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2년 흘렀지만…노조 “1인근무·젠더폭력 그대로”
[현장취재] 신당역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한 시민과 노동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2주기…추모 공간·문화제 “100여개조 나 홀로 근무·불법촬영 등 성폭력 여전” 개인정보 유출된 사례도…“노동자 안전 보장돼야”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가운데,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사내 불법 촬영 사건이 발생하거나 재직자 정보가 메신저로 유출되는 등 사건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12일 신당역에서 ‘신당역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한 시민과 노동자’ 기자회견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노조는 노동 현장에서의 안전을 위한 인력과 매뉴얼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실정이라고 규탄했다. 이와 더불어 불법촬영 문제 등 사내에서 성범죄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보호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운수노조 권오훈 부위원장은 “현장은 여전히 젠더폭력과 전쟁 중”이라며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여직원 휴게실에 소형 카메라를 설피해 동료들을 불법촬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복된 사건의 원인은 공사의 탁상공론식 보여주기 대책에서 찾을 수 있다”며 “일처에서 젠더 디반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장에 기반한 대책과 현장 노조 간부들의 자발적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송민석 역무본부장은 “서울교통공사는 사건 이후 종합대책으로 2인 1조 순찰 확행, 보호장비 지급 등으로 안전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개인정보 관리 강화로 지원 보호를 제도화했다고 했다”며 “그러나 현실은 기간제 보조인력에 의지한 형식적인 2인 1조 뿐이며 동료를 대상으로 한 직장 내 성범죄는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교통공사는 262개 모든 역의 조별 근무인원이 3인으로 구성돼 휴가 등 유고가 발생해도 최소 2인 1조가 가능하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안전 인력 추가 채용 인원이 적어 환승·혼잡역에서 혼자 출동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은 물론 지난 7월 기준 2인 근무 조는 또다시 100개 조가 넘었다.
피해자의 정보도 유출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송 역무본부장은 “서울교통공사의 대책이 무색하게도 올해 초 인사발령과정에서 성희롱 가해자·피해자 명단이 포함된 개인 정보 파일이 내부 메신저를 통해 공유된 사실이 뒤늦게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며 “이는 인사발령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인사처 담당자뿐 아니라 각 본부, 사업소 직원들에게까지 거치도록 하는 작업 자체에 관행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가 관련 대책을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김태균 위원장은 “사건 이후 요란했던 정부, 서울시, 공사에 대책은 재탕 삼탕 일색이었다”며 “이들이 계속 책임만 피하려 한다면 우리 지하철 노동자들은 이대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잊지 않고 안전한 세상, 안전한 지하철을 만드는 것이 우리 지하철 노동자들의 소명이다”고 덧붙였다.
노동계에서는 젠더폭력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위원회 박은하 위원장은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해 “노동환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대책을 잘 세워 실행에 옮겼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라고 짚었다.
직장 내 젠더폭력은 심각한 상태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여성의 성희롱 경험 응답은 26.1%로 남성(19.1%)과 비교해 7%p 높았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226명 가운데 55.8%는 신고 대신 ‘참거나 모른 척했다’고 답변했으며 12.7%는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했다. 여성이 ‘회사를 그만뒀다’는 응답은 19.2%로 남성(6.3%)보다 3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위원장은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일터, 여성을 살리는 일터를 위해 법과 제도도 물론 필요하지만 젠더폭력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젠더폭력은 여성의 노동환경을 침해하는 위협이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2주기 당일인 오는 14일까지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추모 공간을 꾸린 뒤 운영한다.
이날 오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피해자를 기리는 추모문화제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