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회복’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합병 실익 재검토해야”

아시아나항공 실적 개선, 지난해 매출 역대 최대 화물사업 분리 매각 손실‧고용불안 등 ‘우려’ “조원태 회장 경영권 방어 외에 긍정적 효과 있나”

2024-09-24     양우혁 기자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실익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조원태 회장의 국정감사 소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반등하면서 기업결합 명분이 사라진 한편, 화물 매각 손실‧구조조정 우려 등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 외에는 긍정적 효과가 없다는 지적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실익을 재검토하는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24일 정무위원회 소속 한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해당 상임위 국정감사 증인 신청 명단에 포함돼 최종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국감이 내달 7일부터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달 중에는 증인 채택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조국혁신당 신장식, 진보당 윤종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지난달 28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양대 항공사 합병을 철회하고, 기간산업에 대한 공적책임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엔데믹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개선됨에 따라 직접 경영난을 극복할 여지가 생긴데다, 슬롯 반환·화물사업부 분리 매각 등으로 인한 손실과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등이 문제로 지목된 것이다. 

실제 대한항공과의 합병안이 제시된 지난 2020년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은 3조55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급감했으며 영업손실 703억원, 당기순손실 2648억원을 기록,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당시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가 불확실하다고 판단, 대한항공과 통합 계획을 발표하며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예상과 달리 팬데믹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황이 개선돼면서 대한항공과의 합병에 대한 실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의 2023년 매출은 6조53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007억원으로 같은 기간 45% 감소했지만 이는 사업량 회복에 따른 가동률 증가 영향으로 운항비용, 연료유류비 및 외주 수리비 등이 늘어난 탓이다. 경영 상황 자체는 국제선 공급 및 수요 증가에 따른 여객 수입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서울대학교 박상인 행정대학원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가 호전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슬롯과 화물사업부까지 포기하면서 합병을 진행하는 게 실익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코로나 이후 회복 추세는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며 “전문 경영인을 통한 회생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산업은행이 부채 일부를 출자전환 해주고 이자율을 좀 낮춰준다면 재무 상황이 굉장히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알짜사업인 화물 부문 사업 매각도 문제로 지목됐다. 회사의 경영이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알짜사업까지 포기하면서 매각을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27%로 국제여객 57% 다음으로 높았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 관계자는 “합병의 효과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비중이 큰 화물사업을 매각하고 슬롯을 양보하게 되면 이번 합병은 1 더하기 1이 2가 되는 형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용불안 역시 주요하게 제기되는 논란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합병 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장거리 노선 감소와 중복 업무 방지를 위해 조직개편이나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천완석 사무국장은 “양대 항공사가 합쳐지면서 중복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자리 감소나 고용불안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며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을 이해는 하지만 이른바 풀서비스캐리어(FSC)라고 불리는 두 항공사가 합병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왼쪽)와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사진출처=뉴시스/한진그룹]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이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강화 측면에서만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추진과정에서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하며 우호지분으로 등장한 산업은행이 기업결합이 실패해 지분 매각에 나서면 다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산업은행이 한진칼과 투자계약을 맺은 2020년,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연합은 40.4% 지분을 기반으로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었다. 당시 조 회장은 산업은행의 10.66% 지분 매입으로 47.33%를 확보해 경영권을 지킬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경영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합병 계약이 합리적인지 의심스럽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이번 합병이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제외한 긍정적 효과가 있는지 계약 내용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 기업결합과 관련한 정치권 및 노동계의 우려에 대해 대한항공 측 답변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회신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