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딥페이크 범죄’ 증가에도 성교육 미흡…“시대 변화 반영해야”
현행 성교육 제각각…“목적·내용 불명확” AI 이용률 높지만 표준안 9년째 개정 無 ‘관련 교육 진행·플랫폼기업 책무 강화’ 촉구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최근 딥페이크 성 착취물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가해자 다수가 10대인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은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고 있어 이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행 교육기본법 및 교육부 지침에는 전국 초·중·고등학교는 연간 15시간의 성교육을 진행할 것을 명시돼 있다. 학교 중 초등학교는 성폭력, 가정폭력 예방 교육이 각각 1시간씩 총 2시간,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성매매 예방 교육까지 총 3시간이 의무다.
하지만 실효성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성교육은 표준화된 지침 이 별도로 없어 시도교육청이 교육 내용과 형식을 각각 관활하고 더 좁게는 학교장 재량으로 학교 사정을 고려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이 교사들이 성교육에 참고 및 활용할 수 있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를 제작해 배포하고는 있지만 그마저도 지난 2015년 이후 개편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이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 것은 물론 시간 채우기에 급급한 형식적인 강의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3월 진행한 ‘학교 성평등교육에 대한 교사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성평등교육, 성교육, 폭력예방교육 등 중복되고 체계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성평등 실천 의지 없이 기계적이고 형식적으로 학교 성평등 관련 업무 담당교사를 지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외에도 성폭력을 비롯해 성 비위, 폭력 행위 사후에 이뤄지는 사후약방문 차원의 교육이 실질적으로 학교에서 주로 시행되고 있으며, 성교육과 폭력예방교육 등이 각각 분절적이고 난립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특히 교사 92.7%는 ‘성평등 관련 교육과정의 목적과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수업을 준비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불법합성물을 제작하는 주 도구인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교육도 미흡한 상황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청소년 디지털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까’ 보고서에서 지난해 7∼8월 전국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226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학교에서 ‘생성형 AI 기술 활용 교육’을 받은 비율은 35.7%에 그쳤다.
이는 연구진이 설문을 실시한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방지 교육 △개인정보 보호 교육 △스미싱 등 디지털 금융 사기 예방 교육 등 10가지 항목 중 7번째로 낮은 비율이다.
일상에서 생성형 AI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해당 수치보다 약 17%p가량 많은 52.1%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AI를 활용해 특정 인물의 얼굴을 영상에 합성한 딥페이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허위 조작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며 “이처럼 새로운 기술에 따른 부작용이 심해지면서 청소년의 리터러시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이 생성형 AI를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며 “관련 부처가 청소년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랫폼기업이 사회적 비판을 수용하고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푸른나무재단 김석민 선임연구원은 본보에 “플랫폼기업이 유해 콘텐츠를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투자를 강화하고 유해 콘텐츠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민관 협동 핫라인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딥페이크 등 유해 콘텐츠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유해 콘텐츠 생성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이용자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SNS, 플랫폼, AI 등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룬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다급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가칭) 학교 딥페이크 대응 긴급 전담조직(TF)’을 구성해 분야별 6개팀(7개과)으로 구성된 상황반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학교 딥페이크 관련 사안을 매주 1회 조사 △학생·교원 피해 사안처리 △학생·교원 심리지원 △학교 예방교육·인식개선 △디지털 윤리 및 책임성 강화 등 분야별로 대응할 예정이다.
아울러 디지털 기술의 올바른 활용을 위해 공익캠페인, 예방콘텐츠를 만들어 홍보해 나간다.
한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지난 8월까지 딥페이크 관련 범죄 피의자 461명 중 10대는 32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70%가 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