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전략기획부’로 저출생 대응하나…“예산·정책 범위 확대돼야”

인구 정책 총괄해…예산 사전 심의권도 부여 “사업 범위 늘리고 기재부와 동등한 힘 가져야”

2024-07-02     박효령 기자
지난 5월 17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된 ‘제28회 인천베이비&키즈페어’를 방문한 한 관람객이 유아용 옷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 정책을 총괄하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발표하면서 급락하는 출산율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정부조직 개편방안’ 관련 브리핑을 통해 부총리급 기획부처 컨트롤타워인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0.72명으로, 지난 2015년에서 1.24명 지속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 2018년부터 1.0명대가 무너졌다. 이에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저출생 대책에 대해 고심했고 전날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부는 이달 내 관련 법안을 발의해 신속하게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해당 부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저출생 문제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함과 동시에 가칭 ‘저출생대응기획부’ 추진을 발표하면서 처음 거론됐다.

현재 저출생에 대한 정책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데, 그간 자문기구라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4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연구 보고서 ‘인구감소 시대, 인구 전담 부처 설치의 쟁점과 과제’에서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대해 “자문위원회라는 조직 특성의 한계로 인해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제한적이다”며 “정책 심의 권한만 갖고 있을 뿐, 집행권과 예산권이 없다”고 꼬집은 바 있다.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등 정부조직 개편방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날 발표된 개편 방안에 따르면 우선 부처 명칭은 저출생은 물론 고령사회 대응, 인력·이민 등 인구정책 전반을 포괄할 수 있도록 인구전략기획부로 결정됐다. 

인구전략기획부는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로, 인구정책 기획, 평가, 예산 배분·조정 등을 맡게 된다. 

특히 전략·기획 및 조정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과거 경제기획원과 유사한 모델로 설계할 예정이다. 과거 경제기획원이 국가의 경제발전 종합계획을 세우고 투자 계획을 조정하는 데 이어 예산 편성 및 집행까지 관리했던 것을 롤모델로 두고 부처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인구전략기획부는 사회부총리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사회부총리는 현재 교육부 장관에서 인구전략기획부 장관으로 변경된다. 이로써 부총리는 경제부총리인 기획재정부 장관과 사회부총리인 인구전략기획부 장관 2명이다. 이와 더불어 문화·인식개선 전담 부처 및 실장급 대변인을 구성한다.

인구전략기획부 신설로 인해 일부 부처의 기능도 개편된다. 보건복지부의 저출생·고령화 법령 및 정책과 기획재정부의 인구 관련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기능을 인구전략기획부로 이관하고, 부문별 전략·기획 기능을 새롭게 추가한다.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가 출산·아동·노인을, 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가 일·가정 양립을, 여성가족부가 가족·청소년 등 담당한다.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예산이다. 인구전략기획부에 저출생 예산의 사전 심의권을 부여하고, 기획재정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구전략기획부 심의 결과를 반영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된 내용이 실린 ‘정부조직법’ 및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법’ 개정안을 이달 내 발의해 조속히 처리할 예정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및 사회부총리 변경 등 부처 간 기능 조정이 담겼으며,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인구전략기획부 장관 소속 자문위원회로 바꾸고 사무처를 폐지하는 것과 예산 사전심의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법명은 ‘인구위기대응기본법’으로 개정될 전망이다.

인구전략기획부 출범 목표에 대해 윤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를 통해 “국가비상사태인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국회와 정부의 원활한 소통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인구전략기획부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업무 관련 예산의 범위의 구체화와 기획재정부와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서봉균 겸임교수는 본보에 “그간 출생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음에도 정부가 제시한 다양한 저출생 관련 정책들의 효과가 거의 없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처가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큰 테두리만 발표된 상황이지만, 해당 부처의 인구 관련 정책 및 사업의 범위가 기존보다 확대되고 구체화돼야 한다”며 “여성의 출산, 양육 관련한 지원을 넘어 주거, 교육, 노동 정책, 소득 불평등, 여성의 사회 참여를 권장하는 성평등 문제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는 형태로 저출생 해결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정책이 원활하게 펼쳐지기 위해서 서 교수는 예산 심의·반영하는 기획재정부와 인구전략기획부가 동등한 힘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인구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적극 투입하려면 인구전략기획부 장관과 그 부처의 힘, 권한이 굉장히 커져야 한다”며 “기획재정부 역시 예산 반영에 적극 협력하면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