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현주소] 김정은, 공포정치로 1인 독재체제 기반다지기

“외관상 권력 승계 완료...실상은 불안정성 증대”

2013-12-07     장승균 기자
 

【투데이신문 장승균 기자】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불안하고 수상하다. 북한의 2인자인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 가능성이 농후한 가운데 그의 매형·조카가 강제 소환되고, 또 올해 들어 40여명이 공개처형 되는 등 ‘김정은 1인 독재체재’를 공고히 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공포정치를 펼치고 있는 북한 내부가 불안과 공포로 술렁이고 있다.

또 오는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2주기를 맞은 북한은 대남 도발 능력을 강화하고 핵물질 생산 능력을 증대시키는 등 대외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하려 하지만, 실제로는 내부적으로 균열과 부작용이 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대와 차별화되는 '김정은 리더십' 부각을 위해 각종 우상화물과 전시성 건설 사업에 5억 달러의 재원을 집중 투입하고, 특권 계층에만 지원을 집중하는 등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최근 북한 동향은 지난 6일 국가정보원 남재준 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고한 내용에서 잘 알 수 있다.

장성택 실각 ...‘이권다툼·금전비리’가 원인
매형·조카 강제소환설 사실...망명설 확인 안돼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나온 정보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 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브리핑에 따르면,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북한 2인자) 장성택이 실각한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그 증거로 주위와 경고가 필요한 제한된 인원을 모아놓은 상태에서 (장성택의 최측근인) 리용하(제1부부장)과 장수길(행정부 부부장)을 공개처형했다"고 밝혔다.

장성택 실각설의 원인과 관련해 남 원장은 "장성택이 김정은 비자금도 관리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권 다툼이 있거나 당 행정부가 월권을 했거나 보위부가 비리를 적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금전 문제는 외화 횡령"이라고 설명했다.

(장성택의) 매형인 전영진 쿠바 주재 북한 대사와 조카 장용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의 북한 강제소환설과 관련해서는 “사실로 확인됐다”면서 장성택 최측근 망명 요청설과 관련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보고했다. 또 “최근 북한이 40여명을 공개 처형했다"고 밝혔다.

남 원장은 장성택 실각설의 여파에 대해 "김정은을 맹종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장악력을 확대해갈 가능성이 크고 최룡해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래서 간부들을 중심으로 충성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과의 파이프 역할을 하고, 남북대화, 대미협상 등을 주도해온 장성택의 실각 가능성은북한의 외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 원장은 장성택이 오는 17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를 맞아 모습을 보일 가능성에 대해 “그런 전례가 있었다.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다”며 “추도식 참석이 우리 측을 교란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을 수도 있고, 친인척이므로 자연스럽게 나올 수도 있어서 실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도식에 나왔다고 실각을 하지 않고 안 나왔다고 실각을 했다는 것은 아니다. 관계없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1인 체제 강화’ 행보...40여명 ‘본보기식’ 공개처형
대남 군사도발 능력 강화 & 新파워 그룹 4·50대 참모 발탁

북한은 또 김정은 1인 독재체제 강화를 위해 최근 ‘본보기식’ 공개처형을 대폭 확대하는 등 공포정치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김정은이 경제관리 개혁을 확대하고, 경제자유구역을 확대해 외자를 유치하려 하지만 대북제재 등으로 별다른 성과가 없자 공포 통치로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는 속셈이라는 해석이다.

남 원장은 "북한이 공포정치에 있어서 공개처형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작년 17명을 공개처형 한데 비해 올해는 40여명에 이르고 있다"며 "본보기식 처형으로, 내부불만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또 김정은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대남 군사도발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남 원장은 “최근 북한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공격형 헬기 60여대를 배치시켰으며, 서북도서 북방과 전방지역에 다연장포 200문을 집중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보 당국은 다연장포 200문 가운데 서부 전선에는 주로 122mm 방사포가 집중됐고 일부는 NLL 북방으로 240mm 개량형 다연장포를 혼합 배치했다고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내 시국상황에 따라 북한은 대남 선동을 강화하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남한의) 시국상황에 고무 돼 사회혼란을 유도하기 위해 진보연대 투쟁을 선동하는 등 국내 정국교란·대남선동 공세를 노골화 하고 있다.

또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대외·대남 도발에 대해 여러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특히 핵물질 생산능력에 대한 부분을 증대하기 위해 동창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미사일 엔진 시험을 수차례 했고 핵미사일 확충에 주력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북한은 불법 녹화물을 위시한 외부 사조 유입은 체제 저항 요소로 보고 3년 내에 이를 추방하겠다고 공표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1인 독재체제 강화를 위해 40·50대의 젊은 인사를 대거 승진시켜 권력보위의 주력 세력으로 삼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정은은 세대교체 차원에서 40·50대 젊은 간부를 등용 당 부부장급 40여명, 내각 30여명, 군단장급 이상 20여명을 교체했다. 국정원은 이들 90여명이 당, 내각, 군에 새롭게 포진함으로써 충성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또 전대와 차별화되는 ‘김정은 리더십’ 부각을 위해 각종 우상화물과 전시성 건설 사업에 5억 달러의 재원을 집중 투입하고 있으며, 특권계급·계층에만 지원을 집중해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실각설 제기’ 장성택은 누구?

실각설이 제기된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정은 체제'의 '2인자'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당 부장의 남편으로 김정은 체제에서 노동당 중심의 정치 시스템 구축과 경제개혁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올해 67세인 그는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부 재학 시절부터 '팔방미인'으로 두각을 나타내 "음주·가무에 능하고 사교성이 뛰어나며 인간미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일성 주석의 딸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 결혼하면서 일약 '왕족'으로 출세한 장성택은 타고난 사교성으로 노동당 간부로 입문했을 때부터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지난 2004년에는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다가 '권력욕에 의한 분파행위'를 이유로 업무정지 처벌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2년여 만에 노동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으로 복귀한 데 이어 당 행정부장으로 임명되면서 권력의 중심에, 실질적인 2인자로 부활했다.

이후 2009년에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셋째 아들인 김정은 제1위원장의 후계자 내정을 직접 건의해 현재 김정은 체제의 산파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장성택은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 전인 10월 초부터 이미 세력을 잃기 시작했다고 다수의 대북 통신들은 말했다. 장 부위원장은 지난달 6일 평양을 방문한 일본 안토니오 이노키 참의원과 면담하고 함께 체육 경기를 관람한 뒤 모든 공개행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국정원도 지난 3일 배포한 자료에서 장 부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올 들어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 4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권다툼·월권행위·금전비리’ 연루로 실각설이 제기된 장성택을 겨냥한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세상에 배신자들처럼 더러운 자들이 없다. 나는 동상이몽하는 자들을 제일 증오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말을 인용한 장문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지난날 아무리 오랜 기간 당에 충실하였다고 하여도 오늘 어느 한순간이라도 당에 충실하지 못하면 충신이 될 수 없다"면서 당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다.

현재 '섭정왕' 행세를 하던 장성택이 모든 직위를 내놓고 지난달 18일 평양 창광산지구에 있는 자택에 연금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핵심 측근인 리룡하와 장수길이 공개처형 당하는 등 남은 '장성택의 사람들'의 앞날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장성택의 사람'들 대부분은 작년 11월 신설된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이다. 국가체육지도위 부위원장인 리영수 노동당 근로단체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우리의 경찰청장), 로두철 내각 부총리 등 3명과 위원인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리종무 체육상, 오금철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등은 장성택의 심복으로 분류된다.

장성택 최측근 망명요청설 제기
'측근 망명'이 장성택 실각 도화선?

장석택의 핵심 측근이 두 달 전 쯤 중국으로 도피해 우리 정부에 망명을 요청했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지난 6일 CBS 노컷 뉴스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장성택의 자금관리를 해온 최측근이 지난 9월말에서 10월 초 사이 중국으로 달아나 망명을 요청했지만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의 망명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현재 우리 측이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중국 측의 감시 강화로 정상적 입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극비리에 한국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측근을 일반 탈북자처럼 라오스를 경유하는 탈북 루트를 통해 한국으로 데려오려다 중국 공안에 적발돼 우리 측 요원이 한때 중국 당국에 억류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 측근은 정부 요원들 보호하에 중국 모처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 측근은 장성택 부위원장이 맡아온 노동당 행정부에서 외화벌이와 자금을 담당했으며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비자금 내역까지 알고 있는 핵심인물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측근이 갖고 있는 북한 지도부 기밀에 관심을 가진 미국도 자국으로 인도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위원장의 핵심 측근이 중국으로 도피한 것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등에서 장 부위원장 숙청작업을 벌이는 과정을 파악하고 위협을 느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편,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에서 장 부위원장 측근에 문제가 있다고 밝힌 시점이 "9월 중순쯤"이라고 밝혀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장성택 측근의 망명요청설에 대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장성택 측근 망명설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서는 확인했으나 사실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당국 또한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北, 베이징체류 주민전원 호구조사
장성택 실각과 연관 있나?

북한 당국이 지난 7일 중국에 머물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현황을 전수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장성택 실각설’과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7일 조선일보는 중앙일보 보도를 인용해 "현재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 파견돼 있는 국가안전보위부 직원들이 주축이 돼 중국에 주재하는 북한 주민들 전원을 상대로 호구조사를 하고 있다"며 "식당이나 해외지사 등 직장별, 가족별로 주재 인원수와 실제 신고한 인원이 거주하고 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해외 체류자들을 대상으로 호구조사를 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정부가 그 배경을 놓고 분석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조사가 장성택 실각설과 연관관계가 있는지 주시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 조사 작업이 최근 제기되는 '장성택 측근 망명설'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선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장성택 실각설이 알려지며 해외에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퍼지자 집안 단속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