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 성차별 조직문화 ‘D등급’...임신·출산·육아휴직 최하점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사장이 주말에 같이 여행을 가자는 말을 수차례 하고 몸매를 칭찬하거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 “협력업체 직원인데 대기업 관리자가 저를 부를 때 손가락질을 하고 아줌마라고 부릅니다. 험상궂은 얼굴로 반말을 하거나 화를 내기도 합니다.” (지난 5월 직장갑질119 제보 中)
14일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지난달 2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성차별 조직문화지수’가 100점 만점에 66점으로 D등급에 그쳤다.
이는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한 결과로, 성차별 조직문화지수는 입사에서 퇴사까지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주요 성차별 상황을 20개 문항으로 만들어 동의하는 정도를 5점 척도로 수치화한 지표다.
설문조사 결과 ▲주요 직책(55.3점) ▲모성(56.1점) ▲노동조건(57점) ▲채용(57.3점) ▲승진(58.2점) 등 지표는 F등급을 기록해 다른 분야에 비해 성차별이 만연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A씨는 “여성 지원자의 이력서가 들어왔는데 남자 팀장이 ‘육아휴직을 쓰면 피곤하지 뽑지 말자’고 말했다”면서 “육아휴직 복직자인 제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데 죄인이 된 것처럼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원치 않는 상대와 사귀라고 하거나 소문을 내는 행위인 ‘짝짓기’와 같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지표조차 C등급(73.3점)을 기록하는 등 상대적으로 성차별 조직문화지수가 높은 상위지표도 상위 등급에 배정되지 못했다.
성차별 조직문화지수가 높은 상위 지표는 ▲짝짓기(73.3점) ▲성희롱(73.2점) ▲구애(72.4점) ▲성희롱(72.3점) ▲해고(72.1점) 순이었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호칭별 지표 점수는 비정규직(67.3점, 정규직 대비 4.9점↓)과 비사무직(64.7점, 사무직 대비 5.7점↓)이 정규직, 사무직보다 낮았다.
여성의 경우 ▲모성(52.9점, 남성 대비 6점↓) ▲승진(55.3점, 남성 대비 5.3점↓) 등의 항목이 남성보다 5점 이상 점수가 낮았다.
직장갑질 119 측 관계자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대체로 고용형태, 성별, 직업 등의 응답자 특성은 성차별 조직문화지수 응답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며 “이는 성차별적 문화가 일터 전반에 고착됐음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희롱, 성추행이 발생해서는 안 되는 것은 당연하고, 특정 성별을 선호해 채용하는 것, 육아휴직 사용을 못 하게 하는 것 역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며 “성차별 조직문화지수가 D등급을 기록했다는 것은 성차별과 젠더폭력을 시정하기 위해 마련한 각종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