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어로 소통하는 ‘텍스트 SNS’ 스레드…“친구처럼 대화” VS “낯설고 불편”

새로운 SNS ‘스레드’ 등장…평어로 친근한 소통 강조 사용자 반응 엇갈려…‘신선하다’·‘불쾌하다’ 의견 다양 올 7월 기준 월 이용자 382만명…인스타그램과 연동 “간결·빠르게 표현…세대 간 갈등·무관심 해소 기대”

2024-12-03     박효령 기자
[사진제공=애플 스토어 갈무리]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 다들 무슨 취미생활 가지고 있어? 나는 해외여행 다니는 거랑 뮤지컬 보는 거 좋아해. 여행 혹은 뮤지컬 이야기 할 사람. 

#. 안녕! 나는 어쩌다 보니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 몇 년째 살고 있어. 스레드에서 해외거주 ‘스친’(스레드 친구)이 많아서 그동안 구경만 했는데, 나도 이제 몰타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해. 해외일상이 궁금하다면 나랑도 ‘스친’하자! (실제 스레드(Threads) 글 일부 각색)

최근 평어(이름+반말) 형태로 대화하는 텍스트 SNS인 스레드(Threads)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기본적으로 평어를 사용하는 설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스레드는 형식적이고 딱딱한 대화를 벗어나 보다 가볍고 친근한 소통의 매력을 드러내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오늘 뭐했어?’와 같은 친근한 대화 방식은 마치 친한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고, 이에 이용자들은 신선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파격적인 소통 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평어 소통이 기본적인 예의를 무시하거나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는 말투로 오히려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특히 한국처럼 언어 속에 나이와 관계의 서열이 녹아 있는 사회에서는 이 같은 방식이 낯설거나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평어를 사용하는 어플의 등장은 단순히 가벼운 유행의 하나일까, 아니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소통 방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이 평어를 활용하는 어플에 열광하는 이유와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을 통해 현대인이 원하는 새로운 대화 방식에 대한 갈망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그 현상을 통해 사회적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텍스트 SNS의 포문을 열다

지난해 7월 5일 출시한 ‘트위터 대항마’ SNS ‘스레드(Threads)’가 최근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5일 출시한 스레드는 인스타그램과의 연동성 장점을 내세우며 국내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에서 출시한 스레드는 세상에 공개된 지 3주도 되지 않아 전 세계 다운로드 수 1억건을 돌파했다.

미국 매체 CNBC 방송에 따르면 이번 3분기 스레드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2억7500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75% 급증한 결과이며, 지난 2분기(1억7500만명)에 비해 3개월 만에 1억명이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스레드는 지난 7월 기준 앱 월 이용자 수(MAU) 382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142만명) 대비 169% 늘었다.

인스타그램 2554만명, 엑스 714만명과 비교하면 그 수는 낮지만 증가세가 무섭다. 지난해 7월 142만명에서 출시 1년 후 382만명으로 169% 상승했다.

스레드는 인스타그램과 연동해 운영됨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현재 국내 SNS 시장에서 앱 MAU 2554만명으로 1위인데,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불어날수록 스레드 이용자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이용방법은 꽤 간단하다. 최대 500자 이내의 글과 10장의 사진을 게재할 수 있다. 5분 이내 길이의 영상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인스타그램의 기존 팔로우가 그대로 연동되기 때문에 처음 가입해도 연관된 계정의 글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친근한 소통? 선 넘는 지적?…갈리는 시선

스레드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 중 하나로는 대부분의 이용자가 평어로 소통하는 독특한 방식이 꼽힌다. 사용자들은 일상 속에서 느낀 점이나 뉴스, 예술적 감상을 친구와 대화하듯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이를 나눈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출시 초기 일부 정치인들도 스레드를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한 창구로 활용하기도 했다.

특히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찾아 의견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친근한 대화에 대한 의견은 갈리고 있다. 친구들과 편하게 소통하는 것 같다며 긍정적인 의사를 드러낸 사용자도 있는 반면, 반말 사용으로 인해 오히려 불쾌했고 가끔 선을 넘는 글이 있다며 부정적인 후기를 지닌 이들도 있었다.

스레드 사용자 A(29·남성)씨는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낯설었지만 평어 문화에 적응하고 나니 평어가 가져다주는 친근함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며 “마치 친한 친구와 친근하게 소통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학적인 감명을 받을 수 있는 곳이면서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라며 “매우 좋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스레드 사용자 B(29·여성)씨는 “인스타그램과 다르게 비공개가 안돼 스스로 반말을 쓰기는 어려웠다”며 “또한 친구가 아닌 불특정 다수의 글이 너무 많이 뜨고 내용 또한 불쾌한 경우가 많았다. 평어가 전혀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만일 내가 글을 쓸 경우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이 생각하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글을 쓰기가 망설여졌다”고 설명했다.

긍정과 부정 의견을 동시에 가진 사용자도 있었다. C씨(25·여성)는 “평소 접점이 없는 의사, 배우, 작가, 감독 등과도 친근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아 보였고, 일부 상업계정들도 홍보 효과도 톡톡히 보는 점에서는 어플이 가진 장점이 있다”면서도 “다만 일부 선을 넘는 댓글들과 소위 말하는 ‘음지’ 문화로 가는 방향성이 드러나 불쾌감을 줄 때도 있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C씨 현 스레드를 양지와 음지 사이의 커뮤니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스레드를 사용하지 않는 D(30·남성)씨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많이 주고받는 것 같고 취미, 일상 등을 편하고 자유롭게 공유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자칫 의견이 갈리거나 논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과열될 수도 있을 것 같고, 높은 연령대에서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스레드 사용자들 사이에서 평어 사용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A씨는 반말 문화가 가져다주는 친근함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지목한 반면 B씨는 불특정 다수의 평어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C씨는 스레드의 새로운 소통 방식의 장점과 함께 음지 문화로 인한 부정적 요소를 동시에 가진 양면적 플랫폼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스레드 유저 viewpoint.diary의 피드 일부. [사진제공=스레드 viewpoint.diary 피드 갈무리] 
스레드 유저 writer.zzang의 피드 일부. [사진제공=스레드 writer.zzang 피드 갈무리] 

회색 빛 세상에서 진정한 ‘소통’이란

스레드의 평어 사용은 솔직하고 간결한 표현을 통해 소통의 장벽을 낮추는 새로운 공적인 대화 문화를 형성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세대 간 괴리감과 사회 속 무관심을 해소하며 공감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실험으로 평가하고 있다.

자신의 사진 작품을 알리기 위해 스레드를 사용하게 됐다는 유저 viewpoint.diary는 “처음에는 반말이 어색하고 적응이 안 됐는데 쓰다 보니 익숙해졌다”며 “다수의 사람들과 제 사진 등을 편하게 소개하고 이에 대해 친구처럼 편하게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것 같아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스레드에서 글로 소통하는 또 다른 유저 writer.zzang는 “한국사회는 수직적으로 경직된 사회다 보니까 나이나 지위 등에 따라서 서로의 언어도 달라지는 데 이어 특히 상급자 혹은 한국식으로 자신보다 서열이 높다고 여겨지는 연장자에게는 의견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스레드 속 평어 문화에서는 서로 더 담백하고 꾸밈없이 의견을 교류할 수 있고 격식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이에 공감했다. 평어에 대한 서적 <말 놓을 용기> 저자인 이성민 작가는 “스레드 내 평어 사용의 장점으로는 친근한 대화와 어투가 길어지는 존댓말과 다른 정보 전달의 간결함”이라며 “새로운 공적인 대화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레드의 평어 사용은 흥미로운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평어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나 세대 차이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지만 이는 우리나라에서 또래 친구 아닌 이상 평어를 사용해 본 경험이 없어서 일 것”이라며 “평어 사용자들이 그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인식들이 쌓여 SNS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창의적으로 평어를 사용하는 매체, 집단들이 계속 늘어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삼육대학교 SW융합교육원 이새봄 교수는 “스레드의 국내 인기 요인은 반말 소통 방식과 그에 따른 간결한 글로 자신의 생각을 빠르게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점이다”며 “이에 기존의 영상·사진 위주 소통 플랫폼에 피로감을 느끼던 사용자들이 스레드로 이동하기도 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세대 간 갈등, 존댓말로 인한 위계질서가 남아 있는 현 사회에서 SNS 속 평어 사용은 솔직하고 꾸밈없는 표현을 통해 소통의 장벽을 낮추고 솔직하고 쉽게 서로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스레드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경직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스레드의 평어 문화는 다정한 표현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발휘하는데, 이는 ‘무례’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존중으로 자리 잡으며 세대 간 괴리감, 무관심을 해소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