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열전⑧] 복잡한 공간 속 스마트한 길잡이 ‘허니아케이드’
[인터뷰] 허니아케이드 대표 김민균 국소 공간에서 더욱 강점…QR 기반 공간 안내 시스템 단순 길 찾기 넘어 환경 개선 비즈니스 모델까지 구축 2024 관광 액셀러레이팅·IP 나래 선정 등 성과 잇따라 향후 현대·삼성·카카오를 잇는 기업군 만드는 것이 목표 “실패 두려워하기보다 자기 성찰하는 인고의 시간 필요”
세상은 넓고 스타트업은 많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에 조사 결과, 2020년 기준 스타트업은 300만개, 매출액은 1000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스타트업 성공 사례로는 카카오, 당근마켓, 야놀자 등을 꼽을 수 있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이들이 스타트업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찾아온 경제위기로 스타트업은 혹한기를 맞고 있어 이에 따른 지원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에 발맞춰 투데이신문은 한국여성스타트업협회와 함께 [K-스타트업 열전]을 선보인다. 해당 연재를 통해 용기와 도전으로 중무장한 스타트업의 남다른 비전과 스토리를 소개하고, 스타트업 성장 파트너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생각이나 관점이 좁아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할 때 여유를 가지고 넓게 바라보라는 뜻에서 인용된다.
그러나 내가 찾는 것이 한 그루의 나무라면 접근 방식은 달라진다. 복잡한 상가 점포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었다면 구글 지도도, 내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불친절한 안내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렇게 닿을 듯 말 듯 애태우는 목적지에 쉽게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이 있다. QR 코드를 기반으로 실내 위치 추적 솔루션을 제공하고, 이용객과 집합상가단지를 연결하는 IT 스타트업 ‘허니아케이드’다.
2020년부터 시작된 허니아케이드의 여정은 당해 MVP 모델 런칭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특허 출원· 등록과 제 3자 지분투자 유치, 예비창업패키지 선정 등의 성과로 이어졌다.
이후 스마트시티 융합 얼라이언스 정회원, 신용보증기금 스텝업 준비 유치, 서울대학교 해동주니어 4기 우수기업 선정 등의 과정을 거쳐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관광공사의 2024 관광 액셀러레이팅과 2024 IP 나래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국소 공간 정보 제공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포부를 가진 허니아케이드 김민균 대표를 만나 상가 안내 플랫폼 허니아케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허니아케이드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복잡한 국소 공간을 손쉽게 안내하는 앱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복잡한 상가 건물 내에서 길을 잃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도 앱 GPS도 엉뚱한 곳을 가리키고 주변에 물을 곳도 마땅하지 않아 헤맬 때, 직관적으로 공간 안내를 도와주는 공간 안내 플랫폼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서비스에 최적화된 지도를 통해 엘리베이터, 화장실, 출입구 등 주요 시설 정보와 함께 아케이드(단지) 내 점포 리스트, 쿠폰, 유용한 정보 등을 제공한다.
-허니아케이드의 대표 사업과 현황이 궁금한데.
관광지·상가단지에서 공간 측위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길 안내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고 있다. 안내판 업체와 협업해 오프라인 상가 정보 시장의 ‘불편을 없애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지난달 초기 버전인 1.0에서 2.0으로 개선된 버전을 출시했다. UX(사용자경험)·UI(사용자환경)를 전면 수정하고 점주용 모바일 웹 서비스를 도입했다. QR 촬영 위치·방향 기반의 공간 확인 기능과 구글 리뷰 연동 등을 업그레이드했다. 허니아케이드의 서비스는 일종의 블루오션 시장으로 볼 수 있기에 앞으로의 가능성이 넓다고 본다. 실제 내년의 매출 목표는 현재 매출의 열 배 이상으로 보고 있다. 지자체 지원사업 등 다방면에서 성과를 내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표님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어땠는지.
대학 시절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취업을 위한 수많은 프로젝트와 공모전에서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들을 경험했는데, 그 과정에서 성공한 기업가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대우의 창업주 김우중 회장, ‘해 보기는 해 봤어?’라고 묻는 현대 정주영 회장, 마지막으로 ‘성공을 위하여 필요한 것 운둔근(運鈍根)’이라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까지. 이는 창업에 도전하는 근간과 평생의 신념으로 자리 잡게 됐다. 대학 졸업 후에는 중공업(Heavy Industry) 분야 대기업에 입사해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조선·선박 설계와 해외 영업 업무를 실행했는데 4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직장생활을 경험하는 동안 고민이 많았다. 해당 산업군은 ‘Heavy’라는 뜻 그대로 이 업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변화시키기에는 ‘무거운’ 분야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조금이라도 젊은 나이에 창업에 도전하고자 서른에 회사를 나오게 됐다.
-회사 설립 계기와 성장 과정을 설명해 주신다면.
해외에서 공부한 경험도 있고 군대 작전병 출신으로서 아프리카에서도 지도만 있다면 목적지를 찾아낼 거라 스스로 자신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송파구 문정동의 한 상가 건물 내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장시간 헤메고 헤매다가 ‘이곳에 길 안내 디스플레이가 있으면 좋을텐데 왜 여기엔 그런 시스템이 없을까? 그렇다면 내가 사업을 해 볼까?’라는 고민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여러 현실적인 문제를 보완하고 아이디어 고도화를 거쳐 지금의 허니아케이드를 창업했다.
-기존 상가에서 길 안내 디스플레이가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는.
아무래도 비용 문제가 가장 크다. 사람보다 큰 대형 철제 안내판의 경우 하나 제작하고 시공하는 데 소형승용차 한 대 가격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안내판은 ‘건설’의 일부라 생각되니 그렇게 비싸더라도 없는 곳이 없다. 길 안내 디스플레이는 얘기가 다르다. 터치식 디스플레이에 그것을 받치는 구조물, 전기 시공 장치, 이에 수반되는 상가 안내 프로그램 개발과 유지관리 비용 등 안내판의 몇 배는 비싸기에 일반 시장이나, 상가에서는 설치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길 찾기 시스템 구축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인지.
그렇다. 사실 그동안 공간안내에 도전한 기업은 많다. 사견이지만 그중 눈에 띄는 기업이 없는 이유 중 하나로는 과도한 구축, 즉 오버엔지니어링(Over Engineering) 문제가 있다. 오버엔지니어링은 불필요하게 복잡한 제품이나 솔루션을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시간과 비용, 재화의 비효율적인 사용으로 이어지게 된다. 모든 기술이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 공간안내는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장치를 곳곳에 설치하고 사용자의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신호 감도에 따라 위치를 추적해 표기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상가단지나 관광단지에서 수많은 전자장비 시공과 초기 설정값 입력·제어 등 높은 유지비용은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예측하지 못한 장애물이나 일정하지 않은 신호의 세기 등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완벽한 구현이 어렵다는 점도 함정이다. 이런 높은 비용을 감수할만한 공간은 대표적으로 인천공항이나 코엑스 정도로 본다.
-그렇다면 이를 위한 허니아케이드만의 해결책은 무엇인지.
물론 최신 기술은 유용하지만 아케이드 안내에 꼭 필요한 기술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콤팩트한 상가나 관광단지에 내비게이팅 기술이 구현돼 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핸드폰만 보며 걷지는 않기 때문이다. 허니아케이드는 지도 한 장에 현재 위치와 목적지만 볼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기존 wifi 액세스 포인트 대신 QR 코드 기반의 실내 위치 추적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QR 코드로 스캔을 할 때마다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안정적이면서도 효율적인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앱 또한 설치나 가입이 요구되지 않는 SaaS(인터넷 기반) 시스템으로 운영하며 사용자 편의성을 추구했다.
-브랜딩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나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이끌어가려면 첫 단추인 네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심혈을 기울여 기업 이름을 고민했었다. 그래서 기업의 정체성을 담아 쇼핑(shopping)·아케이드(arcade)·모바일(mobile)·큐알코드(QR code)의 앞글자를 조합해 작명했다. 그러나 해당 이름은 이미 모 자산관리솔루션 회사에서 상표권을 등록한 이름이어서 포기했다. 결국 지금의 허니(honey·꿀)+아케이드(arcade·단지)로 최종 결정됐다. 달콤한 꿀단지라는 뜻과 함께 벌집에 육각형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모습이 복잡한 상가를 연상시키기도 해서, 중의적 의미가 담긴 재미있고 직관적인 이름이 된 것 같다.
-허니아케이드만의 철학과 사업 경쟁력이 있다면.
아버지가 항상 하셨던 말씀이 있다. 소탐대실하지 말라는 이야기인데, 이 말이 기업의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허니아케이드는 과한 비용 책정을 지양하고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기업이다.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는 계약 이후 채 하루가 걸리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고 빠르게 설치할 수 있다. 향후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로서 시스템을 설치한 관리 주체에게 오히려 수익을 나누는 구조로 설계하고 러닝 중이다.
-회사를 운영하며 겪었던 고충이나 시행착오가 있다면.
고충이라기보다는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이다 보니 투자자와 사용자에게 사업 적합성을 설명하는 데 있어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있다. 배경 설명 없이 이미 있는 서비스가 아닌지, 이 시스템이 왜 필요한지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허니아케이드의 서비스와 비전을 즉각 설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길 찾기 서비스로 시작하지만 향후 안내판 생태계에서 파생되는 비즈니스로 아케이드 내 커뮤니티 등 여러 가지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이 있다. 4년 동안 기술개발과 서비스 제작을 완료해 본격적인 성장을 앞두고 있는 만큼 ‘공간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모토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홍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스타트업으로서 제공 받은 투자나 정책사업이 있는지.
허니아케이드는 위치 정보에 기반한 상가 안내 시스템 등록 특허와 지식재산권 총 4건을 보유하고 있고 스마트시티 융합 얼라이언스 정회원, 벤처 확인 기업,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해동주니어 4기 등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서울특별시 송파구청장 지역경제 활성화 공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스마트국토엑스포 전시회 참가, 신용보증기금 스텝업 준비기업 선정,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됐다. 올해는 2024 관광엑셀러레이팅, 2024 IP 나래에도 선정됐다.
-향후 사업 확장이나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지.
목표를 확장해 현대나 삼성, 카카오를 잇는 기업군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이를 위해 당장의 매출이나 이익이 아니라 단단한 뿌리를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한 방에 치고 올라가는 ‘게임체인저’가 목표다. 사실 길 찾기 서비스는 불편함이 해소되면, 즉 목적지에 도착하면 휘발된다. 현재는 안내판 시스템 중심이지만 후속 프로젝트로는 한정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모색하고 있다. 이용자 참여를 유도하는 커뮤니티 조성부터 상가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포인트 제도 등이다. 도시미관과 환경 개선 등에도 관심이 있다. 일본이나 싱가폴, 미국, 유럽 등 복잡한 상가단지가 있는 곳들이 무수한 만큼 향후 해외 아케이드 서비스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예비 스타트업 창업자를 위한 조언 부탁드린다.
나 역시 대다수 창업자들처럼 정부 지원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업에서 탈락할 때마다 결과 통보 메일을 보면 힘이 빠졌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누군가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사업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 다른 사람의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찰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결국 내 사업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서는 소위 말해 ‘답답하거나 쪽팔린’ 상황을 견뎌야 한다. 매 순간 일희일비해서는 미래를 보는 비즈니스가 빛을 보기 힘들다. 좋은 아이디어를 기본으로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버틴다면 반드시 누구에게나 기회는 온다고 생각한다.
Mentor Coaching(한국여성스타트업협회 임은정 협회장)
창업(創業)에는 ‘다치다, 위태롭다’라는 숨은 뜻이 있다. 선조들 또한 창업이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하물며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를 알리는 일은, 투자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종의 ‘관문’으로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허니 아케이드는 그 길을 하루하루 차근히 걷고 있다. 다만 창업의 관점에서 봤을 때, 허니아케이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는 필요해 보인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향후 캐쉬카우(cashcow·현금창출원)와 부가적인 수익 창출은 어떻게 가지고 가야 할지 등에 대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대표자는 기본적으로 단기적인 급성장보다 장기전을 바라보는 등 긍정적인 비즈니스 태도와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허니아케이드는 한 걸음씩 이루고자 하는 방향으로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 또한 복잡한 상가를 헤맸던 기억이 있다. 그 안에서 길을 헤매일 때의 그 마음은 경험했던 사람들은 다들 알 것이다. 이런 문제를 넘어 ‘공간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모토가 실현될 수 있는 날을 그리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