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사건 후 ‘교권보호 5법’ 시행됐지만…교사 77.4% “현장 변화 없다”

2024-07-08     박효령 기자
전국 교사들이 지난해 10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서이초 진상 규명 및 아동복지법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해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보호 5법’ 등 각종 대책이 나왔지만, 서울 교사 10명 가운데 8명가량은 현장에서 교권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고 서이초 교사와 유사한 상황을 겪은 적 있는 교사도 78.6%나 됐다.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은 8일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길리서치를 통해 서울시민과 서울교사 각각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7일부터 9일까지 진행한 ‘고(故) 서이초 교사 1주기, 교육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의 98.7%, 시민의 83.6%는 서이초 사건 수사 종결 결과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앞서 지난해 서이초 사망 교사는 순직은 인정됐으나 경찰 수사 결과는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경찰 측은 일각에서 주장한 학부모의 지속적인 괴롭힘이나 폭언·폭행, 협박 등의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사노조 박근병 위원장은 “경찰의 ‘범죄혐의 없음’ 수사 종결은 가해자들에게 형사적 면책은 물론 도덕적 면죄부까지 줘 사건 재발의 가능성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서이초 사건으로 인해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반면, 교사(93.6%)와 시민(74.2%) 모두 교권이 보호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1년간 교권 5법이 제정되는 등 정치권과 교육 당국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 여전히 대다수의 일선 교사들(77.4%)은 현장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법 개정 이후에도 교사의 56.2%가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교사들은 교직 수행 중 가장 어려운 것으로 ‘학부모와의 관계’를 70.1%로 가장 많이 꼽았다. 교육활동 중 고 서이초 교사와 유사한 상황을 겪은 적 있는 서울 지역의 교사도 78.6%에 달했다. 

교사들은 이 같은 사태의 해결점으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한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처벌법 개정’(58.7%)이 가장 시급하다고 여겼다. 그다음으로는 수업 방해 학생 일시 분리를 위한 별도 공간 마련 및 담당 인력 지원’(38%), ‘교권보호를 위한 예산 확충’(27%), ‘교권 침해 피해 교사에 대한 원스톱 지원’(25.4%)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시민 83.8%, 교사 96.1%는 상시적으로 교사의 학교 관련 직무 스트레스 및 소진을 측정하고 개선하는 관리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시민과 교사들 모두 교육 현장이 법률 싸움의 장이 돼서는 안 된다”며 “법적 분쟁은 교사들을 여전히 위축시키고 있으며 이는 인성교육 또는 민주시민 교육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이에 이들 단체는 정치권과 교육 당국에 악의적인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한 법령 개정과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해 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