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상 성차별 시행제도’ 2년 차에도…시정명령 10건 중 단 2건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 2022년 5월부터 ‘고용상 성차별 등 차별적 처우 등에 대한 시정신청 제도’가 시행을 알렸지만, 지난 2년간 인정된 건은 10건 중 2건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직장갑질119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제도 시행 후 2년간 시정 신청 182건이 접수됐지만, 실제로 노동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린 경우는 42건(23%)에 불과했다. 차별시정 신청 10건 가운데 2건가량만 겨우 차별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당초 고용상 성차별 문제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기 때문에 노동청에 신고가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4년 3개월 동안 노동청에 접수된 고용상 성차별 신고사건 274건 중 시정완료는 6.9%(19건), 기소의견 송치는 9건(3.1%)으로 집계됐다.
노동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에서 고용상 성차별에 대해 제대로 된 판단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직장갑질119는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 성비가 불균형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고용노동부가 우원식 의원실을 통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여성 공익위원 성비는 올해 1분기 기준 33.7%로 남성(66.3%)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인천(14.3%)이 여성공익위원 비율이 가장 낮았고, 충남과 경북(21.4%), 전북(22.2%)이 그 뒤를 이었다.
직장갑질119는 “현실 속에서 고용상 성차별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은 여성임에도, 성차별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대부분 남성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차별 피해자들이 시정 신청 제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해 제도를 활발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 2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 인지 및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일터에서 고용상 성차별을 하나라도 경험한 직장인 중 59.5%가 시정신청 제도를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시정신청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가능하지만, 5인 미만 응답자 10명 중 7명(69.8%)은 제도의 존재 자체도 알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여성(64.3%), 일반사원(65.4%), 150만원 미만(67.1%)에서도 제도를 모른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고용상 성차별을 경험했고,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정제도를 이용하지 않은 응답자도 있었다. 이들 중 22.9%는 ‘시정제도를 신뢰할 수 없어서’ 제도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또 응답자 절반(50.7%)은 시정신청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제도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의 조치의무 위반의 경우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때’에만 제한적으로 시정신청을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사업주가 조사 자체를 하지 않아 성희롱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아예 시정신청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들 단체는 이 같은 공백을 줄이려면 회사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시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직장갑질119 김세정 노무사는 “최근 의미있는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이 연달아 나오는 등 제도의 존재 이유와 중요성을 확인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시정신청 제도를 ‘모른다’는 응답이 많아 안타깝다”며 “불평등한 일터를 바꾸는 사건이 더 축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제도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차별에 대한 판단은 성차별에 관한 심도 있는 이해가 바탕이 돼야 제대로 할 수 있다”며 “공익위원 성비 불균형을 개선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