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폭풍] 석화업계, 지원책 지연 우려에 고환율 위기까지
계엄·탄핵 정국 속 석유화학업계 지원책 지연 우려 나프타 수입 의존도 높아 원가 급등, 수익성 악화 황용식 교수 “고환율, 원자재 수입 의존 기업에 부담”
【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 장기화된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정부의 지원책에 기대를 걸었지만,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정책 발표 시기가 불투명해져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계엄령 여파로 고환율이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은 한층 무거운 부담을 안게 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들의 사업 재편을 돕기 위해 이달 중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업계는 이번 지원방안에 정책금융을 통한 저리 대출, 생산 설비 매각 시 세금 감면, 합작법인 설립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포함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정부 정책이 언제 발표될지 불확실해졌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업계는 정책을 통한 직접적인 지원을 기다리며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국내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은 이미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370억원, 롯데케미칼은 6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금호석유화학만이 간신히 적자를 피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중동의 공급 과잉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판매가격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금액)는 186.47달러 수준으로 손익분기점인 톤(t)당 300달러를 밑도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KIS) 집계에 따르면 2020∼2023년 중국 에틸렌 생산능력 증가량은 2500만t으로, 국내 전체 에틸렌 생산능력(1300만t)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19년 47.4%에서 2024년 상반기 36.1%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은 2021년 93%에서 2023년 74%로 떨어지며, 감산이 불가피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이번 계엄 사태로 환율 급등이라는 추가적인 변수까지 겹쳤다. 석유화학업계의 주요 원재료인 나프타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할수록 원가 부담이 커진다. 환율 상승으로 원재료 비용이 급등했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국제 유가 상승까지 더해지며 비용 압박은 한층 커지고 있다.
환율은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금융업계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이 수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원재료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특성상 환율 급등이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나프타 가격은 원유 가격과 연동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원가 부담이 가중된다.
문제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전방 산업의 부진으로 제품 가격에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환율이 1300원대일 때도 이러한 우려가 있었으나 1400원대에 진입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고환율 상황이 지속될 경우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환율로 인해 원자재값이 상승할 수 있어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고환율 상황에서 수출이 이뤄진다면 수혜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면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시장 침체로 부담이 가중된 석화업계는 경쟁력 강화 방안 추진마저 지연될까 염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화업계는 수출 산업이기 때문에 고환율 상황에 수출을 한다면 좋겠지만 현재는 수요도 부족하고 있던 해외 사업도 정리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고 “경쟁력 강화 방안이 미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굉장히 염려된다”고 언급했다.