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서 ‘자동조정장치’ 도입 검토...시민사회 “청년연금 ‘푼돈’으로 추락할 것”
정부 ‘연금개혁 추진계획’ 자동조정장치 검토 저출생·고령화 고려해 연금 인상 조정할 방침 연금행동 “평균 연금액 약 17% 삭감될 수 있어”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정부가 연금개혁안에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이를 두고 시민사회가 국민연금 급여가 삭감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6일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2024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연금개혁 추진계획(이하 개혁안)’을 심의 및 확정했다.
이번 개혁안은 ▲보험료율 인상 ▲명목소득대체율(이하 소득대체율) 상향 조정 ▲자동조정장치 도입 검토 ▲출생연도에 따른 보험료율 차등 인상 등을 골자로 한다.
우선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한다. 복지부는 21대 국회 연금특위 및 공론화 논의 내용, 국민적 수용성 등을 고려해 보험료율을 4%p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은퇴 전 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연금제도의 소득보장 수준을 보여주는 소득대체율을 42%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
복지부는 해당 방안을 통해 현행 2056년인 기금소진 시점을 2072년까지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복지부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조정장치란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더해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을 연동해 연금액 등을 조정하는 제도다.
정부는 최근 저출생·고령화 추세와 기금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연금액에 기대여명 또는 가입자 수 증감을 연동해 연금 인상액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동·시민단체는 이 같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실질적으로 연금액 인상률을 낮추고 수령 연금액을 삭감하는 방안이라고 규탄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하 연금행동)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석열 정부 연금개혁 방안 분석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이번 연금개혁 방안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금행동은 “지난해 발간된 ‘국민연금연구원의 보고서(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 및 적용 방안)’에 따르면 정부가 도입하겠다고 밝힌 일본식 자동조정장치는 도입시 평균 소득자의 연금 수령액이 17% 감소한다는 내용이 게재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금행동에서 추계한 바에 따르면 일본식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1980년생과 1992년생의 총 연금액이 약 20%정도 삭감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결국 소득대체율 8%p 인하하는 효과를 가져와 소득대체율이 40%가 아니라 32%로 삭감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대폭적인 연금 삭감이 이뤄지는데 이는 주로 지금의 청년세대가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역시 지난 4일 성명문을 통해 “자동조정장치는 가입자 수가 축소되거나 기대여명이 연장되면 수급자의 물가상승에 따른 연금액 인상을 물가상승률 보다 적게 인상하겠다는 것”이라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선진국들의 최저연금액이 얼마고 평균연금액이 얼마인지 자료로 함께 제시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같은 날 자동조정장치 도입 관련 성명문을 발표해 “청년의 국민연금을 용돈연금보다 낮은 ‘푼돈연금’으로 추락하게 만들 것”이라며 “앞세대보다 소득대체율이 낮아 연금급여액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는 현 2030세대는 아무리 많이 내도 최소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연금액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비판했다.
청년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청년참여연대는 지난 5일 논평을 내고 “자동조정장치는 전 세대에 걸쳐 연금 급여를 삭감하는 ‘자동삭감장치'라고 명명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부모세대의 노후와 청년세대, 미래세대의 노후를 불안하게 하고 각자도생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명”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복지부는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20대부터 50대까지 출생연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할 때, 2025년에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p, 40대 0.5%p, 30대 0.33%p, 20대는 0.25%p씩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젊은 세대일수록 보험료 부담은 커지게 되는데, 소득대체율 인하에 따라 청년세대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은 크고 혜택은 적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노동·시민단체는 정부의 이 같은 방안도 세대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연대를 깨트린다는 입장이다.
연금행동은 “노인부양 문제를 세대간 연대에 기반해 해결한다는 공적연금의 기본원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안”이라며 “현재의 40대 50대가 자녀 양육에 더불어 부모에 대한 사적 부양 부담까지 하고 있는 세대라는 특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정부안은 연령별 차등 보험료율 인상을 제시해 연금제도의 세대간 연대 원칙을 훼손하는 안”이라며 “국민연금이 ‘기성세대는 보험료를 적게 내고 급여는 많이 받고 청년은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세대 갈등 제도’라고 정부가 확인시킨 셈”이라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