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외국인 유학생, 최저임금 미적용 가사노동자로” 제안에…노동계 반발↑

2024-04-05     박효령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된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2차 경제분야 점검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생 문제 해법으로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를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는 가사 노동자로 활용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양대노총이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방안이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 가족을 법망 밖으로 밀어내고, 노동환경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5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내에 이미 거주 중인 16만3000명의 외국인 유학생과 3만9000명의 결혼이민자 가족분들이 가사, 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고 제시했다.

이어 “그럴 경우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 공급에 따라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관련 대책 수립을 주문했다.

앞서 지난달 한국은행도 돌봄 서비스 인력난 완화를 목적으로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사적 계약에서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으므로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 같은 제안에 노동계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사노동자법)과 어긋나며 돌봄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더 악화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가뜩이나 열악한 돌봄 노동자의 노동환경을 더 악화하고, 이주 노동자들을 ‘최소한의 임금조차 보장하지 않아도 되는’ 값싼 노동력으로 차별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열악한 노동자에게 더 열악한 환경과 저임금을 강요하고, 국적에 따라 노동자의 처우를 차별하는 제도를 만들겠다면서 ‘노동자의 보수와 처우가 향상되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에서 진심도 논리도 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도 같은 날 “윤 대통령은 가사와 돌봄노동이 어지간히 쉽고 우스워 보이냐”며 “외국인 유학생은 대부분 어린 학생 신분이라, 아이를 키워본 경험도, 위급상황에 대처할 능력도 부족한 나이고, 최저임금도 못 받으면서 돌봄노동을 선택할 리 만무하다”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우리나라 결혼 이민자들은 비수도권 분포가 높은데, 최저임금도 못 받는데 돌봄노동을 하기 위해 장거리 출퇴근을 감내할 결혼 이민자 가족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돌봄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돌봄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서 질 낮은 일자리를 공급하는 것이 아닌 가정에 바우처를 제공하거나 질 높은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공립 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가사노동자법과도 배치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노총은 가사노동자법 제3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사근로자의 고용안정, 권익 향상 및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틈만 나면 법치를 강조하는 대통령이 현행법을 무시하고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 가족들을 법망 밖으로 밀어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