다. 그 중 중국 전기차 1위 기업인 BYD의 보조금은 70억위안(약 1조 3000억원)에 달한다.

보조금이 끊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새로운 보조금 혜택이 있는 땅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각국에 다시 터전을 잡게 된다. 중국 상무부 역시 자국 전기차 제조 업체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신에너지차의 무역 지원을 위해 중앙·지방 정부와 중앙은행이 참여하는 범국가적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2월 7일 중국 상무부·국가발전개혁위원회·중국인민은행 등 9개 부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신에너지차 무역 협력의 건강한 발전을 지지하는 것에 관한 의견’을 공개했다.

의견엔 △해외 연구·개발 장려 △중국 지역별 해외 기업과의 협력 강화 △금융 지원 최적화 △공공 플랫폼을 통한 무역 지원 △양호한 무역 환경 조성 △해외 각국의 통제 조치 대응 등 18개 항의 정책과 항목별 책임 부처들이 나열돼 있다.

우선 중국은 해외에 신에너지차 관련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외국의 연구기관·산업 클러스터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수립하는 등 해외 진출을 뒷받침한다. 또 각 업체가 구축한 산업망·공급망 연계와 함께 인재 육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 신에너지차와 배터리 수출을 돕기 위한 철도·해상 운송 역량에 집중한다. 금융당국은 업체들에 대출과 수출신용보험, 외환 거래, 위안화 결제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국 당국은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상 우대 조항 활용을 통해 수출을 확대하고, 중국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이미지 구축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상무부와 외교부가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무역 제한 조치에 대응하며 중앙정부 개입을 늘린다. 중국 정부 차원의 이번 조치는 신에너지차 업계를 전폭적으로 지원함과 동시에 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워가겠다는 의지가 내포됐다.

전기차 수출에 ‘사활’을 건 중국과 글로벌 시장을 향한 ‘야심 찬 포부’를 드러내고 있는 당국 전기차 업체들까지. 이제 ‘대륙의 실수’가 아닌, ‘대륙의 정수(精髓)’라 불리는 날이 머지않은 걸까. 지금도 중국의 ‘성장 엔진’은 빠르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