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조원의 연착륙③] “분양수익 치우친 구조 벗어나 장기투자 초점 맞춰야”
[인터뷰]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이현석 교수 분양 중심의 구조, 시장 침체시 위기 반복돼 장기투자 체계로 전환해 관리운영 초점 둬야 더 강화될 수도권 집중…지방 공공임대 필요
정부는 부동산PF 규모가 총 230조원에 달하며 전체 PF 사업장 중 5~10% 정도는 재구조화 및 정리 대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계획대로면 올 하반기는 각 PF사업장마다 ‘옥석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터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방침이 자칫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과도한 시장개입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수면 위로 떠오른 부동산PF 부실을 방치하다 리스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
급한 불을 끄는 한편, 부동산시장 경기흐름에 따라 위기를 반복하는 부동산PF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업체계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편집자 주>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10여년 만에 반복되는 부동산PF 위기를 두고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면한 위기에는 경각심을 갖고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동시에 부동산 개발사업의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시도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6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부동산PF 관련 금융 익스포저 현황 및 리스크 점검 결과를 밝혔다. 이 보고서에서 한은은 “과거 저축은행 PF 부실 사태와 비교해보면 PF대출 연체율이 당시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PF 사업장의 잠재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시스템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기준 전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3.55%다. 지난 2021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역사적 고점인 2012년말 13.6%와 비교하면 큰 격차가 나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부동산PF 관련 리스크로 ▲부동산PF 대출의 질적 악화 ▲중소형 증권사의 PF채무보증 건전성 저하 ▲부동산신탁사의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 ▲건설사의 재무건전성 저하 등을 짚으며 “부동산시장의 부진이 지속되고 PF사업성이 저하되면서 부실위험이 다소 증대된 상황”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각 금융기권은 예기치 못한 충격에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일부 비은행업권은 부실 자산에 대한 경‧공매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PF 위기에 대응해 유동성 지원뿐 아니라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거쳐 부실사업장 정리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오는 하반기 부동산PF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사업체계에 변화가 뒤따를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부동산PF는 부동산개발, 건설, 금융 등 다양한 부문이 맞물린 사업으로 어느 한쪽의 부실이 타 부문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이번 위기가 향후 부동산시장 나아가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에도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른 수익성이 낮은 지역의 공급 문제도 고민해야할 과제다. 이와 함께 정부의 유동성 지원에 대한 도덕적 해이 우려 등 다양한 갈등 요소가 중첩된 상황이다.
이에 부동산금융 전문가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이현석 교수로부터 부동산PF 위기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이 교수는 한국부동산분석학회장을 역임하고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기도 하는 등 부동산금융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경륜을 토대로 이번 부동산PF 위기를 풀이했다.
Q.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PF 위기가 계속되는데 어떤 특징이 있다고 보는가.
2011년 위기 때에는 주택 미분양이 문제였는데 지금은 주택 미분양도 문제지만 비주택 사업장도 많이 연관돼 있다. 비주택 역시 분양이 안되다보니 문제란 점은 마찬가지다.
현재의 위기에 대한 금융업계와 건설업계의 시각이 다른 점도 있다. 금융권은 2011년~2013년때보다 연체율이 낮다보니 감당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개발사나 건설사 입장에서는 도산업체가 늘어나고 있고 시장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데다 특히 지방은 더 어렵다보니 시각이 다른 것 같다.
Q.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부실 PF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 예고하고 있는데 ‘질서있는 연착륙’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금융당국은 보증이나 기타 자금을 투입하면서 서서히 정리하는 연착륙을 하려한다. 앞으로의 시장전망이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지금같은 상황이라고 전제한다면 10여년 전 위기때보다는 충격이 크지 않기에 금융당국이 말하는 연착륙이란 목표에 수긍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최근 4~5년간 공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건설사들은 그동안의 공격적 행보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유동성 지원도 하나의 방안이겠지만 문제의 원인이 미분양에 있으니 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장기간에 걸쳐 곤혹스런 상황이 계속되리라 본다.
Q.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이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개발사와 건설사는 이 상황을 만든 주체인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했다. 누구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라고 예기하기도 하더라.
그런데 개별적으로 보면 호황기 때 상당히 수익을 낸 회사가 있고 지금 침체기에 위기를 겪는 회사가 있다. 크게 보면 동일한 업계이지만 마이크로하게 보면 각각 다른 회사다.
모두를 구제할 수는 없다. 어려운 문제지만 기준을 두고 개별 프로젝트별로 검토를 해야 된다. 그 기준의 객관성이나 과학상은 항상 문제가 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모두를 버리거나 구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감당가능한 범위를 정해야 되겠다.
여기서 걱정되는 문제가 수도권과 지방의 괴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이후 수도권으로의 집중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부동산 개발 분야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크다. 이런 점이 상당히 영향을 미쳐 수도권 집중이 더 가속화되지 않을까 한다.
Q. 급한 불부터 끄려면 부동산경기가 회복돼야 하겠지만 향후 전망이 밝지는 않다. 중단기 부동산시장을 예측해 본다면.
부동산은 그 국가의 산업 경쟁력과 상당히 연관성이 높다. 세계적으로 보면 한국의 산업 경쟁력이 강화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어떻게 보면 한국으로 유입되던 돈의 흐름이 위축되고 침체되니까 이런 문제들이 생긴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GDP 성장률과 부동산시장의 성장률 간 연관성도 높다.
금리도 집값의 주요 변수인데 수요공급과 같이 연결돼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은 기본적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고 비수도권은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이다. 그러면 비수도권은 금리가 떨어진다고 해서 큰 반등은 없을 것이다. 수도권은 금리 인하로 다시 불안해질 소지가 있다.
본PF 참여 금융기관의 브릿지론 인수 확약 필요해
Q. 브릿지론에서 본PF로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많다. 이와 같은 문제를 개선하려면 구조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가.
외국의 경우, 대형 부동산 사업을 하면 장기투자를 하는 금융기관들이 뒷받침을 한다. 해당건물이 완공되거나 일정 수준의 임차가 채워지거나 분양이 일정 수준이 된다는 전제로 10~20년 만기의 대출이나 장기 투자를 하겠다고 확약을 한다. 그러면 이 확약을 보고 단기대출을 하는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한다.
우리도 이제 본PF에 참여하는 기관에서 브릿지론 인수에 대한 확약 같은 시스템으로 가야되는 것 아닌가 싶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 간다면 속도의 문제가 있다. 계속 상승하는 시장에서는 사업에 참여한 기관들이 다 수익을 보는 구조다. 그런데 침체된 시장에 접어드니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그러니 본PF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일정 비율의 브릿지론을 인수한다면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Q. 사업성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시행사의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되는데 어떻게 보는가.
중국을 벤치마킹할 필요는 없겠지만 참고할 사안이 있는데 중국은 시행사가 5단계로 나눠져 있다. 자본금이 많고 경력이 있는 시행사는 큰 프로젝트를 하고 작은 시행사는 지방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한다.
우리는 현재 작은 시행사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구조다. 이 점이 정상적인건가 생각해보면 시장이 좋을 때는 대박을 터뜨리지만 시장이 안 좋으면 감당을 못한다.
시행사들에게 PF사업에서 자기자본 비율을 20~30%로 높이라는 요구는 지금 시스템에서 현실적인 대안은 아니다. 현실적인 대안은 연기금이나 공제, 혹은 기관투자자들이 시행사가 하나의 프로젝트에 5% 정도 투입하면 15~20%를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자기자본 비율이 작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불안정성을 막아내기 힘들다는 뜻이다. 현재 리츠도 대안으로 거론되는데 PF가 대출이 의존하는 구도라면 리츠는 에코티(Equity, 자기자본 혹은 지분투자)에 기반한 제도다. PF보다 안정성이 있는 구조다.
우상향하는 시장에서는 속도만 갖추면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는데 그런 시장은 끝나가고 있다. 에코티를 확충하라는 의미는 안정성을 확충하라는 얘기다. 이제 리츠처럼 에코티를 기반으로 한 주체가 개발시장에 진입해 성장시대의 개발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존 속도 위주의 개발 사이클은 모든 수익이 분양에 맞춰져 있다. 기본적으로 개발 사이클은 분양, 임대, 관리 이 3박자가 맞아야 한다. 그런데 시장이 속도 있는 성장이 불가능한, 안정기에 진입하면 분양, 임대, 관리 이 3원 체제가 작동해야 한다.
그래서 금융에서 후방에 위치한 기관들이 브릿지론 인수 확약을 하거나 혹은 분양, 임대, 관리를 함께하는 종합부동산회사로 일체화해 분양이 저조해도 임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구조로 가서 관리하는 방안을 육성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기반이 약하다.
아파트 관리회사가 어딘지 아는 주민이 몇 명이나 되겠나. 임대사업도 약하고 관리운영도 약하다. 이런 구도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고민이 없으면 또 위기는 반복될 것이다.
프로젝트 투명성 높여 금융 투자 이끌어내야
Q. 금융기관들의 지분투자를 유도하려면 유인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 전문투자기관(LP)의 참여도 방안으로 거론되는데 기존 PF와 어떤 차별성이 있는건가.
금융과 부동산개발의 가장 큰 간극이 투명성이다. 우리나라에서 금융은 많이 투명해졌다. 그런데 부동산개발은 여전히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 정보공개도 잘 안되고 그 시행사의 정체가 무엇인지 과거에 어떤 프로젝트를 했는지 잘 알 수가 없다.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서 사업성을 평가하기 어렵다.
공공사업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한다.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은 예타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민간사업은 공개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그래서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접근하기 쉽지 않다.
시행사들을 보면 프로젝트 단위로 구성되는 PFV가 많다. PFV가 장점도 있지만 지나치게 시행사의 리스크 차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부분은 금융분야에서 보면 신뢰성이 약하다. 사업주체와 사업에 대한 정보들이 제대로 전달되고 이를 평가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관련 자료들도 만들어져 제공돼야 해결될 것이다.
하나의 사례로 과거 용산정비창 개발사업을 보면 국토교통부, 서울시, 코레일이 관여하고 삼성물산이 사업시행을 맡았다가 롯데관광개발이 들어가 PFV가 구성됐다.
그런데 리스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주체가 불분명하고 리더십이 약했다. 결국 사업이 중단됐는데 에코티 기관들이 강한 리더십을 갖고 추진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했다고 본다.
임대나 관리운영을 할 회사들이 함께 참여해 장기적으로 보는 구도로 갔다면 에코티 기관들도 장기적인 수익성을 보고 들어갔을 것이고 그러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과거 용산정비창 개발도 분양이 수익성의 중심인 구조였다. 분양에 매몰된 사업구조는 갑자기 경기가 안좋아지면 사업 전체가 망가진다.
Q. 앞으로 사업성을 엄밀히 따져가며 민간개발사업을 해야된다면 수익성이 낮은 지역은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데 어떻게 보완해야할까.
어려운 숙제다. 일본은 지방 빈집 문제에 거점화를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지방을 거점화하는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공공차원에서의 임대주택 사업이 필요하다. 공공이 해야할 분야인데 지방은 산업의 문제도 있다. 일자리를 만들어야 해서 거점별 첨단산업단지 계획을 같이 하는 방안이 주효할 것이다.
다만 공공이 너무 나서면 공급이 수요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나친 면이 있을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긴 하다.
Q. 금융까지 연계된 종합부동산회사의 면모는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
전방인 분양만 염두에 두는 게 아니라 후방인 관리운영까지 맡은 역할이다. 분양에 매몰되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분양형 호텔을 보자. 사실 호텔은 운영을 해야 되는데 수분양자에게 분양만 하고 떠넘기고 있다. 상업시설이나 비주거시설들은 운영이 전제되지 않으면 창고보다 못하다. 관리 운영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려운 사업이 많은데 앞으로 시장이 고도화되면서 더 많아질 전망이다.
상업시설도 운영을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신도시에 가보면 상가들이 비어있다. 은퇴하는 분들이 은퇴 생활비에 쓰겠다고 분양했지만 창업에 대한 운영이 전제되지 않고 역량이 없으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운영을 해야할 상품을 분양해서 생긴 문제다.
이제 전문가가 운영하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가자는 것이 종합부동산회사의 핵심이다. 전문가가 직접투자할 몫을 일정 투자해 운영관리를 하도록 하고 개인은 그 전문가에게 투자하는 시스템으로 간다면 시장이 전문화‧고도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개별적으로 금융 따로 건설 따로가 아니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론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리츠나 부동산펀드처럼 금융과 건설의 복합체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리딩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