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경험 학생 11년 만에 최고…사이버·언어·성폭력 증가

2024-09-25     박효령 기자
지난 7월 24일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 본부에서 열린  ‘2024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재단 관계자 등이 착석해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올해 학교폭력을 피해를 입은 초·중·고등학생이 4년 연속 늘며 11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신체폭력은 줄어든 반면 언어·사이버·성폭력은 늘어났다.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이 시행한 올해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 결과와 지난해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표본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전수조사는 지난 4월 15일부터 5월 14일까지 초4~고3 재학생 전체 398만명, 표본조사는 지난해 9월 18일부터 10월 17일까지 초4~고2 재학생 중 4%(약 19만명)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이번 1차 전수조사 피해응답률은 2.1%로 지난해 보다 0.2%p 올랐다. 이는 2013년(2.2%)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때인 2020년 0.9% 이후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피해응답률은 나이가 어릴수록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초등학생이 4.2%, 중학생 1.6%, 고등학생 0.5%로, 1년 전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0.3%p, 고등학생은 0.1%p 상승했다. 초등학생은 4년 연속,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3년 연속 증가했다.

초등학생은 2013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피해응답률을 보였다. 중학생은 2013년(2.4%) 이후 11년 만에, 고등학생은 2014년(0.6%)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피해유형 가운데 가장 높은 응답을 보인 언어폭력은 39.4%로 전년에 비해 2.3%p 늘었다. 신체폭력의 비중은 지난해 17.3%에서 15.5%로 떨어졌다.

사이버폭력은 6.9%에서 7.4%로, 성폭력은 5.2%에서 5.9%로 늘었다. 특히 고등학생의 사이버폭력 피해응답률은 초등학생(6.3%), 중학생(9.2%)에 비해 높은 10.4%로 집계됐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효과적 예방교육 방법으로는 ‘공감, 의사소통, 감정조절 등의 교육 프로그램이나 활동’이 26.6%로 가장 많이 꼽혔다. 뒤이어 ‘학생 참여(캠페인, 동아리 등) 활동’(25.4%), ‘방송·비디오·동영상 시청’(22.3%) 등의 순이다.

예방활동으로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처 방법 교육’(27.8%), ‘학교 폐쇄 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20.9%), ‘인성교육, 스포츠·문화예술활동 등 다양한 체험활동(18.8%) 등이었다.

피해응답률 증가에 대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성윤숙 선임연구위원은 “학교폭력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일상생활 속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하고 관계 회복에 주력할 수 있는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 동안 학교폭력 예방교육 실시가 어려웠던 만큼 이로 인한 누적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예방교육이 설계돼야 한다”며 “참여형 예방교육, 의사소통·감정 조절 방법 교육, 인성·체육·예술 활동 등을 강화해 학생들이 상호작용 과정에서 사회성과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4월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추진을 위한 법령 정비를 올해 2월까지 완료하고 이번 1학기부터 ‘학교폭력 제로센터’ 설치, 학교문화 책임 규약 전국 보급 등 후속 과제를 진행 중에 있다.

앞으로는 종합대책의 성과와 보완 사항을 면밀히 살펴 내년 상반기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교육부 고영종 책임교육정책실장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학교폭력을 방관하기보다 학교폭력 예방에 함께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종합대책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점검하고 다변화되는 학교폭력 양상에 대한 맞춤형 대응이 가능하도록 제5차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