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묵 교수 “AI 일상화 시대, 디지털 역량 배양에 힘써야”
《제5회 청년플러스포럼 ‘AI·디지털 대전환 시대, 청년 미래 전략’》 [인터뷰] 단국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나연묵 교수 일상에 스며든 AI…‘디지털 리터러시’ 요구 관련 소양 대중화…계열별 교육 과정 운영 맞춤형 인재 육성에 초점…산학협력 강화
투데이신문은 새로운 시대, 청년이 주도하는 발전적 시대를 도모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청년플러스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청년플러스포럼은 사회가 직면한 총체적 문제를 청년이 어젠다를 이끌며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민간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진단하고 해결해 가는 공론의 장이다. 5회를 맞는 포럼의 키워드는 △인공지능(AI) △디지털 대전환(DX) △청년 미래 전략이다. 금번 포럼은 AI가 이끄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청년들이 직면하는 도전과 기회를 탐색하고,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재가 되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세워야 할지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번 포럼은 ‘AI·디지털 대전환 시대, 청년 미래 전략’을 주제로 오는 5월 22일 오후 2시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린다. 포럼에 앞서 관련 주제에 대한 주요 논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연사들의 인터뷰를 연재한다.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인공지능(AI)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우리의 일상 속으로도 깊이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에서도 ‘AI 일상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관련업계와의 소통에 나서고, 특히 AI 전문인력 육성을 위해 별도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본격적인 기술 확산에 나선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흐름에 대한 전문가의 시선은 어떨까. 단국대 컴퓨터공학과 나연묵 교수는 AI 등 첨단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단계라고 봤다. 이제 산업의 중심은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신산업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로, 디지털 기술 없이는 사회가 존재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는 등 디지털 전환이 성숙 단계까지 왔다는 진단이다.
이는 곧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한 시점이 됐음을 의미한다. 비교적 간단한 활용부터 개발 실무 프로젝트 수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에 걸친 교육이 필요하며, 나아가서는 평생교육 측면까지 고려해 다양한 커리큘럼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공자들의 경우 보다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이론적 배경에 더해 실무 프로젝트까지 두루 경험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산학협력 확대를 통해 소프트웨어 지식뿐만 아니라 각 산업에서 필요한 지식까지 갖춘 융합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AI는 이제 최근에 화두가 된 것 같고, 그 시작점은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였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에 사용하던 키워드였고,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 등으로 용어가 바뀐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살펴보면,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명되고 IT 기술이 두각을 드러낸 것이었으며, 4차 산업혁명은 그 영향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것이라고 본다. 그 핵심기술로 처음 거론됐던 것은 소위 ICBM(IoT·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이었고, 최근 사용되는 용어로는 ABCD(AI·빅데이터·클라우드·데이터센터)가 있다. 이러한 핵심 기술들이 모여 결국 모든 산업이 다 전환되는 게 디지털 전환이며, 최근에는 사회도 바뀌고 있다. 이제 디지털 없이는 사회가 존재할 수 없는 정도가 됐고, 신산업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Q. 전 산업으로 IT가 확대되는 것이 디지털 전환이라 했는데, 그렇다면 현재는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인가.
과거에는 자동차나 기계 등 전통 제조업이 산업을 주도했다면, 최근에는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를 리드하고 있고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토스)’ 등 신산업이 등장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 산업으로 IT가 확산되다 보니 소프트웨어 개발자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고 몸값도 많이 올랐다. 더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시행되며 온라인 솔루션이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몸값은 더 올라갔다. 지난해 초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이 같은 거품은 좀 꺼지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지금 신산업이 너무나 많이 늘어났고, 유튜브와 같은 기업은 보편화된 상태다.
Q. 최근 디지털 기술 동향에서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근 빅 트렌드는 클라우드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에저가 우리나라에 상륙한 상태다. 또 중요한 것이 데이터센터인데, 이러한 서비스를 데이터센터 없이는 못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의 심장 역할을 하는 게 데이터센터라고 볼 수 있다. 구글이나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금융권까지도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거기서 서버가 돌아가면서 모든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공정 등도 과거처럼 기계 장비로만 만드는 게 아니라, 제조 장비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공정을 컨트롤하기도 한다.
Q. AI 연구개발 트렌드는 어떻게 진행돼 왔는가.
AI가 이제 빙하기를 많이 지나간 건 다 아실 것이다. AI 연구개발의 시작은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지금까지 빙하기가 2~3번 정도 왔다. R&D가 다 중단이 되고 지원이 끊기다 보니 많은 연구자들이 바이오 인포메틱 쪽으로 연구 분야를 바꿨다. 바이오 쪽은 그래도 의료와 접목이 되니까 지원도 나오고 논문도 나올 수가 있었는데, 순수 AI는 아무런 연구 주제도 없었고 R&D 지원도 없었다.
다만 IBM이 해당 분야에 꾸준히 투자를 해서 ‘왓슨’을 계속 개발하는 등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2014년경 아마존에서 알렉사 AI 스피커를 만들어내면서 부활하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큰 터닝 포인트는 2015년 구글이 발표한 기계학습 라이브러리 ‘텐서플로우(TensorFlow)’였다. 그 이전에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전문가들조차 AI 알고리즘 등을 쫓아가기 쉽지 않았는데, 컴퓨팅 파워가 발전하며 이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어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쇼크’로 대중들이 AI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 가능성 역시 조명됐다. 그 이후 8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에 혁신적인 변화들이 일어났다. 2018년 구글의 AI 전화 예약 서비스 ‘듀플렉스’가 나왔고, 오픈AI의 챗GPT가 온 세상을 뒤흔들며 생성형 AI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금은 텍스트로 설명을 하면 이미지나 문장, 영상 등을 만들어주는 시대가 됐고, 결국 호기심을 넘어 일상에 도움이 되는 지점까지 도달한 것 같다.
Q. AI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실제로 AI가 활용되는 분야를 보면, 의료 쪽은 확실히 가능하다. 암 진단이나 엑스레이 판독 등 진단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고, 제약회사들도 신약 개발에 많이 활용하는 것 같다. 최근에는 제조 분야에서도 AI 활용을 많이 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결함 진단 등의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LG전자도 최근 ICT 기반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 원격 유지보수 시스템인 ‘LG 비콘클라우드’에 AI 고장예측 기능을 추가하는 등 사업 모델로 적용하는 모습이다.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도 지금 AI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을 이용하면서 코딩과 같은 지루한 작업들이 줄어들고 개발 생산성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제 디지털 대전환은 확산을 넘어 성숙 단계까지 온 것 같고, AI 기술도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눈부시게 발전한 컴퓨팅 파워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일상에서 이제 활용이 가능한 수준까지 왔다고 볼 수 있다.
Q. 정부에서도 AI 전문인력 육성과 연구개발 등에 투자하겠다는 발표들이 계속 이어졌었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정책들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정부 입장에서는 AI에 투자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다만 여러 의견들이 많이 갈릴 것 같다. 그냥 이상적으로만 생각하면 디지털 전환이 되고 있고, 전 산업 분야에서 AI 스킬을 필요로 하고 있다. 결국 AI 기술은 어떻게 보면 이제 현대를 살아가기 위한 소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편으로 AI라는 것은 소프트웨어의 한 세부 분야이고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컴퓨팅 파워가 좋아지면서 해당 분야가 급격히 부상함에 따라 결국 전공자들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이들도 일정 수준의 소양을 갖춰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때문에 유형에 따라 특화된 방식으로 교육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이 부분이 각 부처별로 너무 넓게 퍼져 있다. 고용노동부, 과기정통부, 교육부 등으로 인재양성 프로그램이 다 분화돼 있는데, 확실한 체계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에서도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는 것 같고 예산도 확보해서 교육은 많이 시키고 있는데, 얼마나 이제 실효성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부분을 체계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Q. 유형별 인재양성을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뉘는 것인가.
우선 소프트웨어 전공 인력들, 디지털 전문인재의 경우 디지털 전환 플랫폼을 만드는 이들인 만큼, 전문적인 지식과 소양을 갖춰야 할 것이다. 또한 디지털 융합인재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에서 AI를 해야 될 사람도 있을 것이고, 화학 회사나 제약 회사에서 AI를 다뤄야 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디지털 융합 인재고, 나머지는 이른바 ‘디지털 시민’이라고 볼 수 있다. AI를 직업에 활용하지 않는 이들이라고 해도, 디지털 기술을 써야만 이제 좀 더 편리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됐다. 이러한 유형에 따라 갖춰야 할 소양이 서로 다르다. 디지털 전문 인재라면 컴퓨터공학과나 소프트웨어학과에서 가르치는 주요 과목들을 다 배워야 되고, 알고리즘과 딥러닝 등 전문 기술들을 심도 있게 익혀야 한다. 융합인재들의 경우 적어도 개념이나 자신들 분야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개발해보는 수준까지는 알아야 할 것이다. 디지털 시민의 경우 폭이 넓어진다. 청소년부터 대학생, 일반 시민, 어르신들까지 포괄적으로 가르쳐야 하는데, 이는 결국 ‘디지털 리터러시’를 배양하는 교육이 돼야 할 것이다.
Q.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이 같은 관점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가.
단국대학교는 2017년부터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인 만큼 전교생에게 소프트웨어를 가르쳐야 하며,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점에서 모든 학생들이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는 것부터 소프트웨어 코딩도 어느 정도까지는 다 해보는 게 좋겠다고 봤고, 계열별로 나눠서 커리큘럼을 구성하게 됐다. 예를 들면 문과 학생들은 조금 쉬운 파이슨, 통계를 다루는 학생들의 경우 R 프로그래밍 등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프로그램을 가르치고, 전공자들의 경우 보다 깊이 있는 언어를 배우도록 하는 식이다. 또한 최근에는 전공별 AI 활용을 적용하고 있는데, 음대나 상경계열 등 타 전공에서도 AI 관련 도구를 이용하면 학습 능력을 높이고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 역량을 높여주는 방향을 설정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Q. 고급 기술을 익혀야 하는 전공자들을 위한 커리큘럼도 있는가.
전공자들의 경우 실무 교육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컴퓨터 분야의 표준 커리큘럼은 기본으로 깔고 가고, 여기에 더해 ‘포즈(POSE)’라는 과목을 만들었다. 여기서 P는 실무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것으로, 산업체에서 근무 중인 멘토의 지도를 받아 실제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이다. OS는 ‘오픈소스’로,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은 다 오픈소스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과거에는 생으로 코딩을 다 했지만, 요즘은 어지간한 것들은 깃허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기에 이러한 오픈소스를 숙달할 필요가 있다. 실무자들도 실제로 오픈소스 기반으로 개발을 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 E는 ‘영어(English)’다. 아무래도 영어로 코딩하고, 매뉴얼을 만들기에 이 역시 강조했다. 실무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오픈소스를 써보고 실무 영어를 사용하는 것을 일종의 교양과목처럼 만들었다. 또한 전공 3, 4학년을 위한 특화 트랙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기술을 자유롭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Q. 이러한 노력들은 교육기관만의 노력이 아닌 산업체와의 협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진행 중인 산학협력 프로그램이 있는가.
현재 3년째 진행하고 있는 ‘티맥스 아카데미’가 있다. 4개월 교육과정이고, 주로 4학년 학생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취준생이나 일반인도 들어올 수 있다. 일종의 집중형 부트캠프 형태인데, 아무래도 대학은 이론 위주의 교육이 많다보니 학생들에게 기업 실무 경험을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8주간 각종 기술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나머지 8주는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팀을 구성한 뒤 티맥스소프트 개발자를 멘토로 붙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모델이 좋은 것 같고, 더욱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전공 교육을 받은 뒤 티맥스 아카데미 같은 부트캠프를 거쳐 기업에서 원하는 스킬을 보강해서 취업하면 가장 좋은 과정인 것 같다.
Q. 이러한 과정이 어떤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대학에서 해줄 수 있는 부분엔 한계가 있다보니, 기업처럼 실무 교육을 제공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전공자들이라 해도 결국 실무교육을 다시 받는 측면이 있는데, 이런 식의 산학협력을 통해 그런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또한 이렇게 키워진 인재들이 각 산업군에서 활약을 하는 것이 긍정적인 방향이기도 하다. 전공자의 경우 컴퓨터 이론을 깊이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테크 기업에서도 제대로 배운 학생들을 가장 선호한다. 자동차 등 일반 기업으로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의 경우 소프트웨어 역량에 도메인 지식까지 얹어 융합인재로 내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디지털을 모르면 취업하기도 어렵고 생존도 어려운 그런 시대가 됐기에, 대학이나 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디지털 역량을 교육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