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편견지사⑥] “남자가 무슨 꽃을…” 성별 넘어 예술기업가 되고픈 ‘플로리스트’

플로리스트, 여성 직업·자영업 형태 인식 강해 섬세하지 않다?…남성은 힘쓰는 노동에만 치중돼 가족·지인 편견 이어 고객이 신뢰 못하는 설움 겪어 “남성 증가 업계 발전 도움돼…성평등 이끌 수도” “화훼, 단순 취미 아닌 기술로 인정돼야” 한 목소리

2024-09-04     박효령 기자

한 부자(父子)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버지는 사망하고, 아들은 중상을 입고 응급실로 이송됐다. 응급실에 도착한 의사가 아들을 보고 “난 수술 못합니다. 이 소년은 내 아들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글을 읽고 의아함을 느꼈다면 의사는 당연히 ‘남자’일 것이라는 고정된 편견 하에 일종의 편향적 사고를 행한 것이다. 사실 이 의사는 ‘여성’이자 ‘아이의 어머니’였다. 이처럼 특정한 직업, 인종, 성별 등에 대한 고정된 기대나 선입견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제한하는 사고의 오류를 ‘마인드버그’라고 말한다.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고들 말하지만, 실제 일터에서는 금남금녀의 벽과 임금 차별, 성차별로 가득차 있다. 실제 <투데이신문>이 현장에서 만난 보육교사, 간호사, CEO, 메이크업 아티스트, 대리운전 기사, 플로리스트, 자동차 정비사, 소방관 등은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과 편향적인 관점을 지적했다. 

이에 연재 기획 [남녀편견지사]를 통해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직업을 택한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더 나아가 성평등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관련 전문가들의 제언을 담아냈다.

플로리스트 허정목씨가 꽃을 다듬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왕보경 기자】 졸업식, 시상식, 기념일 등 인생의 특별한 순간마다 항상 꽃이 빠지지 않는다. 이처럼 꽃은 감동과 행복을 전하는 대표적인 선물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언제나 함께한다.

이러한 꽃의 중요성에 더해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화훼 소비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제 꽃을 다루는 ‘화훼’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새로운 예술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꽃을 다루는 전문 직업인 ‘플로리스트’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1995년으로, 도입 이후 이들의 활동 범위는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창의적인 예술적 감각을 꽃을 통해 표현하며 플라워 샵, 호텔, 백화점, 연회장 등 다양한 공간에서 활약,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꽃의 활용 영역은 점점 확대되고 수요는 늘어가고 있는 반면,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플로리스트는 여성의 직업이라는 편견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행복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마음은 성별이 무관함에도 남성의 진입문은 어느 나라보다 좁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화훼를 직업으로 삼는 남성 플로리스트에 대한 낯선 시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성별이 아닌 개인의 재능과 능력으로 직업을 바라보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플로리스트 허정목씨가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쏟아지는 반대에도 꿈을 향해 달려가다

9년차 플로리스트 허정목(35)씨도 더 이상 성별에 따른 편견이 아닌, 재능과 실력으로 자신을 평가받고 싶다고 강조한다. 오랜 시간 동안 꽃을 다뤄왔고, 이제는 어엿한 한 꽃 가게의 대표지만, 그 역시 남성 플로리스트라는 이유로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경험해야 했다.

원래 광고 기획자로 일하던 허씨는 우연한 기회에 꽃을 활용한 광고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꽃길’에 들어섰다. 직접 꽃을 다루고 연출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아름답고 보기 좋게만 느껴졌던 꽃이 누군가에게 행복과 웃음을 주는 역할까지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그가 항상 꿈꿔왔던 직업관과 일치했다. 그때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당시 함께 일했던 플로리스트의 적극적인 권유로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

잘 해오던 광고 기획 일을 당장 그만둘 수 없던 허씨는 틈틈이 원데이 클래스, 특강 등을 들으며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 적성과 성향에 잘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화훼 작업은 새로운 도전이자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마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허씨가 생각했던 것보다 플로리스트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가장 먼저 마주한 벽은 가족의 반대와 주변의 낯선 시선이었다. 꽃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는 세상의 시린 편견을 부수기에 역부족이었다. 

그의 부모님은 허씨가 광고 기획자의 길을 계속 걸었으면 했다. 그에게는 진정으로 원하는 직업으로의 전환이었지만, 부모님은 이를 ‘구직 포기’라고 단정했다. 특히 당시에는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이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을 때다 보니, 부모님은 허씨의 직업을 탐탁치 않아 했다. 더 나아가 남자로서 가정을 꾸려야 하는데 꽃집으로는 그럴 수 없을 것이라며 거세게 반대했다.

주변 친구들 역시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에, 허씨의 결정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답답해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이런 반응에 섭섭해할 여유도, 상처받을 시간도 없었다. 오히려 편견을 깨고 당당히 인정받기 위해 광고 기획자 일까지 그만두고 더욱 꽃에 빠져들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습하고 공부해 결국 플로리스트로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

허씨는 “지금은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성별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허물며 저를 응원해주기도 한다”며 “그렇지만 아직도 가족들은 걱정이 많아 계속해서 제 일이 무엇인지, 수익은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열심히 가게를 이끌어나가고 있는지 계속해서 알려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플로리스트 허정목씨가 운영 중인 가게. ⓒ투데이신문

“믿지 못한다”…차갑다 못해 시린 손님들의 시선

가족의 반대를 이겨내고 플로리스트가 됐지만, 이보다 더 큰 시련이 허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관련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곧바로 플로리스트로의 사회 경험을 시작했다. 당시 대규모 꽃 제작 회사에서 취업하게 됐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설레였다. 하지만 회사에서 맞닥뜨린 현실은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허씨는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꽃을 만질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대신 그는 물건을 옮기거나 육체적인 노동을 맡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플로리스트로서 꽃을 다루지 못한다는 것은 그에게 큰 자괴감을 안겨줬다. 더욱이 여성 직원들에 비해 기회가 적다는 생각에 초조함까지 느꼈다. 매일 반복되는 육체적인 일상은 마치 쳇바퀴를 도는 듯했고, 허씨는 마음껏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자신의 가게를 차리는 꿈을 키워갔다. 결국 그는 1년 반 만에 독립을 결심했다. 

하지만 허씨의 고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퇴사하자마자 자신의 꽃 가게를 차렸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장벽은 남성이 플로리스트라는 사실을 믿지 않거나 부정하는 손님들의 편견이었다. 손님들은 마치 눈빛으로 “남성 직원 말고 여성 직원을 불러달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성별이 남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만의 평가대에도 여러 차례 오르내렸다.

특히 같은 성별인 남성 손님들조차 허씨의 작업물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의심하는 태도를 보인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이러한 시선들은 허씨에게 큰 혼란과 회의감을 불러일으켰다. 손님들의 낯선 반응에 당황하고 난처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허 씨는 점점 마음을 다잡았다. 성별이 아닌 작품과 실력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편견들에 적응해 나갔고, 차츰 시린 편견에 의연하게 넘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투데이신문>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남성 플로리스트에 대한 인식 실태에 대해 취재한 결과를 담은 주요 키워드표.


실력은 성별차 없지만…아직도 남성보단 ‘여성’ 선호

허씨는 남성이 플로리스트로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왔다. 그렇다면 실제 우리 사회는 그와 같은 남성 플로리스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투데이신문〉은 남성 플로리스트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일반 시민 및 관련 업계 종사자 등 18명을 대상으로 취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평소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떠올렸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냐는 질문에 취재원들은 ‘섬세함’, ‘화려함’, ‘여성스러움’, ‘곱다’, ‘차분하다’ 등의 단어를 언급했다. 이는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이 여전히 전통적인 성 역할에 따른 고정관념과 깊이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남성 플로리스트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취재원 중 55.5%(10명)만이 긍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주요 답변으로는 ‘섬세하고 감수성이 풍부할 것 같다’, ‘일반적인 남성보다 감각적일 거 같다’, ‘식물과 꽃을 잘 다루는 전문가 이미지’ 등이 있었다.  반면 ‘생소하다’, ‘꽃의 배치, 색감 등에 대해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직관성이 떨어질 거 같다’, ‘신뢰가 가지 않을 것 같다’ 등의 평가로 남성 플로리스트를 정의하는 답변도 나왔다. 

여성이 아닌 남성 플로리스트에게 꽃 제작을 맡기겠냐는 질문에 응답자 38.8%(7명)는 부정적으로 답변했다. 이들은 ‘여성이 더 취향을 정확히 알고 있을 것 같다’, ‘여성이 흔하기 때문에 심도 있게 알아보지 않으면 여성 플로리스트로 고르게 될 것 같다’, ‘여성 플로리스트가 더 섬세할 것 같다’는 이유로 남성 플로리스트가 아닌 여성 플로리스트를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일부 응답자는 ‘꽃 디자인, 색감 등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가 여성이 더 높다고 생각해 남성 플로리스트보다 여성 플로리스트가 좀 더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 외에 ‘여성이든 남성이든 상관없이 실력이 좋은 사람한테 맡길 것’, ‘리뷰나 평점을 비교해 잘하는 플로리스트에게 꽃 제작을 요청하겠다’며 성별을 떠나 실력으로 플로리스트에게 꽃 제작 의뢰를 맡기고 싶다고 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이처럼 취재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는 남성 플로리스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으며, 직업에 대한 이해도도 전반적으로 낮았다. 많은 이들이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여전히 여성에게 더 적합하다고 여기고, 남성 플로리스트에 대한 신뢰를 쉽게 주지 않는 양상이 남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남성 플로리스트들이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실력으로 인정받기까지 여전히 큰 도전과 장벽을 마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허씨가 만든 꽃 작품. [사진제공=본인]

여성의 직업이라는 편견...생계 부양의 책임도

이 같은 편견은 실제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허씨뿐만 아니라 또 다른 남성 플로리스트들도 역시 성별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적인 시선과 대우를 받는 것은 물론, 가정의 생계 부양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5년 경력을 지닌 꽃예술중앙회 오면 회장은 “아직까지도 남성 플로리스트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는데, 이는 일반 시민들이 플로리스트라는 직업과 화훼 산업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쉽게 업계 대다수인 여성이 일하는 ‘일반 꽃집’을 떠올리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더욱이 플로리스트에 대해 흔히 여성스럽거나, 여성의 직업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허씨에 대해 섬세하고 여린 감성을 가졌다고 지레 판단하거나 일부는 성소수자가 아니냐고 오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플로리스트의 현실은 화려하고 우아하게 보이는 이미지와도 크게 다르다. 그 이면에는 고된 육체적 노동이 자리하고 있다.  플로리스트의 업무는 당순히 장식과 디자인이에만 그치지 않는다. 품질 좋은 꽃을 구매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화훼 시장을 돌아다니며 무거운 꽃을 옮겨야 하고, 이벤트가 있을 땐 각종 설치와 수리도 척척 해내야 한다. 더욱이 작품 제작을 앞서 폭넓은 원예 지식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오랜 훈련 기간도 요구된다.

예술기업가로서의 플로리스트에 관한 탐색적 연구(2020)에 따르면 플로리스트라는 단어는 우아하고 예쁜 직업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화훼뿐만 아니라 화기, 화분, 관련 자재를 옮기는 일이 많아 체력이 많이 필요한 직업으로 분석됐다.

오 회장은 “꽃은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유통 과정을 거쳐 상품으로 만들기까지 많은 힘이 필요하다”며 “과거에는 디자인 작업에만 치중했다면 현재 플로리스트들은 공간 연출과 설치 작업도 함께 진행해야 하는데 이때 무거운 도구 및 공구, 장비 등을 옮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씨도 “플로리스트들은 새벽부터 움직여야 하는 만큼 부지런해야 하고 그에 뒷받침되는 체력이 필수”라며 “혼자 가게를 운영할 때에는 새벽부터 꽃 시장에 나가서 물건을 떼오고, 이후 꽃 정리부터 꽃 제작, 손님 대응, 가게 관리까지 모두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편견에 이어 남성 플로리스트를 괴롭히는 것은 ‘생계 부양’의 부담이다.

15년 차 플로리스트인 조셉플라워 김시원 대표는 “화훼를 두고 일각에서는 여성들이 하는 부업이나 꽃꽂이 등의 취미 생활정도로만 봐 이를 직업으로 삼는다고 하면 ‘얼마나 벌겠냐’, ‘가정을 책임질 수 있냐’ 등의 말을 듣는 남성 플로리스트들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여전히 남성 플로리스트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고, 기업에서 고용하는 플로리스트의 수도 매우 적어 대부분의 플로리스트들은 자영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정의 생계유지를 마치 남성의 의무처럼 여겨 관련 고충이 크다”고 증언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아름다움 앞에서는 성별이 중요하지 않다

이렇듯 남성 플로리스트를 향한 오해와 편견이 사회 전반에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최근 생활 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화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남성 플로리스트들은 다양한 고객들의 미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화훼업계의 인력 확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더 나아가 직업에 대한 성 역할 고정관념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은 단순히 예술적 감각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체력적, 정신적 에너지를 요구한다. 남성 플로리스트는 이러한 체력적인 장점을 바탕으로, 기존과는 다른 독창적인 시각을 꽃 디자인에 담아낼 수 있다.

오 회장은 “남성의 체력적 특성을 활용해 대형 작업을 더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으며, 남성의 시각에서 나오는 새로운 디자인이 화훼업계에 신선함을 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2년 화훼재배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화훼 판매액은 5651억원으로 전년 대비 5.0%(269억원) 증가했다. 이를 두고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 점차적인 경기 회복과 축제·박람회 등 지방자치단체의 화훼소비촉진 사업 추진 등으로 수요가 증가해 전반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봤다. 이처럼 화훼는 이제 선물을 넘어서 인테리어와 행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규모가 크고 다양한 작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남성 플로리스트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남성 플로리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성별이 아닌 전문 기술을 가진 ‘디자이너’로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이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분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남성 플로리스트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와 육성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고객들이 제 작품을 보고 여성이 만들었다고 오해한 적이 종종 있었다”며 “플로리스트는 성별에 상관없이 개개인의 디자인과 감각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대표는 “한국에서는 플로리스트 대부분이 자영업 형태로 일하고 있어, 직장인처럼 커리어를 쌓아갈 기회가 부족하다”며 “영국이나 일본처럼 기업과 호텔에서 플로리스트를 전문 디자이너로 고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규직 형태로 플로리스트가 고용되고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준다면, 남성 플로리스트의 유입이 증가하고 화훼산업의 발전도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다른 국가의 교육-취업 과정을 살펴보면 더욱 그 필요성이 대두된다. 한국, 독일, 미국의 화훼장식 교육운영체제 분석을 통한 교육모델 구축(2011)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오랜 시간 동안 화훼장식을 단순히 여성들의 취미와 관련된 것으로만 바라봤으며, 기존의 교육기관에서는 실습위주의 상업적인 내용에만 치중해 왔다. 하지만 화훼장식이 점차 전문직으로 자리잡으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화훼산업의 한 분야로 발전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교육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의 경우, 직업학교와 산업체와의 협력 하에 이뤄지는 이원화 시스템을 통해 이론과 실무가 연계된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협회인 AIFD(American Institute of Floral Designers) 내의 교육과정을 통해 전국적으로 통일성 있는 화훼장식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화훼강국의 교육 및 취업 체계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정비하고 전문교육과 사회성과의 연계를 통해 효율적인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선다면 남성 플로리스트들의 유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허씨가 운영하는 가게 내부 모습. ⓒ투데이신문

남성들에게 마치 불모지 같았던 화훼업계는 이제 남성 플로리스트들의 도전과 용기로 점차 평등하고 전문적인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많은 남성 플로리스트들이 종횡무진 활약하며 직업의 성 역할 고정과념을 깨부수고 있다. 이들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편견에 맞섰지만, 실력으로 그 한계를 극복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그 결과, 세상은 과거보다 더 다양한 시각을 받아들이게 됐고, 화훼업계도 다채로움을 누리게 됐다.

앞으로는 성별을 넘어, 플로리스트를 꽃을 통해 예술을 펼치고 기업을 운영하는 ‘예술기업가’로 인식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나아가, 누구나 ‘꽃길’을 걸을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제 인생에 있어 꽃은 정말 큰 존재고, 큰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뭐랄까 ‘천직’ 같아요. 아직은 제가 남성이기 때문에 따라오는 편견, 고정관념이 남아있지만 앞으로 꽃 문화가 더 많이 발전을 한다면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고 믿어요. 플로리스트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열심히 노력해서 얻고, 유지하는 직업이지 특정 성별에게만 어울리는 직업이 아니니까요.” (플로리스트 허정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